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자 속/우리 밖 박스세트 - 전2권 - 위니북스-X001
코노하라 나리세 지음, 안효진 옮김 / 위니북스 / 2009년 4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코노하라 나리세의 이름만으로 주문한 책이다.
사실 책 정보도 다른 사람들의 리뷰도 하나도 보지 않았을 정도로, 신뢰하고 있다고 해야 할까.

상자속은 크게 두 파트로 나뉘어진다.
첫번째는 도우노와 키타가와의 만남과 형무소 수감생활, 두번째는 도우노의 출소이후 키타가와가 그의 행방를 찾기까지의 내용이다.

등장 인물은 여러 명이지만, 중심 인물은 도우노 타카후미와 키타가와 케이라는 남자다. 도우노는 시청 공무원으로 근무하다가 만원 전철에서 치한 혐의를 받는다. 억울한 누명을 쓰게 된 그는 끝까지 항소하지만, 결국 패배하고 형무소에 수감된다. 자신이 저지르지도 않은 죄때문에 억울하게 갇힌 도우노는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에 대해 부정적이게 되었다.

그러던 중 미츠하시란 감방 동료와 친해지게 되고, 미츠하시를 전적으로 믿게 되지만, 미츠하시 출소후 그는 그의 부모가 미츠하시에게 사기를 당하게 되었다는 걸 알게 된다. 자신뿐만 아니라, 자신의 가족마저도 벼랑끝으로 몰아가는 사태에 그는 죽고 싶은 심정뿐....

그때 다가온 한 남자, 키타가와 케이. 그는 표정도 없고, 말도 없다. 그러나 키타가와는 도우노를 여러모로 잘 보살펴 준다. 단지 고마워라는 말을 듣고 싶어서.... 키타가와는 어린 시절부터 어머니에게 학대를 받으며 자랐고, 그후 이모의 집에 가서도 짐승만도 못한 생활을 해왔다. 커서는 어머니 대신 살인죄를 뒤집어 쓰고 감옥에 들어 왔다.

당연히 정이라고는 모르는 그가 도우노를 만나면서 사람의 정이란 걸 조금씩 배워간다. 바깥세상보다 형무소 안이 더 따뜻하고 좋은 곳이라 느끼는 키타가와를 보면서 정말이지 너무나도 마음이 아팠다.
오죽하면 바깥으로 나가고 싶지 않다고 할까. 오죽하면 바깥 세상보다 감옥안이 더 편하다고 할까.

무죄를 주장해도 피해자의 말만 듣고 가해자를 급조해내는 경찰과 감옥에서 만나 신뢰하게 된 사람에게 사기당한 부모. 타카후미는 평범한 인생을 살다가 어느 날 갑자기 끝도 없는 나락으로 떨어졌다.

그런 두 사람은 처음에는 데면데면한 사이지만, 키타가와의 애정에 대한 갈구, 그리고 자신을 잘 돌봐주는 면에 점차 이끌리게 된다. 남자들만의 세상에서 어쩌면 그런 분위기로 흘러가는 것은 당연할 지도 모르겠지만, 이들은 육체적인 관계를 떠나 정신적으로도 교감을 나누는 사이가 된다. 특히 난 키타가와가 도우노에게 머리를 쓰다듬어 달라고 하는 장면이 너무나도 인상 깊었다. 사람의 온기라고는 이제껏 알지 못했지만, 도우노를 만난 후 사람의 온기가 얼마나 따뜻한지를 느끼게 된 키타가와는 도우노의 관계는 점차 친밀해지지만, 도우노의 출소일은 점점 가까워온다.

도우노의 출소후, 6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그새 키타가와도 출소한 상태로 도우노의 행방을 찾고 있지만, 행방이 묘연하다. 탐정 사무소에 의뢰한 것도 수차례. 결국 키타가와는 오오에라는 탐정에게 도우노의 행방을 의뢰한다.

도우노를 찾고 싶다는 일념만으로 자신이 사기를 당하는지도 모른채, 오오에에게 돈을 매주 가져다 주는 키타가와의 모습을 보면서, 오오에란 남자에게 얼마나 구역질이 치밀어 오른던지.... 하지만 세상은 늘 따뜻하고 밝지만은 않다. 즉 동화에서나 일어날 법한 일은 별로 없다.
무죄였지만 1년이상 복역하게 된 도우노도, 어머니에게 버림받고 정이라곤 모르던 키타가와에게도 세상의 벽은 높고 차가웠다.

