쥬뗌므, 까페.느와르 - 뉴 루비코믹스 890
야마시타 토모코 지음 / 현대지능개발사 / 2009년 12월
평점 :
품절



 야마시타 토모코는 최근 들어 좋아하게 된 작가 중 한 사람이다. 아직 몇 작품 접해 보지 못했지만, 보통 자기 취향에 맞는 작가는 한 두작품만으로 판단을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처음엔 취향이 아닌 것 같아도 작품에 따라 좋고 싫음이 결정되는 일도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이제껏 읽어 본 야마시타 토모코의 작품에 관한 느낌은 과하지 않고, 절제되어 있으면서, 가끔은 코믹하고, 또 가끔은 애절함을 준다는 것이다.
그건 독자에게 강요되는 감정이 아니다. 등장 인물의 감정은 자연스럽게 흐르면서도 신파 분위기는 하나도 없는데, 묘하게 슬프고 애달프다. 어떤 때는 농담처럼 하는 이야기에 더욱 슬퍼지고 가슴이 아파져 온다.

쥬템므 카페 느와르도 그런 작품이다.
이 단편집 속에는 표제작을 포함해 총 6편의 단편이 실려 있는데, 어느 것 하나 과하다는 느낌이 없다. 오히려 여백이 주는 느낌에 이런 저런 생각을 해보고, 그 대상들에게 감정 이입이 자연스럽게 된다고 할까.

총 6편의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캐릭터 자체도 그렇다. 누구나 돌아 볼만큼의 미모를 가졌다거나, 재벌이라든가, 독특한 직업을 가졌다거나 하는 사람은 없다. 어느 곳에나 존재할 것 같은 평범한 사람들이 엮어가는 이야기이다. 그렇기에 이 이야기들은 현실에 발을 딛고 존재한다.

동성인 친구에게 고백을 받았을 때, 노말인 친구는 당황스러워 하는 모습은 보이지만 마치 네 고백을 기다렸다는 분위기는 없다. 억지로 키스등을 당했을 때도 마찬가지 네 덕분에 다른 세상을 알았어라고 쌍수들고 환영하는 분위기도 없다.

친구에게 고백을 하는 쪽이나, 그 고백을 받는 쪽이나 어느 쪽이나 조심스럽다. 사실 남녀 사이에서도 고백이란 건 큰 사건인데, 동성 사이에서는 오죽 할까. 여기에는 친구에게 커밍 아웃을 한 등장 인물도 있다. 또한 친구가 좋아한다는 말을 우정의 표현이라 받아들이는 등장 인물도 있다. 그러나 단지 고백을 받았다고 해서 과장스럽게 상대방을 멀리하거나 하기 보다는 오히려 더 조심스럽게 서로를 대한다.

여러 편의 단편이 실린 단편집이라면 어떤 건 마음에 들고 어떤 건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지만, 난 여섯편의 단편이 전부 마음에 들었다. 표제작인 쥬템므 카페 느와르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두 사람의 이야기이다. 서로의 마음이 다른 두사람(한 사람은 사랑, 한 사람은 우정), 떠나버린 사람을 그리워하는 사람, 옛날 일이 여전히 가슴속에 상처가 되어 남아 있는 사람 등등 그 등장 인물을 둘러 싸고 있는 배경들도 각각이다.

그러나, 그 속을 질러 가는 큰 흐름은 사랑이란 이야기이다. 사랑이란 것은 그 자체가 묘한 점이 많아 행복과 기쁨을 주기고 하고 상처와 고통을 주기도 하는 양면의 칼과 같다. 그런 사랑의 여러 가지 모습을 다양한 소재로 풀어 내고 있는 것이다.

하드한 BL물을 접하는 사람이나, 극적인 전개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약간 지루할 수도 있지만, 소프트 BL물이나 BL을 처음 접하는 사람, 그리고 잔잔하면서 가슴에 찡하게 여운을 주는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즐겁게 읽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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