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TH 고스
오츠이치 지음 / 학산문화사(단행본) / 2008년 6월
평점 :
절판


 GOTH란 단어는 사전적인 의미로는 고트족, 그리고 거기에서 나아가 야만인이라는 뜻을 가진다. 요즘은 고스룩이라는 표현이 있어 창백한 얼굴에 검정색 눈화장과 검정색 입술, 그리고 해골이나 십자가가 달린 액세서리에 검정색의 옷을 입는 패션을 의미하기도 한다.
문득 든 생각이지만, 우리나라 고스룩의 원조는 저승사자, 서양 고스룩의 원조는 드라큘라가 아닐까 하는..... (汗)

요지에서 빗나간 이야기는 그만두고, 본론으로 들어가 보자.
이 만화에 나오는 GOTH는 살인 사건이나 사람을 고문하는 것에 흥미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의미한다.

주인공이자 화자인 나(카미야마 이츠키)는 남들과 다른 면이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한 고등학생이지만, 그의 마음은 언제나 어둠을 쫓는다. 그가 주목하는 건 같은 반의 모리노 요루라는 여학생이다. 언제나 혼자인 그녀는 나와 함께 이상한 사건에 휘말리게 되면서 조금씩 친해지게 된다.

이 책에는 총 4편의 단편이 실려있는데, 원작 소설에는 총 6편이 실려 있다고 한다. (아직 원작 소설을 못읽었지만, 이 만화를 읽고 난 후 원작소설을 너무나도 읽고 싶어졌다)

<리스트 컷 사건>은 한글 제목만 보고는 뭘까.. 하고 궁금했는데, 영어 표기를 보고 그제서야 어떤 것인지 알게 되었다. wrist cut, 즉 손목 절단 사건이다. 사람, 동물 그리고 인형까지 모든 손에 집착하는 한 교사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이 사건을 통해 나와 모리노는 친구가 된다.

<암흑계>같은 경우에는 이 단편집 에피소드 중 가장 충격적이었다. 범인이 왜 그러한 사건을 벌이는지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 다만, 자신의 범행을 일일이 꼼꼼하게 기록하며 가장 이상적인 살인을 저지르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 나올뿐이다.

특히 여성의 사체를 묘사한 장면은 너무나도 리얼하고 잔인했지만, 오히려 그러한 것이 이 만화가 가진 매력이 아닐까 한다.

<흙>은 사람을 산 채로 매장하는 것을 즐기는 한 남자의 이야기이다. 몇 년전 자신이 아끼던 옆집 아이를 매장하여 죽음으로 내몬 이후 다시 그가 범행을 시작했다. 단지 사람을 묻고 싶어서 그러한 범행을 지르는 그 남자. 그리고, 충격적인 반전이 압권이었다. 주인공인 <나>가 왜 그 남자에게 한 달을 기다렸다가 자수를 하라고 권했는지 그 이유를 알게 되었을때는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

<기억>은 모리노의 과거와 연결된 이야기이다. 쌍둥이였던 요루와 유우. 유우의 죽음을 둘러싼 미스터리를 보여주는 동시에, 주인공인 <나>의 어둠이 극한으로 표출된 작품이라 볼 수 있다.

이 모든 사건과 관련한 범인들은 법의 심판을 받지 않는다. 리스트 컷 사건 같은 경우 다른 혐의로 학교를 떠나게 되고, 암흑계는 스스로 그 거리를 떠나는 범인의 모습이 나온다. 흙의 경우는 주인공이 자수를 만류했으니, 그 후에 어떻게 된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기억의 경우 모리노를 노린 남학생은 주인공에 의해 처단되고 유기된다. 그리고 주인공 역시 어떠한 처벌도 받지 않는다.

범죄 행각과 범인.
그것 모두 명확한 사실이지만, 어느 누구도 처벌 받지 않는다는 것. 이 모든 것은 주인공인 <나>를 통해 묘사된다. 그래서 그런지 그 시선은 차갑다 못해 냉혹하다.

GOTH를 읽으면서 문득 든 생각은 오츠이치의 데뷔작 <여름과 불꽃과 나의 사체>에 등장하는 켄이 고교생으로 성장하면 이런 모습이 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다. 어린 나이에 사체를 숨기고 유기했던 켄은 그것을 즐거워했기 때문이다.

겉모습은 평범하지만, 실제로는 마음속 깊은 곳에 어둠을 숨기고 있는 나와 묘하게 사건에 말려 들어가는 모리노 요루와의 관계는 아슬아슬한 외줄타기이다. 주인공이 요루에게 갖는 흥미란 그녀가 죽은 모습을 보는 것, 혹은 언젠가 그녀를 자신의 손으로 죽이고 싶어하는 것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요루가 위험에 처하면 어디선가 불쑥 나타나 요루를 구해주는 기사처럼 보이기도 한다.

독특한 소재의 이야기와 오이와 켄지의 그림이 너무나도 환상적으로 어울린 GOTH는 오츠이치의 다크계 작품으로, 오츠이치의 팬이라면 결코 놓치고 싶지 않은 작품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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