오오에에게 줄 의뢰비를 마련하기 위해 자신의 겨울옷을 팔고, 공장에서 일하는 것 뿐만 아니라, 막노동을 하고, 밥먹을 돈이 없어 곰팡이 핀 식빵을 먹어야 했던 키타가와를 보면서 너무나도 속상하고 애가 탔다.

생각같아서는 책속으로 들어가 오오에의 멱살이라도 잡고 먹은 돈 다 토해 놔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싶었다. 다행이 같은 감방 동료였던 시바덕분에 오오에가 도우노를 결국 찾게 되지만 말이다. 결국 도우노의 행방을 찾았을 때, 키타가와도 기뻤겠지만 나도 정말이지 기뻤다.


우리밖은 상자속의 속편으로 도우노와 키타가와의 재회, 그리고 두 사람의 생활이라는 두 부분으로 나뉘어진다.

6년만에 만난 두사람. 키타가와는 변함없는 마음을 보여주고 같이 살자는 제안을 하지만 이미 도우노는 결혼을 해서 아이까지 있다. 그러나 키타가와는 도우노의 집근처에 이사를 오고, 그후 도우노 가족과 함께 식사를 같이 한다든지, 도우노의 딸 호노카와 놀아주면서 도우노 가족과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그렇게 행복한 시간도 잠시, 호노카가 유괴 살해되면서 이들을 둘러싼 삶은 크게 바뀐다. 호노카는 죽음과 더불어 아내 마리코의 불륜사실도 드러나게 되었다. 결국 도우노는 다른 사람의 아이를 가닌 마리코와 이혼하고 키타가와의 집에서 함께 살게 된다. 

아이의 죽음, 아내의 외도로 크게 상처받은 도우노는 키타가와의 사랑으로 조금씩 회복되어 간다.
키타가와는 자신이 일하는 공사장 주변에 떠돌아 다니는 개를 데리고 와서 키우며, 자신이 꿈꿔왔던 행복한 나날을 보낸다.

우리밖에서는 힘들게 살아왔던 두 사람이 드디어 맺어진다.
변함없는 사랑과 믿음을 보여준 키타가와의 우직한 마음은 책을 읽는 내내 나 가슴을 따뜻함으로 채웠다.

힘든 시간을 보냈던 만큼, 아낌없이 사랑하는 두 사람. 물론 두 사람의 관계는 세상 사람들에게는 좋은 친구사이이다.

상자속에서는 키타가와가 28살, 도우노가 서른이지만, 우리밖에서는 이 두사람이 점점 나이 들어 가면서 보여주는 모습, 그리고 사람의 정이란 걸 몰랐던 키타가와가 다른 사람들에게 얼마나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대하는지의 그 과정을 보여준다.
함께 보낸 세월이 20여년쯤 지나 결국 키타가와는 도우노보다 먼저 세상을 뜨게 된다. 솔직히 이 장면에서 얼마나 울컥하고 코가 찡해져 왔는지.. 눈물을 참느라 혼났다.

사실, 우리밖을 읽으면서 눈물이 핑돌았던 장면은 너무도 많다. 죽어서 다시 태어나 도우노의 가족이 되고 싶다는 키타가와의 말이나, 자신이 먼저 죽으면 돌봐줄 사람이 없으니 키타가와를 자신의 양자로 입적시켜 가족무덤에 같이 묻힐 수 있도록 배려하는 모습을 보이는 도우노의 모습에....

이 둘의 마음의 교류를 단지 사랑이란 단 한마디말로 정의내릴 수는 없을 것 같다. 무한한 애정과 신뢰, 변치않는 마음등이 한데 뭉쳐진 것이 이들의 관계가 아닐까.

그외, 마리코의 아들 나오가 찾아왔을 때 도우노와 키타가와 그리고 나오가 보냈던 몇 년간의 여름방학 이야기도 무척 즐겁게 읽었다. 사실 이 부분은 내 입가에서 미소가 끊임없이 배어나왔던 파트이기도 하다.

전체적으로 구성도 스토리도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는다. 키타가와라는 사람의 인생극장을 본 느낌이라고 할까. 변함없이 우직하면서도 애틋한 키타가와의 사랑을 보며 세상에는 과연 이런 사랑도 있을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도 해본다.
세상이 아무리 자신을 차갑게 냉대해도, 사랑하는 단 한사람으로 인해 따뜻해진다면 무얼 더 바라랴. 

왠지 지금도 두사람은 하늘에서도 나란히 앉아 정담을 나누고 있을 것만 같은 그런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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