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량의 상자 1
쿄고쿠 나츠히코 지음, 시미즈 아키 그림 / 삼양출판사(만화) / 2009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망량의 상자를 처음으로 접한 것은 애니메이션을 통해서였다. 원래 음양사가 등장하는 장르를 좋아했기 때문인지, 고르는데 아무런 거리낌이 없었다. 그리고 난 순식간에 애니메이션의 내용에 매료되었다. 그래서 만화책을 봤을 때, 다시 한번 이 이야기와 만나겠다는 결심을 했다.
 
망량의 상자는 교코쿠 나츠히코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만화이다. 그러나 나는 원작 소설은 아직 읽지 못했고, 애니와 만화로만 접했으니, 뭔가 순서가 잘못 되어도 한참 잘못된 느낌이다. (笑)

이 만화의 배경은 1950년대 초반.
그리고 등장 인물의 수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다. 게다가 교코쿠 나츠히코 소설에서 나오는 특징답게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고, 모든 사건들은 제각각인듯 보이지만, 조금씩 접점이 보인다. 또한 시간의 순서가 중심이 되는 인물에 따라 왔다갔다 하므로, 정신차리지 않으면 헷갈리기 쉬운 것도 사실이다. 

1권의 전반부의 경우 여고생 스기모토 요리코와 유즈키 카나코와 관련한 사건 중심이다. 서로의 환생체라 믿는 이 둘은 부모 몰래 마지막 열차를 타고 호수를 보러 가기로 하지만, 카나코가 역에서 기차에 치이는 사고를 당한다. 그리고 아직은 두드러지게 나오지는 않지만 간토지방에서 여성들이 실종되고 토막 사체로 발견되는 일도 잠깐씩 언급된다.

1권은 카나코의 사건과 더불어 여러 사람이 얽혀 들어가게 되는데, 유즈키 카나코의 언니로 나오는 영화배우 미나미 키누코, 현재는 유즈키 요코라는 이름의 여자가 등장한다. 또한 카나코가 치인 열차에 우연히 타고 있던 키바 형사, 그리고 소설가 세키구치, 잡지사에서 근무하는 토리구치, 추젠지 아키히코의 여동생 추젠지 아키코까지 셀수 없을 만큼 다양한 인물이 등장하면서 그들과의 관계가 조금씩 드러난다.
거기에다가 세키구치와 관련한 수수께끼의 소설가 쿠보 슌코와 요리코의 집과 관련해서는 온바코사마가 등장하기까지..

등장하는 인물들의 수도 많거니와 그 관계는 이리저리 거미줄처럼 뻗어 있고, 시간 순서도 얽혀 있어 왠지 정리하면서 읽어야하지 않을까 하는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하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읽다보면 쿄쿠쿠 나츠히코의 여타 소설처럼 접점이 하나둘씩 생겨나고 모든 것이 완전히 이어질테니 구석구석에 깔린 복선을 지나치지 않고 넘어가기 위한 노력은 필수다.

어둡고 음울함이 구석구석 배여있지만, 그것이 이 만화의 매력이기도 하다. 특히 난 이 만화에 나오는 누구보다도 요리코가 제일 신경쓰인다.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그 속은 알 수 없다. 자신의 가정 환경과 부모에 대한 증오를 가진 요리코는 언뜻 보기엔 카나코를 위하는 것처럼 보여도 자신의 만족을 위해 카나코의 존재를 좋아한다는 느낌이 든다. 그런 요리코의 표정은 섬뜩하기 그지 없다.

1편의 마지막은 미마사카 근대의학연구소에 있던 카나코가 유괴 실종되는 것으로 끝나며, 모든 것은 아직 수수께끼이다. 무언가 큰 비밀 한가지씩을 숨기고 있는 사람들, 그리고 동시다발적으로 전개되는 사건들은 이 책의 도입부의 역할을 하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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