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피플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난주 옮김 / 북스토리 / 2006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무라카미 하루키의 1990년 作.


TV피플은 이제까지의 하루키의 소설과는 무척 다른 느낌이다.
허무주의를 바탕으로 한 상실과 재생, 그리고 그곳에서 생겨나는 진실한 사랑을 중심으로 이야기해온 전작과 비교해보면, 이 책은 정말 독특하다.

<가노 크레타>는 체질적으로 남자들을 끌어당기는 한 여자의 이야기이다. 남자들은 그녀를 보면 범하려는 생각만 하고, 그녀는 벌써 몇번이나 그런 일을 당해왔다. 그래서 그녀는 숲속에 숨어서 언니와 함께 살고 있지만, 어느날 경찰이 찾아와서 그녀를 범하려고 했고, 언니인 마루타가 경찰을 죽이고 만다. 크레타는 화력 발전소 건축일이 들어와 세상밖으로 나가서 성공을 거두지만, 그녀는 결국 경찰이 죽임을 당했던 방식으로 죽임을 당한다.

<좀비>는 두 연인의 이야기이다. 어느날 두 사람사이에서 서로에 대한 불평들이 쏟아져 나오고, 그 싸움은 점점 더 심해진다. 하지만, 눈을 뜨니 모든 것이 꿈이었다. 그러나, 꿈은 현실과 연결이 된다.

<우리들 시대의 포크로어 - 고도자본주의 전사(前史)>는 하루키 단편에서 볼 수 있는 구성을 가진 단편이다. 즉, 하루키 자신이 화자가 되어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는 형식으로 진행되는 이 단편은 고교 시절 친구를 우연히 만나 그와 그 여자친구 였던 여자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혹은 그는 어떻게 시를 읽듯 혼잣말을 했는가 -비행기>는 말그대로 시를 읽듯이 혼잣말을 하는 젊은이에 대한 이야기이다.

<잠>은 어느날부터 잠을 자지 못하는 한 여자의 이야기로, 그녀는 잠을 자지 않을수록 오히려 정신이 더 맑아지는 경험을 한다. 그러면서 그녀는 점점 자신만의 세계로 빠져들어 간다.

은 어느날 나타난 TV피플이 가져다 놓은 TV때문에 주변 사람들이 변화하고, 아내가 사라지는 경험을 하게 된 한 남자의 이야기이다.

6편의 단편은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 사이의 교감과 교류의 단절을 비롯해 연애라는 것으로 성립되는 순수한 사랑과 사람의 진심이 더이상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보여주는 듯하다.

<가노 크레타>의 경우, 여성을 남성 욕구의 발산 수단으로만 보는 사회 풍조를, <좀비>는 순수한 연애란 것은 더이상 성립되지 않는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보여준다.

<혹은 그는 어떻게 시를 읽듯 혼잣말을 했는가 - 비행기>는 사람들 사이의 소통과 교류의 단절을 보여주고, <우리들 시대의 포크로어 - 고도자본주의 전사(前史)>는 처녀성에 대한 우화이지만, 단순히 그런 것의 의미가 더이상 없는 요즘 현실에 대해 꼬집고 있는 듯하다. 

<잠>역시 가족과의 단절을 여실히 보여주는 작품이고, 은 TV의 영향으로 인해 생겨난 사람들 사이의 감정과 교류의 단절을 보여준다. 

사실 TV를 보는 순간은 누구와의 교류도 필요없다. 단순히 TV만 보면 되는 것이다. 이러한 물질 문명이 사람들 사이의 끈을 침식해 오고 있다.   

인간들이 지녔던 순수한 감성과 감정의 교류는 고도로 발달된 자본주의 사회의 물질 문명 앞에서 말초적이고, 물질적인 것으로 변화해 간다. 이런 식으로 흘러가다 보면 결국 사람들은 타인과의 교류를 잊은채, 자신과의 교류만을 생각하면서 살아가게 될 지도 모르겠다.


<기억에 남는 한마디>
사람의 마음이란 깊은 우물 같은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해. 그 바닥에 무엇이 있는지는 모르지. 가끔 떠오르는 것들의 모양을 보고 상상할 수 밖에 ㅡ 비행기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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