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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몬 Lemon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5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레몬은 화자가 두 사람이다. 마리코와 후타바.
이 둘의 시점이 왔다갔다하면서 이야기가 진행되는 분신은 뭐랄까... 과학 미스터리소설의 냄새를 풍기지만, 실제 말하고자 하는 건 인간이란 존재의 의미이다.
어린 시절 행복한 가족이 있었던 마리코. 그러나 마리코가 나이를 먹어갈 수록 엄마가 점점 이상해졌다. 까닭없이 슬픈 얼굴을 하거나, 마리코를 쳐다보는 시선이 점점 달라져 갔던 것.
그러던 어느날 집에 가스폭발로 보이는 화재가 나 엄마는 사망한다. 마리코는 아빠에게 엄마의 사망원인에 대해 물어보지만 아빠는 가르쳐 주지 않았다. 마리코가 대학 1학년이 되었을때 할머니의 방에서 발견한 유품을 근거로 마리코는 엄마가 왜 자살했는지에 대해 조사해 나간다.
후타바는 대학 2학년생으로 밴드의 보컬. 가족은 간호사인 엄마뿐이다. 어느날 후타바는 TV에 출연하게 되고, 그로부터 얼마 뒤 엄마는 뺑소니 사고를 당해 사망했다. 엄마의 사망 원인과 자신의 아버지의 존재를 찾아 홋카이도로 가게 된 후타바.
마리코와 후타바....
두 사람이면서 한 사람인 두 사람.
결국 둘이 찾아헤매던 건 같은 것이었다.
나는 이 세상에서 유일한 인간이 아니다.
그러면 이런 인간 존재에는 어떤 가치가 있는 걸까?
루이비통의 이미테이션이 싸구려로 팔리듯, 아무리 귀중한 문서라도 복사본은 간단하게 파기되듯, 그리고 위조지쳬가 화폐로 통용될 수 없듯이 내 존재에도 이렇다 할 가치가 없는 게 아닐까?
-본문 中
두 사람이 깨달은 건.. 엄마라는 존재가 자신들에게 주었던 사랑.
그리고 인간이란 존재가 가진 근본적인 의미.
뭐랄까.. 읽는 내내 흥미진진했던 레몬은 역시 결말은 독자 스스로의 판단에 맡겨두었다.
이 둘이 결국 어떻게 되는지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언급이 없다.
깔끔한 결말을 원하는 독자라면 이런 식의 결말이 분통터질지도 모른다.
짜증날지도 모르지만...
사실상 어떤 결론을 낼 수 있겠는가...
세상은 아니 우주는 넓다. 인간이 감히 측량하지도 못할 만큼 넓고, 그 세계는 미지다.
그런 우주에서 티끌한점 크기도 안되는 인간이지만, 그 존재가치는 어디에 있는 건가.
존재하는 만물에는 그 나름의 가치가 있다.
어떤 식으로 존재가치를 높일 것인가 하는 건 인간 스스로에게 달린 문제겠지만 말이다.
세상에는 자신과 꼭 닮은 분신이 세 명 존재한다는 말도 있고, 우주에는 차원이 여러 개가 존재하므로 이 세상과 맞닿은 다른 세상에는 또다른 내가 존재한다는 그런 말도 있지만...
볼 수 없으므로 믿지 않는다, 믿지 않으므로 존재하지 않는다.. 뭐, 이런 말은 그만 두자.
내 분신이 몇이든, 다른 차원에서 내가 살든 그건 나랑 상관없다.
다만 중요한 건, 내가 지금 발을 디디고 살아간다는 점이 중요하다.
현세가 중요한 거지, 내세가 중요하단 말도 아니다.
지금 현재 최선을 다하는 게 가장 중요한 자세가 아닐까.
비록 상처투성이의 구멍난 삶이라도....
여기서 TIP하나!
우리나라에서 출판되면서 책제목이 레몬으로 바뀌었는데, 레몬은 마리코와 후타바의 접점이라고 할까. 서로를 모르는 상태에서도 유일하게 이어져 있는 접점...
뭐, 궁금하면 직접 읽어보는게 제일 낫다고 생각하지만...
결론은 스릴이나 미스터리함.. 뭐, 이런 면에서는 조금 부족할지도 모르지만, 이 소설은 그 너머에 있는 의미를 곰곰히 생각하게 만드는 수작이라 할 수 있겠다.
(절대 과학소설은 아니니, 그런 면으로 기대하지는 마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