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언제나 금요일은 아니지!
호어스트 에버스 지음, 김혜은 옮김 / 작가정신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호어스트 에버스의 <세상은 언제나 금요일은 아니지>는 뭐라고 해야 할까. 독일판 쇼트쇼트라고 해야 할까?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의 챕터를 나누고, 그 밑에 수많은 자잘한 이야기가 있다. 짧은 이야기로 구성된 이 책은 어찌 보면 연작소설 같기도 하다.

이 책에 있는 글들은 1997년부터 2001년까지 만들어진 이야기 모음집이라고 한다. 원래는 책이라는 출판물을 염두에 두고 쓰여진 것이 아니라, <희안한 박사의 새벽술>과 <수요결산>이라는 무대에서 낭독된 이야기라고 작가가 서문에 밝혀 두었다.

으흠.. 낭독이라고? 그럼 무대 극본은 아닌가 보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일단 책을 펼치고 읽기 시작했다. 물론, 목차부터 차분히.. 목차에 나온 소제목부터 난 웃음을 터뜨렸다. 왠지 이거 정말 유쾌할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사실, 독일 문학은 고전을 제외하고는 거의 접해본 기억이 없어, 사실 좀 망설여지긴 했지만, 독서 편식이 심한 나로서는 내가 쉬이 접하지 못했던 나라의 문학에 대해서도 늘 궁금했었기에, 용감하게 책을 읽어 나가기 시작했다.

이 소설책의 화자이자 주인공은 작가 자신의 이름을 따왔다. 뭐, 주욱 읽어 보니 작가 자신이 모델이 된 것 같기도 하다. 하여간에 늘 세상이 금요일이기를 바라는 남자 호어스트가 펼치는 황당무계한 모험의 나날들이 나에게 큰 웃음을 던져 주었다.

어찌보면 참 낙천적이고, 어찌보면 게으르기 이를데 없는 생활을 하고 있는 호어스트의 삶은 뒤죽박죽 엉망진창이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오늘의 할일 목록만 줄기차게 작성하다가 제풀에 지친다거나, 야간 버스에서 잠이 들어 버려 자신의 집과 반대쪽으로 가는 경우도 흔하다. 바에서 만난 여자의 집 화장실에서 잠이 들어 버리고, 자신과 함께 이웃들을 동시 입원시키는 일도 해버린다. 그외에도 세금 고지서 정리가 하기 싫어서 가출을 하는등, 호어스트의 일상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이다.

어떻게 보면 마이 웨이, 마이 페이스대로 사는 그가 좀 부럽기도 하다. "건강한 무기력은 황금과도 같다."는 말은 일상에 그리고 직장 생활에 지친 현대인들에겐 꿈과 같은 말이리라. 

언제나 늘 금요일처럼 사는 남자, 호어스트의 이야기를 읽으며, 나의 일주일은 어떨까하고 생각해봤다. 
새벽까지 책을 읽고, 정오에 일어나 블로그 접속을 하고, 노닥거리다가 배고프면 밥 좀 먹고, 서평쓰고, 또 책을 읽고, 밤을 새고.. 
그런 생활을 하는 나는 언제나 일요일처럼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의 경우는 집 밖으로 나가는 일이 없어 호어스트처럼 파란만장한 삶을 살고 있지는 않지만, 호어스트가 꿈꾸는 언제나 금요일 같은 세상 ㅡ 주말을 생각하면 느긋한 기분을 누릴수 있는 그런 날 ㅡ 은 우리 모두가 꿈꾸는 세상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모든 날이 금요일 같을 수만은 없다. 호어스트의 엉뚱하고 위험천만한 금요일 같은 나날을 보면서, 늘 금요일 같은 것도 별로 좋아보이지는 않는다. 우리는 일탈을 꿈꾸며, 또한 마이 페이스로 살아가길 원하지만 현실의 벽은 높다. 한번씩 이렇게 호어스트의 삶을 보면서 나의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규칙적으로 생활하는 것이 얼마나 귀중한 것인지를 한번씩 깨달을 필요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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