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톰의 슬픔
테즈카 오사무 지음, 하연수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월
평점 :
품절



 아톰의 슬픔. 원제는 ガラスの地球を救え. 굳이 뜻을 해석해보자면 유리처럼 연약한 지구를 구해라.. 라는 뜻 쯤 될까요...

데즈카 오사무.. 그는 우주소년 아톰(원제 : 철완아톰/鐵腕アトム)과 블랙잭, 밀림의 왕자 레오등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져있는 만화가입니다.
저도 어린시절 우주소년 아톰과 밀림의 왕자 레오등을 보며 자라났구요.
당시에 아톰이 다치거나, 울면 저도 울고, 레오가 다른 사자들에게 따돌림을 당하면 또 울고...
울다가 웃다가 하면서 이 만화들을 봤던 기억이 납니다.

데즈카 오사무가 사망한지도 벌써 20년이 됩니다. 그리고 이책은 그의 사후 1996년에 간행되었고, 우리나라에 번역되어 출판된 건 올해 초입니다.

인터넷서점에서 어떤 책을 살까하고 고민하던중 책 제목이 눈에 띄여 이 책을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왜 굳이 이 책의 원제를 고수하지 않고, 아톰의 슬픔이란 제목으로 바꿨을까... 하고 생각해보니, 아톰이란 이름이 우리에게 꽤나 익숙한 것이라서.. 그랬지 않았나 싶군요...
언뜻 책 표지만 보면 애니메이션 아톰에 관한 이야기같지만, 사실 내용은 다릅니다.

책내용은 데즈카 오사무의 어린 시절 이야기나 만화를 그리게 된 동기, 그리고 그가 만화를 통해 전달하고 싶어 했던 메세지등등이 주된 내용입니다. 아톰이란 만화를 통해서는 과학의 발달에 따른 폐단을 블랙잭을 통해서는 인간의 존엄과 생명에 대한 메세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여타의 만화에서는 전쟁의 폐해와 상처들도 다루고 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에도 자연보호와 전쟁, 과학기술의 문제점에 대한 메세지가 담긴 작품이 꽤나 많습니다.  원령공주,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미래소년코난등등...

이 책을 읽으며 느낀 건 우리가 무심코 하는 행동에 지구가 얼마나 병들어 가고 있는가, 과학기술의 발달이 무조건 좋은 것만은 아니다... 등등의 생각을 해보게 되었습니다. 문명의 이기가 분명 편리한 점은 많지만, 역으로 보면 오존층은 파괴되고, 북극의 빙하는 매년 얇아지고 있으며, 해수면의 높이는 점점 올라가고 있습니다. 정말 이런 식이라면, 지구는 불과 몇세대안에 파괴되어 사라질지도 모릅니다.

언젠가 그런 신문기사를 본 적이 있습니다. 북극곰은 30년안에 멸종할 것이라고... 지구 곳곳의 아름다운 생명체가 지금도 알게 모르게 사라지고 있습니다. 눈에 띄지 않을 뿐이죠.
지금 당장 우리 세대에서는 별 문제가 없을지는 몰라도 긴 안목을 가지고 내다 본다면 지금 우리는 지구를 학대하고 있는지도 모르죠.
지구는 우리 생명의 근원인데도요.

저는 이 책의 내용이 모두 맘에 들었던 건 아닙니다. 특히 전쟁이야기는 좀 마음에 안들었습니다. 일본은 우리나라와 중국에 대해 침략전쟁을 벌였던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미군의 공습이란든지 그런 얘기만 써놨더군요. 그래서 미국이란 나라를 무서워 했고, 일때문에 미국에 갔을때도 두려웠다.. 라는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우리입장에서 보면 일본이 전쟁을 일으킨 장본인이므로 일본은 우리에게 그런 존재였었을 겁니다. 물론 지금은 일본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지만 말이죠..뭐, 저도 일본어를 공부하고, 일본친구를 사귀고, 일본 애니, 만화, 영화, 드라마, 가수, 성우등의 광팬이라 뭐 달리 할말은 없지만 말입니다... ㅡㅡ^  즉, 아픈 역사때문에 무조건 일본이란 나라를 배척하는 입장은 아니란 겁니다.

말이 좀 샜군요.. 다시 돌아가서..
일본이 진주만공습을 하지 않았다면, 아니 애초부터 전쟁이란 걸 선택하지 않았더라면  세상은 좀더 평화로울 수도 있지 않았나.. 뭐, 그렇다는 이야깁니다.

이 책을 읽고 그 내용을 어떻게 받아들일건가에 대한 문제는 지극히 개인적인 문제입니다.
이 책이 좋다 나쁘다 역시 개개인의 문제입니다.
전 지구환경보호와 과학기술 발달에 따른 문제에 대한 시각에는 동의합니다. 그러나, 이 책의 모든 내용에 관해서는 아닙니다. 제 주관적인 판단일 뿐이죠.

다음은 여러분 몫입니다.

책의 내용중 한 부분을 인용하는 것으로 포스팅을 끝낼까합니다.

결국 『우주소년 아톰』에서 말하고자 한 것은 과학과 인간의 소통문제였습니다.
아톰은 스스로 생각하고 느끼는 로봇입니다. 아톰이 인간이 되고 싶어 학교에 다니는 장면이 있는데, 수학 문제는 순식간에 풀어버리고 운동 실력도 월등히 뛰어납니다. 하지만 그 때문에 아톰은 엄청난 소외감을 느끼지요. 그 소외감과 슬픔을 아톰이 혼자 빌딩 위에 걸터 앉아 있는 모습으로 표현했는데, 그런 부분은 전혀 주목받지 못하고 과학의 힘이라는 점만 부각되었습니다.
어쩌면 오늘날의 인류는 진화의 방향을 잘못 잡은 것이 아닐까요? 예전처럼 '하등'한 동물로 존재하는 편이 좀더 즐겁게 살고 편안히 죽을 수 있는 길일지 모릅니다. 그랬더라면, 지구를 이렇게까지 몰아붙이는 일도 없었을 테지요. 인간은 잔인하고, 거짓말 잘하고, 질투심 많고, 타인을 믿지 않고, 변덕은 심하고, 사치스럽고, 동료들끼리 잔혹하게 죽이고 죽임당하는 추한 동물로 전락해버렸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인간이 사랑스럽습니다. 살아 있는 것 모두가 사랑스럽습니다. 우리가 이미 잘못된 길에 발을 들여놓았을지라도, 저 순진 무구한 어린이들이 있기에 나는 도저히 인류의 미래를 포기하거나 방치할 수 없습니다.

                                                                     「아톰의 슬픔」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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