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로로콩밭에서 붙잡아서 - 제10회 소설 스바루 신인상 수상작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15
오기와라 히로시 지음, 서혜영 옮김 / 작가정신 / 2007년 10월
평점 :
절판



 오기와라 히로시의 데뷔작이자 제 10회 소설스바루 신인상 수상작.
1956년생인데 1997년에 데뷔를 했으니 꽤나 늦게 데뷔한 셈이다.

근데 이게 데뷔작 맞아?
하는 감탄이 나오는 소설 <오로로콩밭에서 붙잡아서>.
읽는 내내 키득키득, 쿡쿡, 우와하하핫 하는 웃음이 터져나왔다.
그러나 억지로 웃기는 것도 아니요, 블랙 유머도 아니다.
지극히 순수한 웃음을 준다.

오기와라 히로시의 소설은 이제껏 <네 번째 빙하기>와 <벽장 속의 치요>을 읽은 게 다이지만, 읽을때 마다 웃음이 터져나왔다. 적절한 타이밍에 주는 웃음. 그게 오기와라 히로시의 소설이다.

<오로로콩밭에서 붙잡아서>는 일본 도호쿠에 있는 시골중의 시골, 속된 말로 깡촌 우시아나라는 마을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곳의 인구는 총 300명, 주요 농산물은 당근, 박고지 그리고 오로로콩.
이렇다 보니 마을 청년들은 하나둘 떠나가고 마을은 점점 몰락해간다.

그래서 마을 청년들이 하나로 뭉쳤다.
오직 하나의 목표, 우시아나를 부흥시키기 위해.

마을 청년회 회장인 신이치는 그래도 이 시골 마을에서는 도쿄물 먹은 엘리트다.
그리하여 신이치와 사토루는 도쿄로 가서 광고회사를 알아보다가 파산 직전의 유니버설 광고대행사에 수주를 하게된다.

유니버셜 광고대행사의 이시이, 스기야마, 무라사키는 우시아나 마을로 향해 그곳의 컨셉을 잡으려 하지만.... 이건 완전 맨땅에 헤딩하기다. 광고 아이템으로 쓸만한 것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 제일 큰 문제.

그리하여, 우시아나호에 우시아나사우루스를 출현시키기로 하는데.....

사실 우리나라도 정말 시골이 많다. 그러한 곳의 대부분은 우시아나 마을처럼 낙후되어 있고, 인구는 점점 줄며, 특히 젊은 층은 대부분 대도시로 나가버리는 형편이다. 사실 관광자원조차 없어 그렇게 사라져 버리는 마을이 한두군데가 아니다.

우시아나 마을을 보며 그 마을을 기사회생시키겠다는 의도는 좋았으나, 이게 사기가 아닌 사기가 되고 일본 전역에 큰 파동이 일고... 한때 공룡의 후예가 나타났다고 해서 몰려 오던 관광객도 그 사건의 진실을 보고는 발을 딱 끊어 버린다.

이런 일은 곳곳에서 수도 없이 일어난다.
매스컴에 의해 좌지우지 되는 사람들, 그런 모습에 쓴웃음이 난다.
하지만, 우시아나 마을 사람들의 순박한 모습, 자연과 더불어 함께 살아가고자 하는 모습은 훈훈한 감동을 주었다.  

도호쿠 지방의 사투리로 표기되어서 그런지 우리말 번역은 충청도 사투리처럼 해놓았다. 충청도 사투리에 익숙하지 않은 나 역시 처음엔 갸우뚱하면서 읽었지만, 익숙해지니 술술 읽혔다. 일본 사람들도 알아듣기 힘들다는 우시아나 방언. 우리 나라로 치면 제주 방언정도가 되지 않을까?

이 소설에서 웃음을 주는 건 사건만이 아니다. 등장 인물도 굉장히 특색 있는데, 내게 제일 웃음을 많이 준 건 역시 광고 대행사의 무라사키였다. 오타쿠 기질이 가득한 그의 행동, 그리고 그의 언사, 그리고 그의 과거와 관련된 이야기가 나올땐 난 웃음이 그냥 터졌다. 왠지 옆에만 있어도 즐거워질 것 같은 사람이 무라사키였다.

그리고 이 소설의 각 장은 광고 카피라이터를 직업으로 삼았던 오기와라 히로시의 감각을 보여준다. 그것은 광고 캠페인 제작 프로세스에 따른 제목으로 이 제목과 내용을 연관시켜 보면 그것도 또 하나의 재미다.  

도시와 시골. 그 대조적인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오로로콩밭에서 붙잡아서.
우리는 도시 생활에 익숙해져버린 나머지 자연의 고마움을 잊고 산다.
그리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도 이해관계로만 얽혀있는 경우도 많고.
적절한 풍자와 재치있는 유머로 잔잔한 웃음을 주는 이 소설은 우리가 당연시 여기면서 잊고 살아갔던 것에 대한 것을 다시금 떠올리게 해주었다.

이 소설의 속편 <사이좋은 비둘기파>은 또 어떤 식의 재치있는 웃음을 던져줄지에 대한 기대감을 품으며 이 서평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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