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점 아키라 - 뉴 루비코믹스 509
야마시타 토모코 지음 / 현대지능개발사 / 2007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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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마시타 토모코를 처음 접한 것은 터치 미 어게인이라는 작품이었다. 만화가 아닌 드라마 CD로 접했지만, 그곳에 수록된 세 편의 단편은 풋풋함이란 걸 내게 안겨 줬다. 코믹하면서도 뭔가 애틋함이 묻어 나오는 작품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주점 아키라는 선술집 아키라의 점장 아키라와 그 주변 인물에 관한 이야기이다. 30대 초반의 아키라는 이제껏 노말로 평범한 나날을 살아 왔지만, 갑자기 그의 인생에 끼어든 아르바이트생 - 건방지고 마이 페이스인 - 토리하라에게 갑작스런 고백을 받고, 당황스러워 어쩔 줄을 모른다.

생각을 해보면 누구에게 고백을 받는다는 것은 큰 사건이다. 그게 남자이든 여자이든. 남녀사이에서도 고백이란 건 큰 사건인데, 남자가 남자에게 고백을 받는다는 것은, 특히 노말로 살아왔던 남자인 경우 그 충격이 큰 것은 당연하다. 

그 마음을 섣불리 받아 들이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서른이 넘으면 연애란 당연히 조심스러워지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이성간의 연애도 그러할진대, 동성에게 고백받고 그 사람에게 마음이 조금씩 기우는 자신을 볼 때, 얼마나 당황스러울까.
주점 아키라는 그런 아키라의 마음의 변화가 잘 묘사되어 있다.

또한 토리하라, 그리고 사장인 마키의 시점으로도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토리하라는 건방지고 마이 페이스대로 사는 20대 청년으로 보이지만, 그 역시 아키라에게 고백을 할 때는 무척이나 고민을 했고, 또 그와 정식으로 사귀게 되면서 닥치는 여러 상황들에 난감해 하기도 하고, 어려워 하기도 한다.

세 사람의 입을 통해 진행되는 이야기는 굉장히 독특하고 좋았다. 특히 1인칭 시점은 화자의 심리를 가장 잘 표현해주기 때문에, 그들의 마음 속을 샅샅이 들여다본 느낌이라고 할까.

나도 서른이 넘은 나이라, 이젠 연애를 하고 사랑을 하는 설레임이나 기쁨 보다는 상처를 받게 될 것이 두렵다. 물론 아키라처럼 동성에게 고백받고 그런 것에 두려워할 입장은 아니지만, 이성에게 고백받는다 해도 그 고백을 순순히 받아들이기엔 나이를 너무 많이 먹어 버린 것이다.

책 중간에 나오는 마키의 말이 내 마음에도 쏙 들어 왔다.

"조심해. 서른이 넘으면 잘 안낫는다구. 다치지 마."

라는 표현은 꼭 내 마음을 읽은 듯한 그런 느낌이었다. 사실 나이가 들수록 몸에 생기는 생채기가 낫는 시간도 오래 걸리지만, 마음의 상처는 더 오래간다. 나이를 먹어 사랑을 하면 좀더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살아온 시간이 쌓인 만큼 한 번에 받는 상처는 더욱더 깊어지게 마련이니까. 

처음 이 책을 펼쳤을때는 가느다란 펜선으로 그려진 작화에 익숙하지 않아서 애를 먹었으나, 난 곧 이 이야기에 풍덩 빠져서 작화는 신경도 쓰지 않게 되었다. 만화라는 장르인 이상 작화도 중요하겠지만, 그래도 제일 중요한 건 스토리니까.

본편이 끝난 후 수록된 단편인 FOGGY SCENE은 동성의 남자 친구를 좋아하는 고교생의 이야기인데,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고백을 하지 못하고, 우연히 게이바에서 만났던 임시 교사와의 아슬아슬한 연애를 한다. 두번째도 이렇게 아픈데, 첫번째라면.... 이라는 대사가 몇 번 반복되면서 토오루의 마음이 그대로 드러나는데, 그 모습을 보니 어찌나 마음이 아릿한지...

리버사이드 문라이트는 보면서 큭큭대고 웃었다. 어찌나 귀여운 망상을 하는지....

그리고 제일 마지막에 수록된 주점 아키라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인 점장일기까지 참으로 즐겁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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