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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 - 장영희 에세이
장영희 지음, 정일 그림 / 샘터사 / 2009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난 에세이를 참 좋아한다.
물론 소설도 즐겨 읽지만, 소설은 어디까지나 허구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가끔은 그런 허구의 이야기에서 벗어나 삶의 진솔한 이야기긴 에세이를 읽고 싶을 때가 있다.
故 장영희 교수의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은 워낙 입소문을 탄 책이기도 하지만, 책 제목도 그렇고, 책 표지도 너무나 예뻐서 선뜻 사게 되었다.
소아마비로 평생 장애를 가지고 살았고, 암투병을 하면서 고통스런 삶을 살았지만, 이 에세이에는 어두운 흔적이라곤 눈씻고 찾아 볼래야 찾아볼 수 없다.
밝고 긍정적인데다가 인간미 마저 묻어 나온다.
그렇다고, 이 에세이들이 꿀발린 말로, 꾸며진 말로 쓰여졌다는 의미는 아니다.
오히려 너무나도 소박하고, 평이한 문체와 어휘로 쓰여져 있다.
장영희 교수 자신이 살아 왔던 삶의 일부분이 담겨 있는 이 에세이에는 자신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그녀의 삶속에 어떤 영향을 주었거나, 혹은 각인처럼 기억되어 있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스스로에 대해 '나는 이런 훌륭한 삶을 살았수'라고 스스로를 치켜세우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폄하하지도 않는, 그런 솔직한 이야기들은 나를 웃게도 만들기도 하고, 한편으론 씁쓸한 기분을 맛보게도 하고, 울고 싶게도 만들었다.
참, 이상하기도 하지.
단지 한 개인의 삶을 이야기한 것 뿐인데, 읽고 난 후의 여운은 굉장히 강하다.
그 이유는 그녀 자신이 자신을 정면으로 마주 보고, 자신에게 솔직하게 살아온 이야기를 담아 냈기때문일까?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희망도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들이 너무 먼곳을 바라보고, 너무 높은 곳을 바라보며 살기 때문에 보이지 않는 것이다.
그것이 그녀가 하고 싶었던 말은 아닐까?
화려하진 않지만 은은한 향기를 내는 묵향처럼 내 가슴속으로 파고든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
이 책은 이 세상을 살아가는 것 자체가 행복임을 내게 깨닫게 해 주었다.
故 장영희 교수는 영화속에서 수퍼맨이었던 크리스토퍼 리브가 현실에서도 진정한 수퍼맨이었다는 말을 싫어했다고 하지만, 자신은 크리스토퍼 리브가 현실에서도 수퍼맨이었다고 말해주고 싶다고 했다.
물론 故 장영희 교수도 현실의 수퍼우먼이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지 않을지 몰라도, 그녀 역시 현실의 수퍼우먼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장애를 딛고, 교수로서 훌륭히 한 사람 몫을 해냈고, 암투병을 하면서도 멋진 책을 냈기 때문만은 아니다.
내가 그녀를 진정한 수퍼우먼이라 말할 수 있는 이유은, 장영희 교수 스스로가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를 깨닫고, 그리고 또다시 누군가에게 그 행복과 희망의 메세지를 전해줄 수 있었기 때문이리라.
덧> 이 책의 표지를 비롯하여, 책속에는 정일 화백의 아름답고 따뜻한 그림이 가득하다.
꽃, 새, 촛불, 사랑하는 사람들....
그림 역시 희망과 행복을 노래하고 있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