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다미 넉장반 세계일주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7
모리미 도미히코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08년 8월
평점 :
품절


 제군들 준비되었나.
그럼 이제부터 망상 폭주 기관차에 불을 댕겨라~~~
그리고 소리 높여 망상적 청춘을 구가하라~~~

이 책에 대한 감상을 말하라면 한마디로, 최고로 재미있고, 즐겁고, 유쾌하고, 신난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만 표현하자니 이 책에 대해 미안한 마음이 든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 책을 읽는 야심한 새벽 시간, 난 미친듯이 웃고, 자지러지게 웃고, 뒤집어지도록 웃었다. 

이 책은 모리미 도미히코가 두번째로 펴낸 소설이다. 그의 데뷔작인 태양의 탑,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달려라 메로스, 유정천 가족, 그리고 여우 이야기까지 우리나라에서 번역 발간된 그의 소설을 모조리 섭렵한 난 그의 두번째 소설을 이제서야 읽게 되었다. 조금 늦게 읽게 되어 아쉬운 마음이 크지만, 이렇듯 웃음 폭탄과 망상 작렬을 안겨주는데, 그 서운함은 뒤로 미루리라. 

하여간 그 책들에 나오는 등장 인물들과 함께 난 기꺼이 망상 폭주 기관차에, 한번은 가짜 헤이잔 전철(유정천 가족)에 몸을 싣고 달리고 또 달리고 또 달렸다. 그러나 여전히 망상 폭주 기관차는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더 힘차게 달린다. 마치 끊임없이 연료가 공급되는 꿈의 기차처럼 말이다. 실제로 이런 기차가 있다면 나는 절대로 내리지 않으리라.

<다다미 넉장반 세계일주>는 굉장히 독특한 구성을 가지고 있다.
마지막 80일간의 다다미 넉 장 반 일주편에서 그 비밀이 밝혀지지만, 난 처음부터 밝히겠노라.

처음에 1화를 다 읽고 나니, 왠지 한편이 완결된 느낌이 들었다.
혹시, 4편의 연작 소설인가 하는 생각도 잠시 들었다. 그러나 궁금증을 꾸우우우욱 누르고 다시 2화를 읽었다. '어라라? 근데 왜 이게 1화의 도입부랑 똑같지???' 라는 생각에 '혹시 내가 잘못 편집된 책을 샀나?' 하는 근심걱정이 쓰나미처럼 밀려왔다.
그러나, 그것은 역시 페이크였다. 마지막을 화려하게 장식해 줄...

자... 제군들..
궁금하지 않은가? 왜 도입부의 이야기가 4화까지 반복되는지.
내가 제군들을 어여삐 여겨 그 비밀을 살짝 이야기해주겠노라.
귀를 열고 경청하라.

혹시 제군들은 슬라이딩 도어즈(Sliding Doors, 1998)라는 영화를 본적이 있는가.
한 여인네가 전철을 타느냐 타지 못하느냐에서 갈리는 운명에 관한 영화말이다.
그것과 비슷하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주인공이 대학 1학년 파릇파릇한 시기에 네 개의 동아리, 즉 영화 동아리 계, 제자 구함, 소프트볼 동아리 '포그니', 그리고 비밀기관 복묘반점(福猫飯店) 중 어느 것을 선택하느냐가 관건이다.

총 네 개의 선택지 중 무엇을 선택하느냐에 따라서 주인공의 대학 생활의 양상이 조금씩 바뀐다. 아니지, 많이 바뀐다. 
오호라... 그렇게 생각하면 무슨 컴퓨터 게임을 하는 느낌이다. 
어느 루트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전개 방식이 바뀌는 그런 게임말이다.
이런 경우에는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에 가깝지만.
그러나, 어느 루트를 선택하더라도 혹부리 영감의 혹처럼 떡하니 붙는 게 있으니, 그건 바로 남의 불행을 반찬 삼아 밥 세공기를 뚝딱하고 비울수 있는 주인공의 타기할 벗 오즈가 바로 그 인물이다.  

그렇다고 해서 매회 새로운 인물이 등장하는 것은 아니다. 같은 인물이 등장하지만, 그들의 역할을 조금씩 바뀌어 새로운 인물로 재탄생해서 나온다. 그런 것이 또한 이 책이 주는 큰 즐거움의 하나이다.

그리고 이 책에 자주 등장하는 용어인 고양이 라면의 정체라던가, 암중전골이 무엇인지, 찰떡곰맨이 무슨 역할을 하는지, 또한 카모 강변에서 갑자기 등장한 무뇽무뇽한 나방떼가 어디서 출현한 것인지, 그리고 주인공의 호기를 상징하는 콜로세움이 어떤 모습으로 각 이야기에서 등장하는지, 그런 것도 주의 깊게 살펴 읽으면 이 책을 더 즐겁게 읽을 수 있다.

또한 이 책을 읽다보면 저자의 다른 책에서도 등장하는 인물들이나 장소들을 만날 수 있다. 조금만 귀띔해주자면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에 등장하는 히구치, 하누키씨도 비중있는 인물로 등장하며, <유정천 가족>에 나온 시모가모 너구리 일족이 사는 다다스 숲과 그 신사도 등장한다. 나머지는 제군들이 직접 발굴할 기쁨을 선사하겠노라..

우리의 주인공이 사랑의 훼방꾼에서, 자학적 대리대리전쟁의 대리인에서, 달콤한(그러나 알고 보면 오즈에게 속고, 혼자 망상하던)  생활인에서, 80일간 다다미 넉장반 일주를 한 로빈슨 크루소에서 탈출하여 그가 꿈꾸는 장밋빛 캠퍼스 라이프로 도달할 수 있었는지, 아닌지는 제군들이 직접 읽고 알아내길...

그러나, 제군들이 그 결말에 이르기전 작가의 청산유수같은 달변에 헤실헤실, 무뇽무뇽한 상태가 되어도 내 알 바 아니니, 그 점은 각오하고 이 책을 펼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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