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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쉰의 편지
루쉰 외 지음, 리우푸친 엮음, 임지영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04년 9월
평점 :
절판
루쉰의 편지는 몇 년전 구입한 책입니다. 근데 말이죠.. 왠일인지 진도가 나가지 않아 앞부분을 좀 읽다가 책꽂이에 고이고이 모셔뒀던 책이랍니다. 음... 게다가 요즘 책을 많이 읽다보니 책값이 들어가는 것도 만만치 않고, 예전에 읽었던 책을 다시 한번 읽어보고 싶단 생각이 들어 책꽂이에 있는 책들을 다시 꺼내 읽고 있는 중이랍니다.
루쉰의 편지는 3일정도 읽었습니다. 원래 제 성격은 책을 하루에 몰아서 보지만, 루쉰의 편지는 천천히 읽었답니다.
차례에도 보이듯 연서(戀書)라고 되어 있지만, 우리 생각하는 그런 love letter와는 사뭇 다릅니다. 요즘 사람들은 사랑한단 말을 입에 달고 살죠. 지겨울 정도로 들리는 말이 사랑한단 말이죠. 전 그런게 싫습니다. 사랑한단 말보다는 좋아한다는 말이 더 좋고, 말로 표현하기 보다는 행동해 주는 사람을 좋아합니다. 수천번 수백번의 사랑한다보다는 한번의 행동에 더 감동을 받죠.
루쉰의 편지도 역시 그렇습니다. 온갖 사랑에 대한 수식어로 가득한 편지가 아니라. 상대에 대한 아련한 그리움, 걱정, 배려 등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말보다는 오히려 그 시대 중국이 처한 사회적 문제, 정치적 문제, 교육문제로 쉬광핑과 토론하는 듯한 느낌의 편지도 많습니다. 초기의 편지들은 사제 관계에서 출발했으므로, 두사람의 사상적 교류가 많습니다.
그리고, 이미 결혼한 상태였던 루쉰은 쉬광핑을 사회의 눈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조심스러운 표현을 썼습니다. 그러나 그런 속에 담겨 있는 두 사람만의 생각, 표현들이 저를 슬며시 웃음짓게 만들었습니다. 나중에는 두 사람만의 호칭을 쓰는데요, 어찌보면 참 달달합니다. 루쉰은 처음에 광핑형이라는 호칭을 쓰다가 나중에는 꼬맹이, 작은 고슴도치, 작은 연꽃등의 호칭으로 쉬광핑을 부릅니다. 근 100년에 존재했던 중국의 위대한 사상가이자 작가 루쉰이 그런 표현을 쓰다니... 역시 그도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루쉰의 편지는 필히 정독해야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문화혁명당시의 사회적 배경 지식도 있으면 더 좋습니다. 책에 주석이 자세히 달려 있고, 엮은이인 리우푸친의 편지와 일기에 대한 해석부분이 잘 되어 있어, 읽는데 무리는 없을 거라 생각됩니다. 그러나, 이 편지는 단순한 러브레터가 아니니, 그런 책으로 생각하고 읽지는 마시기 바랍니다.
전, 두사람의 편지속의 사상과 마음의 교류를 보면서, 아.. 이 두사람은 정말 행복했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자신의 정신과 사상과 마음을 나눌 수 있는 동지이자 평생의 반려로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건 정말 큰 행운이고 행복이죠. 특히 나와 말이 통하는 사람을 만난다는 건 여간해서 쉬운 일이 아닙니다.
자, 여러분도 루쉰의 편지를 한 번 곰곰히 읽어보세요. 사랑의 수식어로 가득한 편지보다 따뜻한 마음이 담긴 편지가 더 감동적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하실겁니다.
아마도... 이 책을 읽고 나면 사랑하는 사람에게 혹은 우정을 나누고 있는 친구에게 그리고 가족에게 편지를 쓰고 싶은 마음이 생길지도 모르겠네요..
저도 그 누군가에게 편지를 쓰고 싶단 ..... 생각이 들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