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의 목소리 궤담 이토 준지 스페셜 호러 3
이토 준지 지음 / 시공사(만화) / 2008년 4월
평점 :
절판



 이토 준지의 만화는 표지부터 눈을 끌어 당긴다.
신 어둠의 목소리 궤담 표지의 여자 모습에서 그 눈은 이미 빛을 잃었다. 공포로 크게 뜬 눈과 그녀를 잡으려고 하는 손, 가슴쪽에 보이는 입까지 섬뜩함을 더해 준다.

이 단편집 속에는 총 7개의 단편이 실려 있다.
<소이치 전선>과 <소이치의 애완동물>은 어둠의 목소리에 실려 있던 <도깨비 집의 비밀>의 연작 단편으로 소이치의 어릴적 모습을 보여 준다. 조금은 어이없게도 도깨비 집의 비밀이 소이치의 꿈이었지만, 소이치 자체는 악의를 가득 품고 있는 아이이다. 그러니 꿈도 그런 꿈을 꾸는 게 아닐까.

온 세상에 악의를 품고 있고, 그 악의를 발산하며, 언젠가 그렇게 될 자신을 꿈꾸는 소이치. 누나가 데려온 고양이를 길들이며, 자신의 주변에 저주를 내린다. 고양이도 그런 소이치의 영향을 받는지 점점 더 기묘하게 모습이 변해가는데, 솔직히 말해서 귀여웠던 고양이가 그렇게 변해가는 모습에는 거부감이 좀 생길 정도였다. (개인적으로 고양이를 참 좋아하는 사람이라, 고양이가 요물로 변하는 모습을 보면 안타깝다)

여튼간에, 저주는 되돌아 온다고 했던가. 말에는 힘이 있고, 그 말에 악의가 담기면 담길 수록 자신에게 돌아오는 고통은 커진다고 했다. 그것을 언령(言靈)이라고 하는데, 여기에선 구체적인 언급은 없다. 결국 소이치가 걸었던(?) 저주의 악담은 고스란히 자신에게 돌아오지만, 반성할 기미가 전혀 없다.

이런 모습을 보면 악인이란 타고 나는 것인가하는 의문도 생긴다. 그 끝을 알 수 없는 어둠을 마음에 품고 산다는 것. 타인을 불행하게 하는 동시에 자신 역시 불행하게 만드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문득 든다.

<마주 보는 거울의 계곡> 같은 경우에는 상대방에게 가진 증오심이 얼마나 큰 파멸을 가져오는가를 보여준 작품이었고, <유렁이 되고 싶지 않아>같은 경우 자신이 죽기만을 기다리는 한 여자를 보면서 공포에 떠는 남자의 이야기였다.

<장서환영>은 조금 안타까운 느낌이 드는 이야기였다. 어머니의 추억으로 가득한 책과 관련한 이야기에 집을 나간 어머니에 대한 분노를 아들에게 표출한 아버지의 환영으로 고통받는 한 남자의 이야기로, 그 남자는 결국 모든 장서를 암기하는 데 성공하지만, 그 자신을 잃어버리게 된다는 이야기였다. 

어린 시절 받은 고통이 고스란히 남아 장서 암기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한 남자. 결국 빈껍데기만 남은 그는 살아도 산 것이 아니게 되어 버렸다. 

<어둠의 절창>은 스토커였던 남자의 자살 후 한 여자에게 벌어진 이야기이다. 그 남자가 그녀를 향해 불렀던 노래는 주위 사람을 공포로 몰아간다. 사랑에 대한 집착이 커다란 비극을 나았다는 것도 그렇지만, 인간을 실험 대상으로 보는 인간같지 않은 인간이 등장함으로써 약간의 반전 효과를 준 작품이라고 할까.

<궤담> 은 한자로 潰談이라고 쓴다. 이 潰자는 흩어질 궤인데, 이 이야기를 읽어 보면 제목의 뜻을 확실히 알 수 있으리라. 인간의 욕망이 가져온 비극적이고 참담한 결말. 솔직히 말해 호러를 즐기는 나로서도 속에서 구역질이 밀려올 만큼 잔혹했다. 

총 7편의 단편은 각양각색의 소재를 가지고 있다. 증오, 절망, 비애, 분노 등 인간의 어두운 심리를 중심으로 그려낸 이 단편집은 이 추운 겨울날 읽어도 등줄기가 서늘하게 만들어 주는 그런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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