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주세요
쓰지 히토나리 지음, 양윤옥 옮김 / 북하우스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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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있잖아. 모토의 꾸지람을 듣고 싶어. 바보에다 어리석고, 한심하기 짝이 없는 나를 마구 꾸짖어줘. 항상 징징대는 소리만 해서 미안해. 모토에게도 뭔가 괴로운 일이 있을지도 모르는데……."

"꾸지람을 듣고 싶어하는 마음은 잘 알겠어. 때로는 그런 것도 필요하겠지. 그러나 냉정한 비판을 받는다고 해도 근본적으로 네가 안고 있는 외로움에 서광이 비치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해. 그래. 너는 이 외로움의 동굴에서 네 힘으로 빠져나오는 것밖에 다른 방법이 없어.
나는 힘내라고 말하고 싶지 않다. 힘내라는 격려의 말을 기대하고 있니? 그건 지금의 네게는 역효과야. '힘내라, 열심히 살아라'라고 격려하는 소리들만 넘치는 세상, 이제 사람들은 그런 말로는 참된 힘이 솟지 않아. 나는 도리어 이렇게 말하고 싶어.
"힘내지 않아도 괜찮아."
너무 힘을 내려고 애쓰는 바람에 네가 엉뚱한 길, 잘못된 세계로 빠져드는 것만 같아. 굳이 힘을 내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해지잖니? 인간이란 실은 그렇게 힘을 내서 살 이유는 없어. 그렇게 생각하면 이상하게도 거꾸로 힘이 나지. 몹쓸 사람들은 우리에게 지나치게 부담을 주는 그런 사람들이야. 힘을 내지 않아도 좋아. 자기 속도에 맞춰 그저 한발 한발 나아가면 되는 거야."

                                                                 <본문 中>



 츠지 히토나리의 <사랑을 주세요>는 도오노 리리카와 나가사와 모토지로라는 두 인물이 편지를 주고 받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18세의 여고생 도오노 리리카는 부모에게 버려져 육아원에서 자랐다. 사람을 밎지 못하고 가슴속 상처를 감추며 살아가는 리리카의 자살 미수 사건이 발생한 후 나가사키 모토지로라는 남자에게 편지가 왔다.

이렇게 시작된 두 사람의 인연. 근 2년간 편지를 주고 받으며, 서로에게 일어나는 일을 이야기해주고 그에 대해 서로의 생각을 주고 받는 형식의 소설이다.

뭐랄까... 편지라는 건 늘 설레는 법이다.
요즘은 메일이란게 있어 편리하지만, 그래도 역시 손으로 쓴 편지가 최고다.
글씨속에 담긴 진심... 그게 고스란이 전해지는 손으로 쓴 편지.

리리카는 고교를 졸업하고 보육원교사가 되어 보육원에서 근무하던중 원아의 아버지와 불륜관계를 갖게 된다. 아버지의 정이 그리웠던 리리카에게 그건 당연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자신이 아버지의 정을 그리워하며 만나는 상대가 점점 집요하게 리리카에게 구애해오자 리리카는 자신이 그 사람의 단란한 가정을 파괴했다는 사실을 알게되고, 결국 그사람과 헤어지고 보육원도 그만두게 된다.

문제는 사랑이 무엇인가 하는 것이야. 그런데 그건 너와 마찬가지로 나도 몰라. 나는 아직껏 경험도 없고, 너처럼 남을 진정으로 사랑했던 적이 없으니까. 그러나 이 말만은 할 수 있겠다. 너무도 쉽사리 누군가를 사랑해버리는 이 시대에 쉽게 사람을 사랑하지 못한다는 건 결코 나쁜 일은 아니야. 사랑이 범람하고 있는 요즘 시대에는 더더욱 사랑과 진지하게 마주하는 게 옳다고 생각해.


한편 모토지로는 어머니가 편찮으셔서 병원에 자주 모시고 다니는데 그 병원에서 만난 간호사 아가씨와 사귀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 아가씨는 곧 루게릭 판정을 받게 되고, 결국 2년도 남지 않은 생을 살아가게 되었다고 한다.

이렇듯 서로에게 일어나는 일을 편지로 주고받으며 서로 격려해주기도 하고, 격려를 받기도 한다. 얼굴로 모르는 낯선 상대였지만 편지를 주고 받는 동안 서로에게 친밀감을 느끼게 되고 속마음까지 털어놓게 된 것이다.

뭐.. 줄거리는 대충 생략하고...

이 소설을 읽으면서, 정말 아.. 이 문장은 좋다, 라고 느낀게 참 많다.
편지라는 형식도 그렇지만, 특히 모토지로가 리리카에게 해주는 말들...
뭐랄까... 가슴이 찡해지는 말들.
울컥울컥하게 하는 말들...

몇년전에 읽었던 책인데...
사실 중간의 내용은 기억이 안나고 편지라는 형식과 결말이 어떻게 났는지만 기억을 하고 있었다. 다시 읽어보니 뭐랄까... 리리카가 상처를 치유받는게 아니라, 나 자신이 모토지로에게 내 상처를 치유받는 듯한 느낌이었다.

치유(治癒)받다...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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