아카네 신지에서 꽃이 지다 - 뉴 루비코믹스 스폐셜
Renaissance Yoshida 지음 / 현대지능개발사 / 2009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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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작품을 접하기 전, 만화인데도 대사량이 엄청나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러나 배송을 받고 책을 휘리릭 넘겨본 순간, 난 깜짝 놀랐다. 만화라기 보다는 그림 소설같은 느낌이랄까. 게다가 그림체도 펜터치가 너무도 강해 눈이 아릴 정도였다. 

이 작품은 아카네 신지라고 하는 한 유곽이 늘어선 거리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리고 등장 인물로는 카이코 쥬우자(혹은 쥬우젠), 후카자와 코조, 하니야 시로가 주요 등장 인물이며, 그외에도 롯카, 나나오, 센 등이 등장한다.

카이코 - 후카자와, 그리고 후카자와 - 하니야로 연결되는 사랑의 행로가 일단 이들 관계를 설명해 줄 수 있을 것이다.
카이코는 유곽의 점장이자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이며, 검도부 부장이고, 쥬우자 혹은 쥬우젠이란 이름으로 불린다. 그는 어머니와 근친상간 관계를 가졌으며, 후카자와에게는 지배자로, 롯카와는 결혼을 약속했다.

후카자와와 하니야는 고등학교 2학년으로 소꿈친구이자, 검도부 소속이다. 
후카자와는 카이코와의 관계를 위해 카이코의 가게에서 남창으로 일하고, 그후 카이코와 관계를 갖는 일을 지속하고 있다. (삼촌과도 관계를 가진듯 하다) 그러나 카이코의 지배 방식은 그를 학대하는 수준에 가깝다. 언제나 어둠의 주변에 있는듯한 그의 속내는 도대체 어떤 것인지, 처음엔 도통 알 수가 없었지만, 결국 후반부에 들어서 알게 되었다. 

후카자와의 경우, 카이코의 지배를 받고, 그와의 관계를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라도 서슴치 않았다. 비뚤어진 사랑일까. 그러나 카이코의 버림을 받은 후 그는 무너질대로 무너져 학교에서 마크 X란 별명으로 불리며, 동급생들의 성욕을 배출하는 출구 역할을 하는 지경까지 이른다.

하니야의 경우, 후카자와를 좋아하지만, 그건 후카자와가 자신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셋 중에 가장 정상적인 녀석으로 보이지만, 역시 이 녀석도 좀 독특하다. 하니야는 카이코에게 버림받은 후 망가질 대로 망가진 후카자와를 구해주고 서로 관계를 맺게 되지만, 어느새 하니야를 좋아하게 된 후카자와의 고백에 마음이 흔들린다. 그런 하니야를 본 후카자와는 몹시 실망하는데....

언뜻 세 사람의 관계를 봐도 심상치 않다. 사랑이라고 하면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행복감 혹은 아름다움이다. 그러나 카이코와 후카자와의 관계는 카이코가 일방적으로 후카자와를 막다른 길로 몰아 넣고, 힘들게 한다. 그러나 후카자와는 그것도 카이코의 사랑이라 믿고 매달리지만 결국 돌아오는 건 상처뿐이다.

후카자와와 하니야의 관계는 후카자와가 하니야에게 사랑이란 감정을 갖게 되는 순간 흔들리게 된다. 왜, 서로 좋아하는데도 불구하고 사랑은 어긋나게 될까. 그렇다고 하니야가 잘못된 것은 아니라 생각한다. 이건 하니야만의 사랑 방식이었기 때문이니까. 물론 결국 하니야 역시 자신만을 향해 있던 마음을 버리고, 후카자와를 선택한다. 

서로를 바라 보는 것 같아도 미묘하게 어긋난 시선들. 과연 그것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카이코는 결국 사랑이란 걸 몰랐던 게 아닐까. 그가 사랑이란 것 그리고 그가 원하는 것을 깨달았을때는 이미 모든 것은 저쪽 편으로 사라진 후였다. 그리고 그가 내린 선택은 단 한가지 밖에 없었다.

왠지 굉장히 추상적인 느낌의 서평이지만, 책 내용 자체도 굉장히 추상적이었다. 물론 구체적인 느낌으로 다가오는 부분도 많았지만, 사랑 자체가 구체화 할 수 없는 무정형의 것이기 때문에 그 표현 방식이 이렇게 바뀐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한 번 읽었을 때는 대사 분량이 많아 어느 것이 누구의 대사인지도 헷갈렸고, 나나오의 대사는 철학적이라든지, 혹은 이해가 잘 안가는 부분이 많이 두 번을 정독했다. 그러면서, 인물들의 표정이나, 등장하는 꽃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데, 등장하는 꽃의 경우 작가 후기에서 작가가 상세히 밝혀주어 참고하여 본 내용과 접목시켜 생각할 수 있었다.

본 편외에 수록된 네 작품은 번외편 형식으로 실려 있는데, 난 은근히 장어 축제가 마음에 들었다고나 할까. 음울하고 몽상적인 작품 전반의 분위기와는 달리 코믹한 부분이 있어 즐겁게 읽은 게 그 이유가 아닌가 한다. 

어긋난 시선들과 어긋난 감정들이 화살처럼 연신 쏘아지는 <아카네신지에서 꽃이 지다>는 내가 둔중한 충격과 감상을 전해준 작품이었고, 그 여운은 여전히 내 가슴속에 뭉근히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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