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포 아담 잭 런던 걸작선 1
잭 런던 지음, 이성은 옮김 / 궁리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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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포 아담」은 잭 런던의 1907년 작품으로 지금으로부터 자그마치 100여년전에 쓰여진 소설인데, 현생 인류 이전의 세계를 배경으로, 시기는 대략 홍적세 중기에 존재했던 과거의 자신의 삶을 우리에게 이야기해 준다는 독특한 구성을 취하고 있다.

이 책의 화자이기도 한 현대 미국에 사는 한 청년이 어린시절부터 꿈에서 보아 왔던 세계는 현재와 너무나도 다른 세계였다. 왜냐하면 그것은 인류의 조상들의 모습이었고, 그들의 삶의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그것을 이해하지 못했던 어린 시절에는 그 꿈이 공포였지만, 대학에 가서 진화론을 공부하면서 그의 꿈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알게 되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그의 유전자에는 그의 조상이자 또 하나의 자신의 기억이 고스란히 축적되고 기억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것이 그에게 어린 시절부터 꿈으로 나타났고, 그 꿈에서 본 이야기를 정리해서 우리에게 전달해주는 독특한 구성을 취하고 있다. 그 이유인즉슨, 젊은이의 과거의 기억을 가진 또 하나의 자아는 그 시대에 언어란 것을 가지고 있지 못했기 때문에, 과거의 자신인 '큰 이빨'의 삶을 꿈속에서 바라 보는 현재의 자신이 서술하고 있다는 구조를 취하게 된 것이다.

'큰 이빨'은 나무부족에서 태어났지만 원래 자신이 살던 공동체에서 쫓겨나 다른 부족에 편입되어 살아 가면서 친구 '늘어진 귀'를 만나 우정을 나누고, '붉은 눈'과 불부족과의 대립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불부족의 옛구성원이었다고 짐작되는 '빠른 것'을 만나 사랑을 하고 자손을 낳고, 자신의 기억을 현세의 <나>에게 물려 주었다는 스토리는 마치 로드 무비처럼, 로맨틱 코미디 처럼, 때로는 사무라이 활극처럼, 다양한 연출을 통한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그러면서도 현대사회를 날카롭게 풍자하는 잭 런던의 시각은 아주 흥미로웠다.

이 책에는 총 3가지 부족이 등장하는데, 그들은 다음과 같은 특성을 지니고 있다.

<나무부족>은 가장 원시적인 부족으로 인류가 처음으로 직립하고 보행을 하기 시작했을 때의 인류의 모습이다. 그러나 대부부의 생활은 나무위에서 하므로 손과 발은 모두 엄지가 갈라져 있는 형태이고, 집단적인 공동생활을 하며 사회구조는 모계사회에 가깝다. 그들은 도구도 언어도 없으며, 이 소설에 등장하는 가장 약자를 대변하는 그룹이기도 하다.

<동굴부족>은 <나무부족>보다 한 단계 위의 원시인류로 동굴속에서 살아가며, 채집과 저장을 할 줄 아는 부족이다. 물론 처음에는 저장이란 것을 모르지만, 살아가면서 배우게 된다. 물론 사냥도 할 줄 알지만, 아직 도구를 사용하거나 하지는 못한다. 물론 언어도 없다.

<불부족>은 세 부족 가운데 가장 발달한 두뇌를 가진 부족으로 그들은 수렵생활을 하며, 동물의 털가죽으로 몸을 가리고, 활과 화살이란 도구를 이용해 다른 부족을 사냥하고, 그들의 영토를 빼앗는 등 세 부족 중 가장 강하며 잔혹한 부족이다. 게다가 불까지 사용한다.  

세 부족 이외에 이 책에서 주목할 인물은 동굴 부족에 속해 있는 붉은 눈과 큰 이빨이다.

붉은 눈은 나무부족과 동굴부족의 중간적 진화 형태를 취하고 있는데, 그는 동굴부족 내에서도 아무도 손을 댈수 없는 존재이다. 마치 푸른 수염이야기의 푸른 수염처럼 그는 수시로 아내를 취하고, 죽이고, 남의 아내를 빼앗는 악행을 거듭한다. 그런 그가 결국 <불부족>과의 싸움에서 패배하는 것은 강자가 늘 강자일 수는 없다는 이 세계의 냉혹한 룰을 보여 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가장 약자의 입장에 있던 큰 이빨(현재의 나)가 붉은 눈과의 대립에서도, 불부족의 습격에도 살아 남아, 그 기억을 현대에까지 전한다는 것은 강자가 아무리 약자를 짓밟고 지배하려 해도 그들은 끈질기게 살아 남아 그 기억을 후손에게 전한다는 하나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이는 인류의 역사를 통해 봐도 극명히 들어나는 진실이다. 즉, 현생 인류 이후 수많은 강자들의 흥망성쇠 속에서도 늘 끈질기게 살아 남아 후세를 이어가는 것은 늘 약자들의 몫이었다.  

물론 진화론적 입장에서나 인류학적인 면에서 볼 때, 이 세 부족이 동시에 존재했다고는 할 수 없다. 세 부족의 진화의 과정이 각기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잭 런던이 이 세 부족을 동시에 등장시킨 것은, 강자와 약자의 관계라는 부분을 더욱더 간명하게 드러내 보이는 일종의 장치라 생각한다. 

또한 이 세 부족이 살고 있는 것은 원시 아프리카인듯 한데, 초원과 숲에서 사는 동물들이 함께 나온다거나, 아프리카와 아시아에 존재하는 동물이 같은 대륙에 존재하기도 한다. 물론 그 동물을 가리키는 명칭은 현재의 <나>가 설명하는 것이므로, 현재의 동물 이름으로 나오긴 하지만, 그 생김새는 현재와 달랐음에도 불구하고 똑같이 생긴 것으로 나온다. 딱 잘라 말해, 과학적 근거는 떨어지지만, 오히려 그런 부분은 소설속 장치로 생각해도 무방할 듯 하다. 
 
책 제목인 비포 아담은 아담 이전의 세계, 즉 기독교적인 세계관에서 벗어난 현생인류 이전 세계를 의미한다. 당대의 새로운 학설인 진화론을 도입하여 새로운 관점에서 소설을 쓰고, 그것을 현대에 빗대어 풍자한 잭 런던의 필력은 나의 시선을 잠시도 뗄 수 없게 만들었다.

책 속의 삽화는 찰스 리빙스턴 불이란는 삽화가가 그린 것으로 그 당시 인류의 모습과 생활상, 동물의 모습, 그리고 배경이 되는 곳의 지도도 볼 수 있다. 삽화는 글로만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을 한결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장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생각했던 것은 <현대의 문명화 된 털없는 원숭이들은 원시시대 인류를 미개하다고만 생각했지, 그들이 살아왔던 삶의 방식과 현재 자신이 살아가는 방식이 똑같다는 것을 깨닫고는 있을까>하는 의문이었다.

 

<기억에 남는 한마디>
그 겨울에 붉은 눈은 학대와 잦은 구타를 일삼아 새로 맞이한 아내를 또 죽여버렸다. 내가 그를 격세유전을 가진 자라 부르긴 하지만, 사실 아내를 죽이는 그의 행동은 격세유전을 가진 자보다 더 야만적인 모습이다. 우리보다 덜 발달된 동물들의 수컷도 자신의 짝을 학대하거나 죽이지는 않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그가 가진 엄청난 격세유전적 성향에도 불구하고, 나는 붉은 눈만이 앞으로 다가올 남성 성향의 전조라고 생각했다. 인간 수컷만이 자신의 짝을 살해하는 유일한 종이니까. (16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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