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 홀리데이
오츠이치 지음, 가요하라 히로 그림 / 학산문화사(만화) / 2009년 6월
평점 :
품절



 실종 HOLIDAY.
처음에 이 제목을 봤을 때 고개가 갸웃거렸다. 실종에서 받을 수 있는 어감과 HOLIDAY라는 말에서 받을수 있는 느낌의 차이가 컸기 때문이다. 실종이란 말 속에 들어 있는 어둡고 두려운 감정과 밝고 여유로운 느낌의 HOLIDAY의 뜻인 휴가나 휴일과는 왠지 어울리지 않는 조합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과 더불어 오츠이치의 다크계일까, 아니면 퓨어계일까 하는 호기심도 동시에 발생했다. 내가 이제껏 읽은 오츠이치의 작품 중 너밖에 들리지 않아를 제외한 다른 작품들은 전부 다크계였기 때문이다. 실종이란 말이 들어 있으니 다크계일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책을 펼쳤는데, 첫장에서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이유인 즉슨, 작화가 너무 귀엽고 발랄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스토리 또한 귀엽고 발랄하다.
즉, 이 작품은 오츠이치의 퓨어계 이야기라고 보면 될 듯 하다. 물론 만화이지만, 원작이 오츠이치의 작품이기 때문에 이렇게 쓰고 있는 것이다.

대재벌의 외동딸, 스가와라 나오는 자신의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줄곧 두려움을 느껴왔다. 그 이유는 스가와라 가문과는 피 한방울 섞이지 않았다는 사실때문이다. 여기에 젊은 새어머니의 등장으로 나오는 더욱더 침울해진다.

새어머니 쿄코와의 말다툼에서 아버지가 쿄코의 편을 든 것에 격분해 가출을 한 나오는 친구집에서 이틀을 머물다가, 집으로 몰래 숨어 들어가지만, 왠지 집안 분위기는 평상시와 다름없는 듯하다. 더욱더 불안함을 느낀 나오는 스가와라家에서 일하는 쿠스노키 쿠니코의 방에 숨어 지내면서 엄청난 계획을 세운다.

즉, 스스로를 유괴해 아버지의 마음을 자신에게 다시 돌리고, 쿄코를 내쫓겠다는 계획을....
처음엔 장난처럼 시작했지만, 점점 더 거짓말은 커지고, 걷잡을 수 없는 상태로 일은 돌아간다.

이 작품은 피 한방을 섞이지 않았을지라도, 함께 지낸 가족의 유대가 얼마나 강하고 큰 것인지를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특히 자신의 어머니를 너무나도 사랑했던 아빠, 그리고 자신을 진짜 딸로 받아준 아빠. 쿄코 역시 나오와 툭닥거리긴 했지만, 나오를 걱정하는 마음이 크다.

그리고 가족 이야기와 더불어 이 책은 나오의 마음의 성장을 이야기 하고 있기도 하다. 자신의 상황만 생각하고, 자신만을 동정했던 나오가 자신이 얼마나 철부지였던가를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

엉뚱한 유괴 소동으로 시작해 가족간의 사랑 이야기로 마무리 지어졌지만, 여기엔 하나의 반전이 있다. 중간중간 복선이 깔려 있어 찾으려면 쉽게 찾을 수도 있지만, 자칫하다간 놓칠 수도 있다. 그러나, 반전의 묘미는 막판에 있는 게 아니겠는가.

오츠이치가 20대 초반에 쓴  발랄하고 경쾌한 유괴 이야기. 그리고 마지막 반전이 주는 재미까지. 오츠이치의 퓨어계 작품을 거의 접해보지 못했던 나로서는 의외의 수확이랄까....

참. 이것은 만화책이므로 작화를 담당한 기요와라 히로에 대한 이야기를 빼먹으면 안되겠지.
밝고 명랑한 책의 분위기에 맞게 작화도 굉장히 귀엽고 사랑스럽다. 특히 나오의 표정은 어찌나 귀엽고 사랑스러운지... 나오의 감정 변화에 따른 표정들도 주목해 볼 점이다.

더불어 한가지 더 이야기 하자면, 기요와라 히로는 오츠이치의 다른 퓨어계 작품인 너밖에 들리지 않아의 작화를 담당하기도 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