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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고양이는 고마웠어요 - 길고양이와 함께한 1년 반의 기록 ㅣ 안녕 고양이 시리즈 1
이용한 지음 / 북폴리오 / 2009년 8월
평점 :
품절
<안녕, 고양이는 고마웠어요>는 길에서 사는 길고양이(혹은 길냥이)라 불리는 고양이들에 대한 1년 반의 기록이며, 저자가 사는 동네에 살고 있는 길고양이들의 삶과 죽음, 그리고 저자와 나누는 정이 그림과 글로 빼곡히 들어차 있다.
고양이들은 아주 오래전부터 인간과 더불어 살아 왔고, 인간에게 도움을 주는 존재로 여겨졌다. 그러나 오늘날 도시에 사는 고양이들이나 어촌에 사는 고양이들은 찬밥 신세에 애물단지다.
이런 저런 이유야 많겠지만, 쓰레기봉투를 뜯는다던가, 발정났을때 기분 나쁘게 운다던가하는 여러가지 이유로 추방되어야 할 존재로까지 여겨지게 된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그럼 고양이가 나쁜 것일까?
그건 아니라고 본다.
애초 도시에 어촌에 고양이를 들여온 게 누군지를 생각해 보자.
바로 사람이다.
그리고 새끼때는 귀엽다고 키우다가 크면 버리는 것도 인간이었다.
도시에서 사는 고양이들의 생활 환경은 열악하다. 먹을 것이 없어 이리저리 방황하다 쓰레기를 뒤지곤 하지만, 쓰레기를 뒤지도록 만든 것 역시 인간이다. 일반 쓰레기 봉투에 음식물 쓰레기를 버린다던지, 그냥 비닐 봉투에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고서는 그걸 고양이 탓으로 돌린다.
고양이들은 인간을 피해 숨어다니면서 음식물 찌꺼기로 연명할 수 밖에 없다. 도시에는 쥐도 없다. 찾아 보면 있을 수도 있겠지만, 고양이들이 사냥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게 도시 생활이다.
그러다보니 먹을 것을 찾기 위해 도로를 건너다가 로드킬을 당하기도 한다.
어촌의 경우, 거문도 고양이의 예를 들어보자.
주민들은 생선을 지키기 위해 고양이를 들여 왔다. 생선을 노리는 쥐를 없애기 위해 고양이를 들여와 놓고는 고양이들이 이젠 피해를 준다고 살처분을 한다. 티비 방송에서 고양이를 무조건 죽여야한다는 주민의 말을 듣고 어이가 없을 지경이었다.
처음에 누가 고양이를 거문도에 들여왔는지 그들은 이미 까맣게 잊어 버렸단 말인가. 그건 둘째치고, 죽인다니. 사람도 고양이도 생명을 가진 존중받아야 할 개체다. 그런데, 인간에게 피해를 준다는 이유로 죽인다라니.. 그건 인간 입장에서만 생각한 것일 뿐이다.
한국인들은 묘하게 고양이에게 적대심을 많이 가지고 있다.
지금은 길고양이로 호칭이 많이 순화되었지만, 내가 어린 시절에는 그냥 도둑 고양이였다.
사람을 전혀 따르지 않고 피해 다니며, 음식을 훔쳐 먹는다고 해서 말이다.
호기심에 고양이 새끼를 데려갔다가 부모의 반대에 부딪혀 고양이를 다시 버리는 아이들.
생명을 버리라는 부모도, 아무 죄책감 없이 그냥 어린 생명을 귀엽다는 이유로 데려가는 아이들도 문제다. 그런 아이들이 생명의 귀중함을 알고 자라게 될까?
고양이들은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존재도, 병균을 퍼뜨리는 존재도, 아무 이유없이 미움받고 죽임을 당해야 할 존재도 아니다.
지구라는 곳에 있는 수많은 생명체 중의 하나이며, 당연히 인간과 공존해야할 생명이다.
길고양이들은 하루하루를 목숨을 걸고 살고 있다.
따듯한 햇살 아래 늘어져 잠을 자는 고양이의 모습만 보고, 속편한 녀석들이란 말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들 나름대로 치열한 하루를 사는 도중 잠시 휴식을 취하는 것 뿐이니까.
이 책은 "고양이를 사랑합시다"라는 취지에서 쓰여진 글이 아니다.
길고양의 삶에 대해 좀더 이해하고, 따뜻한 눈길을 보내자고 이야기한다.
물론 고양이가 너무나도 싫다면 좋아하지 않아도 좋다.
대신 아무 죄없는 고양이를 학대하고 괴롭히는 일은 말자고 이야기한다.
공존의 길을 모색하자고 이야기하고 있다.
<기억에 남는 한마디>
누군가는 고양이의 수가 늘어나면 인간이 피해를 입는다고 말하지만, 이것도 다분히 인간 중심적 사고방식일 뿐이다. 정작 이 지구상에서 개체수 조절에 실패한 건 인간이다. 이건 인간이냐 고양이냐의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과 고양이의 공존의 문제이다. 대상이 고양이라고 해서 모든 폭력과 살생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