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트 심벌 2 - 완결
댄 브라운 지음, 안종설 옮김 / 문학수첩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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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권을 읽은지 열흘 정도가 지나 2권이 드디어 내 손에 들어왔다. 1권에서 시작된 추격전 진행 양상을 볼 때 2권은 숨 가쁘게 펼쳐지리란 예상이 들었고, 그 예상은 적중했다.
도대체 누가 적이고 누가 아군인지도 판단되지 않았다. 로버트 랭던도 그랬겠지만, 읽고 있는 나 역시 누가 적이고 누가 아군인지 수시로 판단이 바뀌곤 했다. 

2권에서는 이제껏 등장한 등장 인물들의 미묘한 심리적 변화와 행동의 변화, 그리고 읽고 있는 나 자신이 느끼는 등장 인물들에 대한 느낌의 변화도 있었고, 작가가 전해주는 그들에 대한 추가 정보 등도 눈에 많이 띄었다.

특히 CIA의 사토 같은 경우 1권에서의 느낌과 2권의 느낌이 아주 달라진 경우다. 사실 1권에서의 느낌은 별로였기 때문이다. 무슨 국가 안보 운운하며 관료주의를 상징하는 인물로 보였는데, 2권에서는 그런 느낌이 좀 완화되었다고나 할까.

말라크의 과거가 2권에서는 완전히 드러난다. 1권에 나온 과거보다 좀더 현재에 가까운 과거이야기이다. 그리고 그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 그리고 그의 야망, 그리고 그가 지금까지 준비해온 것들을 보면서 혀를 내둘렀다. 사실 어떻게 보면 사이코같기도 하고 정신병자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그가 감추고 있는 최고의 비밀이 드러났을 때는 난 완전히 경악을 해버렸다.

로스트 심벌은 랭던의 역할 뿐만 아니라 캐서린의 역할이 상당히 중요하다. 메이슨의 피라미드에 감춰진 비밀을 밝히는데 있어 캐서린이 가진 지식과 또한 추격자들을 따돌리는데에서도 캐서린의 비상한 두뇌가 한몫을 한다. 보통 이런 식의 소설은 남자가 주가 되고 여자는 종이 되는 경우가 많은데, 여기서는 오히려 캐서린쪽이 더 멋졌던 경우였다.

따라서 랭던의 역할은 오히려 다른 책들보다 축소된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또한 랭던은 고대 신비주의나 고대의 수수께끼등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많이 보인다. 그리고 랭던의 기호학에 관한 지식이나 수수께끼를 풀어 가는 과정도 다른 책에 비해서 좀 약하단 생각이 들었다. 대신 캐서린이란 든든한 지원군이 있었기에, 이런 랭던을 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CIA를 따돌렸지만 말라크에게 잡힌 랭던과 캐서린의 운명의 기로에서 난 내 심장이 조여드는 것 같은 느낌으로 어쩔줄 몰라하며  발을 동동 굴렀다. 물론 자세히 이야기하면 스포일러가 될 것이므로 내용에 대한 언급은 자제하겠으나, 하여간 랭던뿐만 아니라 읽고 있는 나도 십년감수했다고나 할까.

워싱턴 D.C를 배경으로 그곳에 감춰진 진실과 고대 신비주의, 종교, 과학등이 어우러져 커다란 틀을 만들어낸 로스트 심벌. 너무 많은 학문과 그에 대한 견해때문에 좀 산만한 느낌이 있을 수도 있으나, 책을 찬찬히 읽다 보면 모든 것은 한뿌리에서 시작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과학과 문명의 발달로 인간들이 잊어버리고 사는 진리에 대한 탐구와 추구. 로스트 심벌이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그러한 것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댄 브라운의 소설은 전개는 무척이나 흥미롭지만 마무리가 약하다는 평이 많다. 그러나 내가 읽은 로스트 심벌은 마무리가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물론 완전히 마음에 들게 끝난 것은 아닐지라도 말이다. 원래 수수께끼나 비밀의 신비는 공개되지 않을때 유지되는 것이다. 마치 마술의 원리를 알고 나면 시시해져 버리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 점을 감안해본다면 이 책을 결코 시시하다고는 이야기는 할 수 없을 것이다.  

로스트 심벌에 등장하는 다양한 등장 인물의 관계, 그리고 메이슨의 피라미드를 둘러싼 진실과 그것에 감춰진 비밀, 그리고 그것을 이용하려는 음모는 한순간도 눈을 뗄수 없게 만들 만큼 흥미로웠다. 그리고 후반부에 등장하는 반전은 충격을 넘어 경악에 가까운 감정을 가져다 주기도 했다. 그러나 그 반전에 대한 다른 등장인물들의 반응이 좀 신통찮았다는 점이 있기는 하다.

그리고, 세상에 존재하는 여러 가지 종교와 믿음, 그리고 과학적 토대에 근거한 사실과 신비주의에 근거한 현상들을 교묘히 융합해 내는 글솜씨에는 탄복했지만 결국 미국 중심의 사고방식, 그리고 성경 중심의 사고 방식에 대해서는 조금 아쉬운 부분이 생기기도 했다. 이렇다 보니 다른 종교나 학문 등은 왠지 그 나머지를 수식하는 배경 정도로 보이기도 한 건 사실이다.

세상에는 완벽한 책이란 없다. 비록 몇 가지 부분이 눈에 거슬리긴 했어도 전체적으로 아주 잘 짜여진 구성, 그리고 다양한 학문과 역사적 지식의 방대함, 빠른 전개와 마치 영화를 보는 듯한 서술 방식과 묘사는 댄 브라운 소설의 가장 큰 장점이라 생각한다.

워낙 섬세한 묘사가 많아 이 책을 읽으면서 머릿속에 한장면 한장면이 주마등처럼 떠올랐다. 실제로 영화로 제작된다면 어떤 식으로 묘사될까 하는 궁금함도 함께 생긴다.

댄 브라운의 또다른 소설은 언제쯤 다시 볼 수 있게 될까를 기대하며 서평을 마친다. 



덧> 2권을 읽으면서도 오자로 추정되는 것이라든지 문장이 매끄럽지 않은 부분이 눈에 띄었다.

6페이지 13~14번째 줄 : 아실는지 모르겠지만 <멜랑콜리 I>를 고대의 수수께끼를 알아내기 위해 싸우는 인류의 노력을 묘사한 작품이에요.

→ 아실는지 모르겠지만 <멜랑콜리 I>는 고대의 수수께끼를 알아내기 위해 싸우는 인류의 노력을 묘사한 작품이에요.

22페이지 밑에서 두번째줄 : 이 변신이 시작된 얼음처럼 차가운 강물이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  문장의 의미가 애매모호합니다.

244페이지 7~ 10번째줄 : "나로서는 역사를 통틀어 서로 아무런 공통점도 없는 인류의 모든 철학이 하나같이 똑같은 결론을 내리고 있다는 사실이 실로 놀라웠다. 거대한 계몽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는 거지요."

→ 문장의 앞뒤 관계를 따져보면 연결 구조가 어색합니다. 둘다 높임말로 서술되는게 매끄럽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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