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리 부는 사나이 - 제15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김기홍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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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리부는 사나이>는 제 15회 문학동네 소설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예전부터 문학동네 책을 좋아했었고, 또한 문학동네 소설상을 받은 작품을 몇 작품 접해본 나로서는 이 책을 선택하는 데에 있어 아무런 망설임이 없었다. 오히려, 이제는 문학동네 소설상을 수상한 작품을 기다리는 입장이라고 하는게 맞을 것 같다.

이 책은 2004년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주인공은 남자 대학생이다.
평소에도 다른 사람들과의 교류는 극히 적고, 자신만의 세상에서 살아가던 주인공은 어느날 수연이라는 여자를 만나게 된다. 수연은 그보다 2살 연상으로, 책을 좋아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하루하루 지나는 동안 수연과는 편안한 관계로 발전해 나가지만, 이 남자에게는 고민이 한가지 있었다.

그건 바로 과동기 정현과 하룻밤을 함꼐 보냈다는 것인데, 비록 아무런 일은 없었지만, 대학 1년생이 여학생과 단둘이 하룻밤을 지냈다는 이유로 그는 과에서 배척을 받는 존재가 되고, 수연이외에는 다른 사람과의 교류를 거의 하지 않는다.

그외에 그가 교류를 하는 사람은 같은 하숙집의 우진이란 학생과 이반이란 사람, 그리고 카페 fragile의 사장 정도랄까. 하지만, 그런 인연을 통해 그는 조금씩 자신의 벽의 깨(fragile) 나간다.  

그런 나날을 보내던 중 학교 축제 기간에 우연히 본 타로점에 나타난 점괘. 수연은 자신의 뒤집은 카드인 DEVIL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라, 갑자기 종적을 감춘다. 그후 다시 연락해 온 수연에게 그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게 된다..

<피리 부는 사나이>는 일단 주인공 남자의 성장 소설이다.
주인공인 <나>가 자신의 벽을 깨고 다른 사람들과의 접점을 찾아 나가는 부분은 여러 가지 모습으로 나타난다. 우진과의 만남으로 인해 소설만을 읽던 그가 다른 분야의 책을 접하게 되고, 수연이라는 여자를 만나 사랑을 하게 된다. 다른 사람과의 교류가 없던 그는 카페 fragile에서 이반이나 개구리 사장과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교류의 폭을 넓혀 나간다.

20대. 그리고 대학 신입생이란 것은 고등학교 때까지의 삶과는 다르다는 것을 의미한다. 부모에게서 독립을 시작하는 나이이기도 하고, 새로운 환경에서 자유를 맛보게 되는 시기도 바로 이 시기이다. 무절제하고 방종으로 치닫기 쉬운 나이이기도 하며, 자신의 미래에 대한 설게를 할 나이도 바로 이즈음이다.

이렇게 본다면, 자신의 사고의 틀, 그리고 자신만의 세계에서 빠져나와 좀더 성숙하게 되는 게기를 시기를 묘사한 것이므로 성장소설이라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수연의 이상한 행동과 수연이 겪었던 일 - 피리부는 사나이- 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서 이 소설은 급격하게 회전한다.

피리 부는 사나이 이야기는 짐작대로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 이야기이다. 쥐떼를 피리로 유인해 쥐를 없애 주었지만, 정작 아무 보답도 받지 못한 그가 피리 소리로 아이들을 유혹해 사라져 버린다는 이야기.
바로 그 피리 부는 사나이 이야기가 여기에도 등장한다.
하지만 이 소설에 등장하는 피리 부는 사나이는 세계 각국의 여성들의 실종과도 관련이 있으며, 수연과도 관련이 있다. 수연은 피리 부는 사나이를 한 번 만난 적이 있고, 그후 묘한 일을 겪었으며, 지금도 그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피리 부는 사나이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등장하면서 이 소설은 무대가 유럽으로 넒어진다. 게다가 재벌의 딸인 이유리를 비롯해, 테러조직과 테러를 막기 위한 조직들이 등장하는데, 피리 부는 사나이와 관련있는 이유리라는 여자가 등장하면서 이야기는 조금씩 미묘해져 간다.

