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빨강 1 민음사 모던 클래식 1
오르한 파묵 지음, 이난아 옮김 / 민음사 / 2009년 11월
평점 :
절판



 오르한 파묵.
그는 아직 내게 낯선 작가이다.
터키 이스탄불에서 태어난 오르한 파묵의 이름은 들어본 적이 있지만, 아직 그의 책은 하나도 읽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내 이름은 빨강은 1500년대 오스만 투르크 제국, 즉 현재 터키의 전신인 나라로 광대한 영토를 지배한 다민족 제국을 시대적 공간적 배경으로 하고 있다.
낯선 나라, 낯선 시대라는 것이 설레임도 주었지만 걱정이 앞선 것 또한 사실이다.

일단 작가 소개와 뒷표지를 읽으며 이 책이 어떤 식으로 전개될 것인가를 혼자서 상상해보고, 또한 목차를 쭉 훑어보았다. 그러나 목차를 본 순간 난 당황하기 시작했다.
나는 무엇무엇 이다(입니다)로 1권에는 총 33개의 번호가 붙은 목차가 보였다.
사람 이름, 사물, 동물, 그리고 살인자라는 단어가 들어간 33개의 목차는 내 궁금증을 한껏 끌어 올렸다.

심호흡을 하고, 난 첫장부터 조심스레 펼쳤다.
마치 선물 상자를 개봉하듯.

처음부터 충격적이다. 엘레강스라는 한 세밀화가가 살해당하는 것으로 시작하는 이 소설은 각 장마다 그 이름을 내세운 사람 혹은 사물이 1인칭으로 서술한다.
좀 특이한 것은 개, 나무, 금화, 죽음, 빨강 등의 이름을 가진 것들 역시 1인칭으로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다. 개, 나무, 죽음의 경우는 그림의 소재로 쓰인 것들이고, 금화는 말그대로 그 당시 화폐, 빨강은 물감을 의미한다.
각 장에서 이름이 등장한 사람들 뿐만 아니라, 사물까지도 각각 그 장에서 1인칭 화자가 되는 책은 처음으로 읽어본 듯 하다.

그러나 이러한 것들이 가지는 특징은 각각의 화자가 자신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전개시켜 나간다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모든 것은 주관적인 입장에서 설명된다. 또한 화자들이 우리들에게 직접 이야기하고 있다는 느낌까지 든다.

그들의 이야기에 귀기울이며, 그 시대의 모습과 세밀화가들의 활동, 그리고 베네치아나 중국으로부터 들어온 화풍과 오스만 투르크 제국의 오랜 역사와 함께 해온 고유한 화풍의 충돌, 또는 그것을 받아들이면서 발생하는 세밀화가들 사이의 견제와 암투등은 시종일관 흥미진진하게 진행된다.

또한 카라와 셰큐레 사이의 밀고 당기는 사랑 놀음도 볼 만하다. 셰큐레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카라인지 아니면 다른 것인지 솔직히 의문스럽기도 하고, 둘 사이의 관계가 불안불안하기도 하다.

아직 엘레강스와 에니시테를 살해한 살인범은 윤곽조차 드러내지 않고 있다. 살인자는 분명 나비, 올리브, 황새라는 예명을 가진 세밀화가 중의 한사람이지만, 살인범, 나비, 올리브, 황새의 입을 빌어 진행되는 이야기를 집중해서 읽어 봐도 여전히 그 살인범이 누구인지 확실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일단 난 나비, 올리브, 황새 중 한사람을 지목하고 있지만, 과연 그 사람이 맞을지에 대한 것은 2권을 읽어 봐야 확실해질 듯 하다.
재능에 대한 질투, 외부로 부터 들어오는 새로운 기술에 대한 경외와 자신들의 고유의 것을 지켜야한다는 보수적 입장의 충돌, 이슬람교와 술탄이 지배하는 오스만 투르크의 사회상 등등 흥미로운 요소로 가득한 내 이름은 빨강 1권.

2권에서는 어떤 식으로 진행될지 기대감을 안고 서평을 끝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