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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노스케 이야기 ㅣ 오늘의 일본문학 7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9년 11월
평점 :
요시다 슈이치의 신작 <요노스케 이야기>
이 책은 요노스케가 고향인 규슈를 떠나 도쿄의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 도쿄로 상경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리고 그후 1년간 요노스케가 도쿄란 곳에서 만난 사람들을 비롯해 고향 친구들, 부모님등등의 수많은 등장 인물들과의 만남과 사귐을 중심으로 그려진다.
마이니치 신문에 연재된 소설의 구성을 그때로 따온 것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중간중간 적은 분량으로 한 번씩 줄띄움이 들어가 있다. 그 내용들은 이어지는 내용도 있고, 며칠의 시간 간격이 있거나, 갑자기 다른 내용이 나오기도 하지만, 대체로 처음부터 끝까지 1년이란 시간동안 벌어지는 이야기를 시간의 흐름대로 묘사하고 있다.
좀 특이한 것은 5월, 8월, 11월, 2월에 이 책에 나오는 등장 인물들의 현재와 과거 회상 부분이 들어가 있다는 것이었다. 5월달에서 갑자기 다른 이야기가 툭 튀어 나왔을 때는 약간 혼란스러웠으나, 그것이 20년 후의 이야기라는 것을 알고는, 그후에 다시 나올 20년후의 이야기가 너무나도 궁금해지기도 했다.
요노스케는 어디에나 있을 법한 그런 청년이다.
낙천적이고, 게으르기도 하고, 친구에게 빈대를 붙기도 하고...
학교 수업에 지각을 하기도 하고, 아르바이트, 동아리, 연애, 취업과 미래에 대한 고민 등등 우리들이 대학시절 거쳤을 법한, 그리고 지금의 대학생들이 살아갈 법한 그런 삶을 살아가는 청년이다.
그런 요노스케가 만난 사람들, 그리고 그 사람들과의 이야기가 이 소설의 주된 내용이다.
대학교 1학년에 여자친구를 임신시켜 학교를 그만두고 직장을 잡아 어엿한 한 사람의 가장으로 살아가는 친구(구라모치), 늘 쿨한 표정의 동성애자 친구(가토), 바닷가에 놀러가는 게 크루즈 여행이란 부잣집 아가씨가 베트남에서 건너온 보트 피플 여자의 아기를 만나, 먼 훗날 아프리카 난민 캠프에서 일하게 된 이야기(쇼코), 유명인사나 재벌가 아들과 어울리며 인생을 허비하다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게 된 여성(지하루), 우연히 자신의 우체통에 들어 있던 발렌타인 초콜렛의 진짜 주인을 만나 보도 사진작가의 길을 걷게 된 요노스케.
우연처럼 보이는 만남이지만 각각의 의미를 가진 만남들.
그 수없이 많은 만남 속에서 각자 자신의 길을 선택하고 나아간다.
대학 시절이란 어쩌면 인생의 황금기일지도 모른다.
고등학교 다닐 때의 입시 지옥에서 벗어나 처음으로 사회와의 경계선에 서게 되는 시기이며, 처음으로 어른으로 인정 받고 책임감을 배워나가는 시기이기도 하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처음으로 무언가를 스스로 선택하는 시기가 대학 시절이며, 그에 대한 책임과 의무가 따르게 되는 시기도 대학 시절이란 것을 알게 된다. 부모의 그늘에서 벗어나 처음으로 자유를 느끼게 되지만, 그 자유는 책임과 의무를 다 할 때 비로소 얻어지는 것이다.
요노스케가 만났던 사람들이 요노스케 덕분에 인생의 방향이 바뀌고 질이 바뀐 것은 아니다. 요노스케는 그들의 인생의 한 부분이었고, 작은 영향을 주었지만, 사실 누군가의 인생에 작은 영향을 주는 사람이 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난 이 책을 읽으면서 요노스케가 참 좋아졌다. 그래서 11월달의 지하루의 회상과 현재에서 요노스케의 마지막을 의미하는 문장이 나왔을 때, 그만 코끝이 찡해지고 말았다.
그리고 요노스케가 쇼코에게 남긴 사진의 의미가 뭔지 알았을때도.
이 책을 읽는 몇 시간 동안 나 역시 요노스케의 친구가 되어 버렸던 것이다.
큭큭거리다가 와하하핫하고 웃다가, 어느새 숙연해지는, 그 이야기들 속에 담긴 많은 메세지들..
이 소설은 단순히 청춘을 찬미하는 소설이 아니다. 성장 소설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이미 어른이 된 사람들에게 한 인간으로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 줄 꺼리를 던져주는 작품이다.
매일 수없이 쏟아지는 책들 속에서 대중성과 문학성을 함께 겸비한 작품을 만나기란 쉽지 않지만, 난 오늘 그런 책을 만났다.
나도 내 소중한 사람들의 마음 속에서 요노스케 같은 사람으로 남고 싶다.
★ 이 소설속에는 한국과 관련된 몇몇 이야기가 나온다.
칼기 폭파 사건, 한국의 민주화 운동, 유학생 김군, 그리고 古 이수현씨 이야기까지.
지나가는 식으로 가볍게 언급되어 있지만, 전체적인 흐름으로 볼 때 나쁜 의도로 쓰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요시다 슈이치가 한국에 대해 갖고 있는 관심이라 보는 쪽이 무방할 것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