갑자기 무대가 한국의 서울에서 영국의 런던으로 바뀌는데, 순간 나는 주인공이 시공간 타임 리프라도 한 듯 느껴졌다. 왜 평범한 대학생이 갑자기 테러조직을 쫓게 되는 거지? 그리고 피리 부는 사나이의 정체는 도대체 무엇이지? 그가 여성들을 납치해서 도대체 무슨 일을 벌이는 것일까...

수많은 궁금증이 책 후반부로 가면서 내 머릿속을 둥실 떠다녔다. 평범한 대학생 이야기가 갑자기 국제적인 테러조직과의 이야기로 연결된다? 난 이 부분에서 아연실색 해질 수 밖에 없었다. 물론, 그런 일이 생길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되기 까지의 과정이 너무 간단하게 넘어가 버렸기 때문이다.

물론, 앞에서부터 숲길에 조금씩 빵조각을 떨어 뜨리는 헨젤과 그레텔처럼 약간이 복선이 깔려 있기는 하다. 그러나, 너무 갑작스런 변화에 미처 내 마음은 이를 따라가기 힘들었다. 그리고, 피리 부는 사나이와 관련한 이야기는 속시원한 대답을 주지도 않았다. 왜 수연은 피리 부는 사나이를 쫓아가야만 하는지, 피리 부는 사나이가 정말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에 대한 대답은 없다.

다만, 마지막 페이지를 보면 작품의 주인공이 피리 부는 사나이의 꿈을 꾸고, 다시 길을 나서는 것으로 끝난다. 이 이야기는 아직도 진행중이란 것일까.

사실, 여전히 세계 곳곳에서 테러는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 그러하기에 주인공이 수연과 피리 부는 사나이를 쫓는 건 영원히 끝나지 않을 숙제가 되어버렸다는 뜻일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좀더 작게 생각해서 피리 부는 사나이는 세계의 변혁을 가져올 인물이 아니라 개개인을 변화시키는 인간의 마음속에 있는 상징적인 존재라고 생각하면 어떻게 될까. 하지만 그렇게 생각한다 해도 피리 부는 사나이의 방식은 폭력성을 띄는 것이라 긍정적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주인공이 자신만의 세상을 박차고 나와 더 큰 세상과 접촉하게 된다는 계기를 준 것은 확실한 것 같다. 그리고 그것을 통해 주인공은 착실하게 정신적 성장을 해 나가게 되는 것이다.

이 소설은 2004년에 일어났던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함께 하고 있다. 테러, 자연재해, 살인, 실종 사건 등 여러가직 국제적 사건이나 사회적 문제등을 묘사하고 있다. 확실한 이름은 거론되지 않지만, 책을 읽으면 아,, 이사건을 이야기하고 있구나 하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을 정도로 그 당시 사회상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기도 했다. 또한 문학, 그림, 음악등 예술등에 관한 토론이나 이야기도 이 책을 더욱 즐겁게 읽을 수 있게 만들었다.

실제로 있었던 사건들과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란 동화, 그리고 대학생 주인공의 이야기를 적절히 접목시켜 김기홍의 피리 부는 사나이가 탄생했다. 아쉬운 부분이 없진 않지만, 일상과 비일상을 교묘히 접목시켜 한 남자의 정신적 성장과 사랑과 우정 등 청춘의 빛나는 시기를 매끄럽게 잘 표현해냈다는 것에는 큰 점수를 주고 싶다. 사실 페이지가 적지 않은 분량임에도 난 한번도 손을 떼지 않고 이 책을 단숨에 읽어 버렸다. 그만큼 매력적인 소설이다.

지금, 당신에게도 피리 부는 사나이의 피리 소리가 들려 오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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