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먼 자들의 도시
주제 사라마구 지음, 정영목 옮김 / 해냄 / 2002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눈먼 자들의 도시(Ensaio sobre a cegueria / 1995)는 영화 개봉소식에 관심이 생겨 원작을 보겠다고 해서 선택한 책이다.

일단 작가 주제 사라마구나 눈먼 자들의 도시에 대해서는 아무 정보도 없는 상태에서 책을 읽기 시작헀다.

본문에는 사람들의 이름조차 없다. 따옴표조차 없다. 물음표도 없다.
다만 마침표와 쉼표만 있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누구의 말인지 조차 구분이 잘 가지 않을 정도다.
집중하지 않으면 누구의 말인지 헷갈린다.

처음엔 이런 책의 서술방식에 익숙치 않아 조금 애먹었지만, 눈에 익으니 그나마 수월하게 읽었다.

사실... 한마디로 말하자면...
이 책은 충격이었다.
생각지도 못했던 상황들...

갑자기 눈이 멀게 된다면? 모든 도시가 눈이 멀게 된다면?
그속에서 나만이 눈을 볼 수 있는 상황이라면?

어느쪽이 더 나은 걸까?
아니, 더 나은 쪽이 있기나 할까?
모든 사람이 눈이 먼 상황에서 나 혼자만 볼 수 있다는 것도, 모든 사람들처럼 내가 갑자기 눈이 보이지 않게 되었다는 것도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커다란 충격일테지..
아니, 충격정도로는 표현할 수 없겠다....

사람은 시력이란 수단에 대부분을 의존해서 살아간다. 다른 동물과는 달리 인간은 약하다. 약하기에 인간생활에 적합한 것들을 만들어냈고, 그 것에 의존해 살아가면서 육체적인 능력은 점점 퇴화되어갔다.

그런 상태에서 시력이란걸 잃어버린다면.... 사람은 무력해진다.
물론 처음부터 시력이 없었더라면 상황은 좀더 다르다. 실제로 시각장애인들은 일반인보다 청력이 월등하게 뛰어나다.

갑자기 눈이 먼 인간은 무력해졌다. 그러나 그것도 한순간!
격리수용소는 어느새 바깥세상이 돌아가는 것도 똑같은 식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자신을 위해 남들을 속이고, 폭력을 사용해 사람들을 지배하고 또 폭력을 사용하는 사람에 빌붙어 다른 사람들을 괴롭히고..

인간들은 쉽게 익숙해진다. 갑자기 눈이 멀어버린 상태에 적응하면서 다시 본성이 드러났다.
나아가 눈이 멀게 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남자란 동물의 본능은 여자들을 유린하고...
구역질이 났다.
솔직히 토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젠장....
남자들이란 겨우 생각하는 게 그거냐?
구역질 난다.

격리 수용소를 탈출해 나온 사람들에게 도시는.. 쓰레기였다..... 이미.
인간의 문명이란 이미 필요없었다.
깨끗한 물도 전기도, 먹을 음식도, 음식을 익혀먹을 불도 없다.
아니, 그걸 떠나 눈이 보이지 않으므로 생존조차 불투명하다.

아아.. 난 이런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갑자기 눈이 보이지 않는다면....
난 아마도 꼼짝도 못하겠지...
한발 내디딜 용기조차 없겠지....

두려운 일이다....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우린 인간들은 눈으로 세상을 보고 있지만, 세상을 보고 있지 않기도 하다.
즉, 자신이 보고 싶은 건만 본다.
아니, 자신에게 있어 보고 싶은 것만 보인다.
그런 면에서 우리 인간은 그 자체로 눈먼 자들이다.
마음의 눈이 먼 자들...
나 역시 마음의 눈이 멀어 버린 자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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