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 MW 1
테츠카 오사무 글 그림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데즈카 오사무라고 하면 우리는 제일 먼저 무엇을 떠올릴까. 바로 우주소년 아톰(원제 : 철완 아톰)이다. 귀엽고 똘망똘망한 로봇 소년 아톰이 종횡무진 날아다니며 적들을 쳐부수는 애니메이션말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 애니메이션이 2차 세계대전에서 패망한 일본제국주의를 위한 애니메이션이란 이야기도 회자되고 있다.
아톰은 일본, 아톰과 싸우는 거대한 적들은 바로 미국을 상징한다고 이야기되어 진다. 하지만, 그런 부정적인 측면은 한 단면에 불과하다. 데즈카 오사무가 우주소년 아톰에서 말하고자 한 것은 과학 기술문명의 급속한 발달이 가져온 부정적인 측면이었다. 즉, 인간의 편의와 이기를 위해 발달해온 과학 기술 문명이 오히려 인간을 위협하고, 인간이 발딛고 살아가는 지구를 파괴해 가는 것을 더욱더 강조하고 있다.

왜 아톰 이야기를 먼저 꺼냈냐면, 데즈카 오사무의 만화속에는 과학기술문명 발달의 부정적인 측면을 꼬집고, 인간의 악한 본성을 나무라는 것이 숨어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였기 때문이다.

뮤 역시 그러한 면과 전혀 동떨어지지 않는다. 물론 아톰을 보는 대상이 조금 어린 연령층이라면 뮤는 성인을 대상으로 한 만화이다. 뮤라는 가공의 생화학무기가 가져온 비극과 그것이 십수년이 지난 후에도 악몽처럼 남아 한 인간을 파괴해 가는 과정을 잘 보여 준다.

십육년전 오키나와 근처에 있는 작은 섬 오키노마 후네지마에서 발생한 참극. 그것은 한 외국의 군사 시설에서 흘러나온 뮤라는 치명적 생화학 무기로 인한 것이있다. 그것으로 인해 섬 주민 800명을 비롯, 섬에 머무르던 모든 사람을 비롯해 모든 생명체가 몰살당했다. 그러나 그것은 조용하게 처리되어 지금 그 참극에 대해 아는 사람은 그 사건 관련자 외에는 아무도 없다. 하지만 그 누구도 그 섬에 생존자 두 명이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그 둘은 현재 은행원으로 근무하는 유키 미치오와 신부인 가라이다.

유키는 뮤에 중독된 후유증으로 뇌와 심장이 공격당했고, 현재도 그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비단 몸의 고통뿐 만이 아니라, 모든 생명체가 말살된 학살의 현장을 본 목격자라면 그 정신적 충격은 이루말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유키는 자신을 망가뜨린 뮤를 찾아내 전세계에 퍼뜨리고 지구의 모든 생명체를 파괴할 생각으로 자신이 이용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이용한다. 그 와중에 아이도, 어른도, 남자도 여자도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이용하며, 살인도 불사한다.
신부 가라이는 유키를 저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지만, 같은 참사를 겪었던 동료이자 유키에 대한 애정으로 늘 마음이 흔들린다.

뮤에서는 유키가 자신의 목적을 위해 여자를 강간하거나, 수단이나 도구로 여자들을 성적으로 이용하고, 결혼을 빙자해 이용하는 이야기도 많이 나오지만, 유키와 가라이의 동성애 묘사 장면도 많다. 하지만, 동성애물이라고 섣부른 판단을 내리기 보다는 그것은 동병상련을 겪는 두 사람의 상처 핥아주기 정도로 생각하면 더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주욱 읽으면서 든 생각은 과연 유키의 행위들이 정당하냐는 것이었다. 유키의 반사회적이고 악마적인 행동은 과연 뮤에 중독된 후유증에서 비롯된 것인지, 아니면 유키가 원래 자신의 내면에 품고 있던 악함에서 비롯된 것인지는 분명치 않다. 하지만, 어떤 이유이든 간에, 그가 저지른 행위는 악행임에는 틀림없다.

수단과 방법이 어떻든 결과만 좋으면 된다.. 이런 생각도 아니다.
자신을 고통스럽게 만든 사람들에 대한 복수도 아니었다.
다만, 자신 주변의 것을 모두 파괴하고 싶은 충동뿐이었을까.
나는 결국 유키는 악에 가깝다고 판단내렸다.

자신이 겪었던 고통과 분노를 표출하는 방식은 더이상 사람의 것이 아니다.
물론 가라이가 했던 방식이 전적으로 옳은 것도 아니다.
십 수년 전 은폐되었던 사건이 지금 드러난다 해도 그것을 어떻게 증명할 것인가.
정치가는 모르쇠로 일관할 뿐이다.
군중들은 군중심리에 이끌려 뮤와 뮤에 의해 벌어진 참극에 대한 진실을 까발리라 하지만, 어느새 그것은 잊혀지고 말 것이다.

군사적으로는 아직 미국의 영향이 남아있던 시기(오키나와는 미군 점령지였다), 일본의 주권은 도대체 누구에게 있는가를 외치던 검사를 보며, 난 우리나라의 현실을 떠올렸다.

아직도 정치적 군사적으로 미국의 영향권 아래에 있는 우리는 미군들이 일으킨 범죄나 미군 군사 시설로 인해 생기는 피해에 대해 아무런 영향력도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 겉모습은 독립국가이지만, 속으로는 미국의 지배를 받는 현실에 통감한다.
더불어, 어느 나라에나 있는 정치의 부패와 더불어 은폐된 사건이 얼마나 많을까를 생각하면 눈앞이 캄캄해진다.

조금 이야기가 엇나간 것 같지만, 뮤는 이런 저런 생각을 많이 하게 하였다. 폭력, 살인, 테러, 강간을 비롯해 돈으로 움직이는 정치, 권력으로 움직이는 국가 등 여러가지 사회악을 유키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폭넓게 묘사하고 있는 뮤는 단순한 만화가 아니라, 만화 이상의 만화라 생각한다.

세상에는 절대적인 선도, 절대적인 악도 없다고 생각한다.
한없이 선에 가까운, 또한 한없이 악에 가까운 것만이 존재할 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