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바뀐 딸
마크 탭 외 지음, 김성웅 옮김 / 포이에마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뒤바뀐 딸>은 2006년 4월 26일에 발생한 한 사고를 바탕으로 재구성된 이야기이다.
내가 이 책을 구입할 때는 단순히 제목만 보고 구입했기 때문에 소설인줄 알았다.
그러나 책을 받고 찬찬히 살펴 보았을 때, 이것이 실화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날 발생한 사고는 두 가족의 삶을 크게 바꿔 놓았다.
물론 이 사고가 두 가족만이 관련된 사고는 아니었다.
무려 다섯명의 희생자를 낸 큰 사고였다.

트럭 운전사의 졸음 운전으로 중앙 분리대를 넘어 사망 5명이라는 희생자를 낸 사건은, 단순히 큰 사고였기에 화제가 된 것은 아니었다.
이 날의 사고는 로라와 휘트니라는 두 여학생의 신원이 바뀜으로 인해 나중에 더욱 큰 화제를 모은 사고였다. 그렇다면 왜 두 사람의 신원이 뒤바뀌게 된 것일까.

사고로 인해 차량 밖으로 튕겨져 나온 휘트니의 옆에 우연히 로라의 가방이 떨어져 있었고, 게다가 두 사람의 외모, 체형등이 놀랄 만큼 비슷했다.
게다가 휘트니의 부모는 딸의 시신을 직접 확인하지 않았고, 대신 다른 사람이 시신의 신원확인을 했다. 그래서 착오가 더 커진 것이다.

로라의 부모는 그렇게 휘트니가 자신들의 딸, 로라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부모가 자기 딸을 몰라볼 수 있을까?
일단 그렇게 생각해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일단은 자신의 딸이 살아있다는 것 자체에 감사하는 입장이다 보니, 당연히 휘트니가 로라로 보였을 수도 있다. 게다가 머리를 다쳐서 얼굴이 퉁퉁 부었다면 딸의 모습이 달라 보이는 건 당연지사다.  

그렇게 5주란 시간이 흘러, 로라(실은 휘트니)의 인지 능력이 돌아오면서 로라의 부모는 자신의 딸이라고 생각했던 로라가 로라가 아님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로라였던 휘트니는 자신의 부모 곁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이런 단순한 사실 자체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두 가족이 각각 딸의 사망과 생존에 대한 태도에 우리는 집중해 볼 필요가 있다.

사람들은 정말 힘든 순간에 자연스레 신을 찾게 된다.

하지만 시련이 너무 크다보면 신을 버리기도 하는게 사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락가족은 신에 대한 믿음을 저버리지는 않았다.
그러다 보니 성경구절이나 신에게 기도를 하는 장면이나, 신과 관련해서 하는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나는 비록 기독교 신자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런 부분이 눈에 거슬렸던 것은 아니다.
누구나 가슴속에 믿음을 가지고 살아간다.
이 두 가족에게는 하느님이라는 신이 있었을 뿐이다.

가족에 대한 사랑과 신에 대한 믿음, 그리고 진실을 외면하지 않고 받아들인 두 가족.
우리는 이러한 것에 더욱더 집중해야 한다.

반 린 가족이 딸의 생존에 대해 감사해 하고, 딸이 회복을 해나가는 과정의 아주 사소한 변화에도 감사하는 모습은 너무나도 따뜻했다.
반면 딸의 죽음에 대해서도 신에 대한 원망보다는 신앙으로 극복하려는 자세는 정말 가슴 아팠다.
특히 휘트니의 장례 절차를 준비하는 세락 가족의 모습과 로라라고 생각했던 딸이 사실은 휘트니라는 것을 알았을 때의 반 린 가족의 모습은 너무나도 비통했다.

결국 신원이 밝혀져 휘트니는 부모의 곁으로 돌아갔지만, 로라의 부모는 신을 원망하지 않았다.
비록 그들의 딸은 이미 5주전에 사망했을지라도.

이 책의 내용은 자칫하면 어둡고 우울한 이야기가 될 수 있는 실화이지만, 사고의 참혹함이나 신원의 뒤바뀜으로 인한 화제성을 떠나, 두 가족이 힘든 시기를 견뎌내온 과정에 대해 집중해서 서술하고 있다.

그리고, 휘트니의 인지 능력이 돌아 오면서 힘들어 했던 부분에 대해서도 우리는 주의깊게 살펴 봐야 할 것이다.
로라가 생존했다고 생각했는데, 느닷없이 그게 휘트니였다니.
물론 휘트니가 생존한 것은 기쁜 일이지만, 휘트니가 느끼는 감정은 그와는 다른 무거운 것이었다.
로라 대신 자신이 살아 남았다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그것이 휘트니에게 엄청난 부담을 주었다.
그러나 휘트니는 그 힘든 시기를 극복하고, 올해 대학을 졸업한 후 지금은 케냐의 고아원에서 일하고 있다.

휘트니의 생존을 기적이라 말할 수도 있겠지만, 그 일에 대해서 그정도로 규정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그것은 가족의 믿음, 사랑, 그리고 희망이 만들어 낸 것이다.
 
이 책은 엄청난 사고와 그에 따른 일들을 조용하고 담담하게 기술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가족의 사망에 대한 슬픔과 생존에 대한 기쁨, 회복에 대한 희망이라는 감정이 완전히 배제된 것은 아니다. 이것은 조심스럽게 그 사건에 대해 언급하고자 하는 태도라 볼 수 있다.

그리고, 로라의 가족들이 운영하던 블로그에 올라온 로라(휘트니)의 회복 모습과 사람들의 응원, 희망의 메세지, 두 가족이 로라와 휘트니에게 남긴 메세지는 이 책이 주는 메세지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중간중간 로라와 휘트니의 사진이 나오는데, 실제로 이 두사람은 자매라고 해도 될만큼 많이 닮아 있다. 여러가지 우연이 겹쳐 두 사람의 신원이 바뀌는 큰 아픔을 겪은 두 가족이지만, 그들의 마음 속에 남아 있던 희망이, 사랑이, 믿음이 이 두 가족을 여전히 지탱해주는 큰 힘이 되어 오고 있다.

신은 사람이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시련을 내려주신다고 한다.
가족의 죽음이 감당할 수 있을 만한 크기의 시련이라고는 절대 말할 수 없다.
그러나, 로라 가족이 로라대신 휘트니를 돌보면서 느꼈던 희망과 기쁨, 휘트니의 가족이 딸의 죽음에 대해 느꼈던 절망과 슬픔은 이 두 가족의 사랑과 믿음을 더욱더 공고히 해주는 계기가 되었다.

이 책은 이렇게 끝났지만, 희생자들의 가족과 사고 당사자인 휘트니의 이야기는 지금도 계속 되고 있다. 더 큰 희망의 앞날을 위해서.

 

 

★ 이 책에서는 오렌지 색이 유난히 강조되고 있는데, 이것은 희망을 상징하는 의미가 아닐까 한다.


<기억에 남는 한마디>
그래도 우리가 이 시간을 견딜 수 있는 건 로라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알고, 또 언젠가는 우리가 로라를 다시 만날 걸 알기 때문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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