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 책 (포켓북) - , Books of Blood Best Collection 1
클라이브 바커 지음, 정탄 옮김 / 끌림 / 2009년 8월
평점 :
절판


 
공포만 한 즐거움도 없다.
그것이 내가 아닌 다른 사람과 관련된 것이라면. (309P)
  
 클라이브 바커의 피의 책 포켓북은 예전에 나왔던 피의 책(2008)을 분권하여 재발행된 것이다. 2008년에는 피의 책과 미드나잇 미트트레인의 합본이었다.
하여간, 자그마한 포켓 사이즈이지만 총 5개의 단편이 실려 있다. 작은 사이즈다 보니 책 자체는 무게감이 없지만, 그 내용은 묵직하고 충격적이다.

클라이브 바커.
그의 책은 요번에 처음 읽는다.
하지만, 그의 약력과 저자 서문을 보면서, 그가 쓴 책이 원작이 된 영화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헬레이져와 캔디맨.
호러 영화계에서도 유명한 두 편의 영화는 이미 오래전에 봤었다.

헬레이져 같은 경우에는 원작 소설 제목은 헬 바운드 더 하트이며, 우리나라에서는 악령의 상자란 제목으로 개봉되기도 했다. 여전히 난 헬레이져에 나왔던 핀헤드를 잊지 못하고 있는데, 이 영화의 원작자가 클라이브 바커란 것을 알고 환호성을 질렀다. (물론 속으로)

캔디맨 역시 클라이브 바커의 작품이며, 스티븐 킹이 추천사를 썼다는 이유만으로 이 책은 보증수표나 마찬가지다.

피의 책은 표지부터 섬뜩하다.
그 제목 그대로 <피의 책>이란 인간의 몸에 새겨진 유령들의 기억인데, 살아 있는 사람에게 유령들의 메세지가 쓰여졌다. 표제작이자 이 책에 실린 단편의 하나인 피의 책을 읽으면서, 난 지난 여름에 본 영화 메디엄을 떠올렸다. 비록 그 메세지가 다른 용도로 쓰인 것이지만 - 메디엄의 경우 시체에 주술을 기록하고 집을 지키는 용도로 했다 - 사람의 몸에 글씨가 새겨진 장면을 떠올리며, 소름이 쫘악 끼치는 기분이었다. 온몸 구석구석 한군데도 남기지 않고 쓰여진 메세지. 상상만으로도 등줄기가 서늘해지는 기분이다.

<야터링과 잭>은 인간인 잭과 하급 악마 야터링의 기싸움을 보여주는 단편인데, 요거 꽤 재미있다. 잔인하고 잔혹하기 보다는, 꽤나 유머스러웠다고나 할까. 솔직히 말해서 폴터가이스트 현상이 실제로 일어난다면, 그것만큼 무서운 일도 없겠지만, 나는 소설을 읽는 입장이다 보니 사람과 하급 악마 사이에서 벌어지는 기싸움이 참으로 즐거웠다.

<스케이프고트>는 잔혹한 면도 있지만, 왠지 안타까움이 더 컸다. 바다에서 죽은 자들이 떠밀려 오는 섬이란 독특한 소재를 사용했는데, 그들은 그곳에 버려진채 아무에게도 찾아지지 않는다. 비명횡사한 것도 속에서 천불이 날 지경이건만, 그들은 그대로 사람들에게 잊혀진 존재가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섹스, 죽음 그리고 별빛>은 잔혹하다거나 무섭다기 보다는 독특하다. 죽어서도 이승을 배회하는 유령들과 극단 배우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여기에 등장하는 유령들은 이승에 미련이 많아 그곳을 떠나지 못하고 배회하는 지박령같은 느낌을 주었다. 그리고 유령들이 다음 목적지를 향해 떠나는 여행은 왠지 내게 슬며시 웃음을 주었다. 죽어서도 무엇인가를 하고 싶은 열망과 열정이 만들어 낸 이야기가 이 이야기가 아닌가 한다.

<드레드>는 인간이 다른 인간에게 무자비한 심리 실험을 당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피실험자의 마음 속 공포를 끌어내는 실험은, 인간이 얼마나 악랄해질 수 있는가를 그리고 그러한 일로 인해 인간이 어디까지 망가질 수 있느냐를 극명하게 보여준 작품이다. 개인적으로 이 작품이 마음에 들었다.  

호러 장르에서도 슬래셔나 스플래터에 속하는 클라이브 바커의 작품은 난도질로 피가 튀고 살이 튀는 장면을 아주 세세하게 묘사해 놓았다. 하지만, 잔혹한 장면의 이면에 담긴 인간의 어두운 심리 묘사, 그리고 다양한 소재와 결합시켜 다양한 공포를 만들어 내는 그의 필력은 놀랍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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