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얼굴
아베 코보 지음, 이정희 옮김 / 문예출판사 / 2007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아베 고보의 1964년 作, 원제는 他人の顔

이 책은 내가 아베 고보의 책으로는 처음으로 접하는 책이다. 사실 이 책을 읽기전까지는 아베 고보라는 작가에 대해 알지도 못한 건 사실이다.
일단 1960년대에 쓰여진 소설이란 것과 책 표지의 글을 참고 삼아 찬찬히 책을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이 소설은 <나>라는 사람이 노트에 기술한 내용을 바탕으로 진행되는 독특한 구성을 가지고 있다. <나>는 실험실 액체 공기의 폭발로 얼굴을 잃어버린 과학자이다. 심한 화상으로 인해 얼굴에 붕대를 감고 다니는 <나>는 얼굴을 잃음으로써 타인과의 커뮤니케이션 통로가 차단되었다고 생각하고, 다시금 다른 사람들과의 통로를 열기 위해 자신의 얼굴을 대신할 가면을 만들기로 작정한다.

"인간이라는 존재는 타인의 눈을 통해서만이 자신을 확인할 수 있다고 합니다. 백치나 정신분열증 환자의 표정을 보신 적이 있습니까? 통로를 막아둔 채로 있으면 결국에는 통로가 있었다는 것조차 잊어버리게 됩니다." (35p)

새로운 얼굴을 가진 가면을 쓰고, 나는 철저히 타인이 된다. 지금까지 살아온 자신의 모습과는 또다른 자신의 모습에 희열을 느낀 나는 아내에게 접근하여 아내를 유혹한다. 의외로 자신의 유혹에 쉽게 넘어온 아내를 질타하기 위해 주인공 나는 세 권의 노트를 작성하는데, 이 노트가 바로 소설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즉, 노트에 쓰여진 내용이 나와 나의 아내 사이에 벌어진 일이라고 보면 될 것이다.

아내가 의외로 쉽게 유혹에 넘어간 것에 분노한 그.
그러나 그는 한가지 중요한 사실을 간과했다.
그는 자신의 안에 있는 타인의 모습만을 보았지, 아내의 마음 속에도 존재하는 타인의 모습을 전혀 알아채지 못한 것이다.

우리는 이 소설의 주인공처럼 직접 가면을 만들어 그걸 기분에 따라 바꾸면서 살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우리는 수많은 사람들을 대하며 그들에게 맞는 얼굴로 상대를 대한다. 천편일률적으로 타인을 대하는 사람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그것이 자신에게만 있다고 생각한 주인공. 그의 자기 중심적이며 다른 사람의 여러가지 얼굴을 받아들이지 못한 그는 결국 아내에게 버림받게 된다. 아내는 너무나도 자기 중심적인 남편에게 환멸을 느끼게 된 것이다. 아내는 처음부터 변함이 없었고, 그의 다른 모습도 자연스럽게 받아 들였다. 그런게 사랑이지만, 남편은 자신만을 생각한 나머지 아내의 다른 모습을 추악하다고 느끼게 된 것이다.

그런 남편에 대한 아내의 마음은 아내가 남기고 떠난 편지에 잘 나타난다.

사랑이라는 것은 서로 가면 벗기기 내기를 하는 것이라고, 그러기 위해서도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는 가면을 뒤집어 쓸 노력을 하지 않으면 안되는 거라고. 가면이 없으면 그것을 벗겨낼 즐거움도 없게 되는 셈이니까요. 알겠습니까, 이 뜻을. (300p)

가면이란 소재를 통한 인간 심리의 어두움과 미묘한 변화를 보여준 타인의 얼굴.
우리는 얼마나 많은 타인의 얼굴을 가지고 살고 있을까.
또한 다른 사람들이 가진 타인의 얼굴에 대해 얼마나 인정을 할 수 있을까.

★ 책 뒷부분에 실린 작가와 작품 해설 부분은 아베 고보라는 작가의 삶과 그의 여러가지 작품 활동에 대해 나와 있타인다. 나처럼 아베 고보라는 작가를 처음으로 접하는 사람에게는 아주 훌륭한 자료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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