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요네즈 - 제2회 문학동네신인작가상 수상작
전혜성 지음 / 문학동네 / 1997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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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요네즈하면 난 영화 <마요네즈>가 떠오른다. 김혜자씨와 지금은 고인이 된 최진실씨가 모녀로 나왔던 마요네즈. 그곳에서 머리카락에 마요네즈를 바르고 있던 엄마와 엄마와 갈등을 겪는 딸이야기.
바로 그 영화의 원작 소설이 바로 이것이다.

병자인 엄마가 한동안 딸 아정의 집에 머물게 된다. 그러나 어린 시절부터 엄마와는 그닥 매끄럽지 않았던 아정은 엄마가 오신다는 사실 그 자체에 이미 질려하고 있다. 같은 공간에 있는 것만으로도 답답하기만 한 그녀.

그렇게 시간은 현재에서 과거로 거꾸로 흘러간다.
어린 시절 회상속에서도 엄마와 아정의 관계는 매끄럽지 않았다. 장녀라고 무조건 칭찬하고 잘 되길 바랐던 엄마는 그 반대로 부담감도 안겨주었다. 아버지는 아버지대로 무뚝뚝한 성미에 술을 마시기만 하면 엄마를 두들겨 팼다.

젊은 시절 한 미모를 자랑하던 엄마였지만, 쉰도 안되어 중풍으로 쓰러졌고, 그후엔 당뇨니 뭐니 해서 지금도 입에 약을 달고 산다. 병으로 쓰러졌을 때 아버지의 도움으로 기적적으로 회복한 엄마는 아버지가 쓰러지자 그대로 방치한다. 그동안의 복수였을까. 아니면, 그저 엄마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었기 때문일까. 

아정은 엄마와 함께 있는 시간이 괴롭다.
같은 공간에 있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옥죄어 온다.
남의 자서전 일을 쓰는 일을 억지로 떠맡은 것도 엄마와 있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이다.
그러나 엄마는 아정의 아이들을 잘 보살펴 줄 생각도 못한다. 자신은 병자라면서.

아정과 엄마의 대립은 현재뿐만 아니라, 과거에서부터 지속되어 온 것이다.
엄마의 철부지같은 행동, 숨막힐 듯한 가족 환경.
비록 다른 가족이야기는 거의 언급이 되지않고, 엄마와의 갈들이 주를 이루지만, 그것으로 다른 가족과의 관계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읽는 내내, 가족이란 게 뭘까, 특히 모녀사이란게 뭘까.. 라는 생각을 해 봤다.
우리들 부모는 우리에게 이렇게 이야기한다. 
내리 사랑은 있어도 치사랑은 없다.
그리고 네가 부모 심정을 알 날은 네가 부모가 되는 날이라고.

난 아직 결혼도 안한지라, 아직 부모님 심정을 다 헤아릴 수 없을런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 엄마가 아정의 엄마같았고, 내 집안 환경이 아정의 가정 환경 같았다면 나도 아정과 똑같은 생각을 하고, 똑같은 행동을 했을까.

가족이기에 편하고, 기댈 수 있고, 든든하다.
그러나 아정의 경우를 보면 가족이라 그 치부가 더 깊숙이 보이고, 외면하고 싶어한다.
특히나 자신밖에 모르는 것 같은 어머니에 대해서는 정말 한순간도 같이 있고 싶지 않아 한다.

하지만, 후반부에 접어 들어 엄마의 외할머니 이야기와 아버지의 과거에 대한 이야기가 언급되면서, 둘 사이의 단단한 벽은 약간씩 흔들린다. 물론 삼십년이 넘는 세월동안 쌓인 그 앙금이 쉬이 없어질리는 없다. 하지만 계시는 동안 그 껍질을 깨고 하고자 하는 아정의 마음은 마직막 문장에 잘 나와 있다.

가족은 우연일까, 필연일까.
그 가정에 태어나는 것은 우연일까.
사실 가족이란 고를 수 없다. 물론 결혼이란 수단을 통해 남편을 고를 수는 있지만, 그 나머지 가족은 고를 수 없다. 마찬가지로 내가 태어난 가정과 가족은 내가 고를 수가 없다. 그런 우연과 필연이 기막히게 조화가 되어 생겨나게 되는 가족..

이 소설은 가족의 해체를 이야기 하면서도, 가족의 새로운 결합을 암시한다.
아정의 표현에 따르자면 자신의 원래가족은 낡은 가족, 결혼으로 이루어진 가족은 새 가족이라 명명된다. 그 사이의 괴리감은 여전히 분명히 존재하지만, 그 틈이 메꿔질 여지는 여전히 남아 있다. 
왜냐면, 가족이니까. 
답은 그것 하나다.

뒷페이지에 수록된 심사평에서는 새로운 모성애의 모습이나 새로운 엄마의 모습을 강조한 문구가 많이 눈에 띄었는데, 난 그것보다는 오히려 엄마와 딸의 관계에 더 관심이 갔다. 엄마와 딸은 친구처럼도 지낼 수 있지만, 엇나가면 진짜 불편한 관계도 된다는 것을 나도 예전에 느껴보았기 때문이다.

20대에는 엄마와 참 갈등이 많았다. 
하지만, 30대에 들어서면서 그 갈등은 조금씩 풀려 나갔고, 지금은 완전하지는 않지만, 꽤나 부드러운 관계가 되었다. 
이 소설을 보면서 엄마와 나의 관계를 되짚어 보고, 가족이란 게 어떤 것인지 되짚어볼 사람도 많을 것이다. 나 역시 그랬다.

세상에는 사람 수 만큼이나 다양한 엄마들이 존재하고, 또한 그만큼 다양한 가족들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난 아정과 아정의 엄마를 보면서, 난 그래도 엄마랑 저런 사이는 아닌데, 나와 가족과의 관계는 저렇지는 않은데, 라고 은연중에 비교하며 안도하는 나를 보게 되었다. 그러면서 새삼 엄마와 내 가족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느끼게 되는 나는, 괜시리 엄마에게 못되게 굴던 어린 나를 반성하게 되었다.

엄마, 고마워요. 그리고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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