겐지와 겐이치로 A - 대단한 겐지
다카하시 겐이치로 지음, 양윤옥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3월
평점 :
절판


겐지와 겐이치로는 A, B 두권 세트로 『A : 대단한 겐지』, 『B : 짓궂은 겐이치로』로 이루어져있다.
이 책을 택한 이유는... 단순히 귀엽고 사랑스러워할 테디베어가 사악한 표정을 짓고 있는 책 표지에 반했다고나 할까... 한마디로 뭔가 새로운 느낌이었다.
그 책 내용은 역시나....

사실 포스트 모더니즘 문학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이 책에 대해서 뭐라고 해야할까.. 사실 포스트 모더니즘이 뭔지 확 와닿지 않는다. 물론 사전적 의미정도야 알고 있다. 하지만, 근본적인 무엇, 그렇다.. 포스트 모더니즘이란 것이 표방하고 있는 심층적 의미를 난 아직도 잘 모르겠다.
따라서 포스트 모더니즘 문학의 최고봉이다... 뭐 이런 수식어는 집어 치우고, 그저 책을 읽고 받은 느낌으로 글을 포스팅해볼까 한다.

일단 이 책에 대한 사전지식 하나.
이 책은 1세기전에 살았던 미야자와 겐지(宮澤賢治)의 동화책을 모티브로 따왔다는 것..
그러나 공교롭게도 난 이 책을 읽으면서 타카하시 켄이치로와 미야자와 겐지라는 이름을 처음 들었다.. (내공부족 ㅡㅡ;)

미야자와 겐지의 대표작으로는 『은하철도의 밤』,『주문많은 요리점』,『북극쥐의 모피』,『구스도부리코의 전기』등등이 있다.
타카하시 겐이치로의 작품으로 유명한 것은 『존 레논 대 화성인』,『우아하고 감상적인 일본야구』등이 있다. (그러나, 읽어본 작품이 하나도 없다. 다음에 꼭 읽어봐야겠다..)

목차 (괄호안은 간단한 내용)

오르베츠와 코끼리 : 사람들과의 관계를 단절하고 살며 코끼리를 키우는 남자 오르베츠 이야기
기아 진영 : 어느날 우연히 TV를 보다 자살하기를 마음먹고 자살한 4명의 남자와 여자 이야기
고양이 사무소 : 변변한 직장없이 살던 아버지가 취직한 곳은 고양이 사무소
주문많은 요리점 : 책이라곤 읽지 않던 에로 비디오 조감독
베지테리언 대축제 : 치매걸린 아내를 양로원에 보낸 후나하라의 국제 노인회의 참석
첼로켜는 고슈 : 자신이 누군지도 모르는채 노숙생활을 하며 첼로를 켜는 고슈
스물엿샛날 밤 :치매에 걸려 양로원에 간 아톰, 더이상 날지 못하는 뚱뚱한 늙은이 피터팬과 한때는 세상의 영웅들이었던 배트맨, 수퍼맨등등 여러 히어로의 말로
이하토브 농학교의 봄 : 늙은이들이 갑자기 젊어져서 결국 무로 돌아가는 이하토브 마을이야기
축제의 밤: 이건.. 뭐라고 설명해야할지 몰라서 패스
포라노 광장: 책읽는 원조교제 소녀
수선월의 4월 : 설동자이야기
구스코부리코의 전기 : 관찰당하는 나와 관찰하는 인간의 관계

내가 써도 통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하여간, 이 책을 처음 읽은 느낌은 이랬다. 그러나 도통 이해가 안되서, 결국 한번 더 읽었지만 그래도 아리송할 뿐...
다만 한가지...
이 이상한 이야기들은 지금 일본의 현실적인 문제- 비단 일본뿐만이 아니라 우리나라에도 있을 법한 문제들-를 다루고 있다는 사실이다.

몇가지 이야기만 따로 더 살펴보자면...

사람과들과의 연결접점을 찾지 못한채 코끼리를 키우는 오르베츠는 사람도 키우는 대상이라고 생각했지만, 결국 그와 함께 살던 여자들은 " 당신, 나를 사육할 생각이었지? 흥 안됐네~"란 말만 남기고 나가버렸다. 사람과 사람사이의 관계란 사육과 사육당함의 관계가 아니라 공존의 관계란 걸 모르는 오르베츠는 결국 또다시 애완용 인간이란 소리에 솔깃해진다. 이 이야기는 결국 현대 인간들의 사람과의 관계 단절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기아 진영의 경우 우연히 TV를 보다 자살하기로 마음 먹은 4명의 젊은이들 이야기다. 충동적으로 자살을 생각하고 생각없이 자살해버리는 현대 인간들의 나약함들을 이야기 하고 있는 듯 하다.

고양이 사무소의 경우, 이제껏 변변한 일 한번 해본적이 없는 가장이 처음으로 직장을 가지게 된 이야기로,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 아버지들의 이야기다.

주문많은 요리점은 책이라곤 도통 본적이 없는 에로비디오 조감독이 다음 비디오 촬영을 위해 책을 사러가지만, 애시당초부터 책제목부터 제대로 아는 게 없다. 근데... 사실 이 이야기가 뭘 말하고 싶어하는 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베지테리언 대축제의 주인공 후나바라의 아내는 요양원에 있다.  그는 전형적인 가부장적 존재로 속옷까지 아내가 갈아입혀줄 정도였다. 그런 아내가 요양원에 가지 아쉬운거 투성이다. 병든 노모를 모시지 않으려는 아들과 며느리, 아내의 존재를 단지 도구로 생각하는 남편.. 씁쓸할 따름이다.

첼로 켜는 고슈는 노숙자들의 이야기이다. 일명 홈리스들 이야기. 돌아갈 곳도 없고 머무를 곳도 없이 하루하루 살아가는 이야기...

스물엿샛날 밤도 씁쓸한 느낌이 들긴 마찬가지다. 한때는 시대의 영웅으로 살았던 이들이 늙고 지쳐 양로원에 보내지고, 그들을 위해 위문공연을 온 꼬마들은 '빨리 죽어, 치매 영감들, 아무 도움도 안되는 것들, 귀찮은 것들, 쓰레기들.'이란 생각을 한다.
우리 아버지들은 어린 시절 우리의 영웅이 아니었던가.. 그런 영웅들이 늙고 병들었다고 버려졌다. 그리고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다..

내가 이 책을 읽고 생각한 건 이정도다.. 물론 사람마다 다른 해석이 있을 수 있고, 평론가들의 입장은 나와 다를 것이라고 생각한다. 책은 읽는 사람나름대로 받아 들여지는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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