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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빨강 2 ㅣ 민음사 모던 클래식 2
오르한 파묵 지음, 이난아 옮김 / 민음사 / 2009년 11월
평점 :
절판
오르한 파묵의 내 이름은 빨강 1권을 읽고난 후, 독특한 서술 방식과 전개 구조, 그리고 1500년대 말의 오스만 제국의 예술 문화에 관한 이야기와 그 시대 사람들의 이야기에 내 마음은 완전히 사로잡혔다. 그리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2권을 펼쳤다.
2권은 1권에서 살해된 엘레강스와 에니시테의 살해범을 찾는 일과 카라와 셰큐레의 사랑이야기가 주로 전개된다.
카라는 셰큐레와의 결혼 약속이었던 에니시테의 살해범을 찾기로 한 약속을 지키고 또한 에니시테의 죽음 후 바로 진행된 자신들의 결혼에 대한 의혹, 그리고 셰큐레의 전남편의 동생 하산의 질투와 위협에서 벗어나기 위해 애를 쓴다.
2권 역시 모든 장은 1인칭으로 서술된다.
그리고 역시 사람뿐만 아니라 사물까지도 1인칭 서술을 한다.
이는 나중에 나오지만, 이야기꾼의 입을 빈 그림속 등장 인물이다.
1편에서는 개, 나무, 금화, 빨강등이었다면, 2편에서 등장하는 것은 말, 악마, 두명의 수도승, 여자이며, 이 모든 것은 카페의 이야기꾼을 통해 전해지는 이야기이다.
또한 1편에서 엘레강스의 죽음에 대한 조사를 지시한 것은 에니시테였지만, 에니시테가 살해당한후 카라는 화원장 오스만과 함께 엘레강스와 에니시테의 살해범을 조사한다. 화원장과 함께 엘레강스가 쥐고 있던 말그림을 그린 사람을 찾기 위해 무수히 많은 술탄의 소장품 그림을 뒤지면서 오스만은 오스만 제국의 예술과 서양화풍이 들어오기 시작하던 그 시기의 화풍의 충돌에 대해 생각한다. 이는 작은 범위로 화풍의 충돌이지만, 크게 보면 예술 문화전반의 변화의 바람을 의미한다고 본다.
그 시대 이슬람 문화를 주도했던 세밀화와 서양에서 도입된 원근화법은 사물의 인식부터 차이가 난다. 세밀화가 신의 눈으로 그린 그림이라면, 서양화는 사람의 눈으로 그린 그림이기 때문이다. 서양문물의 도입으로 이슬람 예술의 뿌리가 흔들리고, 세대가 교체되어 가는 시기의 사상적 문화적 충돌은 불가피한 것이었다.
이슬람 문화, 그리고 1500년대의 오스만 제국의 역사나 문화 예술 사회 정치적인 면에 대한 지식이 전무한 나로서는 이 모든 것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기란 어려웠다. 어느 시대나 예술인들의 고뇌는 있어 왔고, 그것이 세대를 교체할 무렵에는 반드시 충돌이 있어 왔다. 특히 종교와 관련된 것이라면 그 수용이 더욱더 어려웠으리란 것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그러나 그런 철학적이고 예술적인 이야기에 대한 이해를 떠나 두 사람의 살인 사건의 범인을 찾아가는 추리적 구성 요소라든지, 카라와 셰큐레, 하산 혹은 카라와 세큐레, 그리고 딸을 너무나도 사랑한 에니시테라는 각각의 삼각 관계적 요소와 결합한 사랑 이야기 역시 매우 흥미로웠다.
그리고 마지막 페이지를 읽으면서 굉장히 놀랐던 것은 이 이야기를 쓴 사람에 대한 언급이다. 셰큐레의 둘째 아들로 나온 오르한(저자의 이름과 같다)이 어머니의 이야기를 듣고 그 후에 글을 쓴 것처럼 언급이 되어 있다. 이 역시 매우 재미있는 부분중의 하나다.
역사와 절묘히 결합된 추리 영역, 예술과 철학적 요소, 그리고 사람 이야기에서 절대 빠질 수 없는 사랑 이야기까지. 오르한 파묵의 내 이름은 빨강은 나에게 생소한 터키 문학에 대한 관심을 갖게해 준 책이며, 우리가 잘 모르는 오스만 제국의 역사나 예술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게해 준 책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