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등의 섬 1
산베 케이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산베 케이 작가님은 뭐랄까, 한없이 마이너지만 그럼에도 이전부터 좋아라하는 작가 분입니다.

국내에도 이전 두 작품이 정발되었었는데, 첫 번째가 '테스타로토'이고 두 번째가 '카미야도리'였죠.

여류 작가임에도 성별을 짐작키 어렵게 하는 과격한 이야기 설정과 전개, 섹슈얼 등으로 주목하게 된 작가님입죠. 네.

고등학교 시절 뭣모르고 데스타로토를 접하고 이후 소장하기 위해 찾으려했지만 이미 절판.

그런 덕에 중고로 구할 수밖에 없었고, 이후 나온 카미야도리도 꾸물거리다가 신품을 어렵사리 구한 전적이 있습니다.

여튼 이번에 귀등의 섬이라는, 미스터리물을 들고 나오셨는데 일본 현지에선 2008년과 2009년에 발행된 작품이지요.

뭐 어쨌든 결론적으로 우리나라에도 완간 4권 까지 다 나왔고, 이미 평점도 초반엔 좋다가 결말이 허무한 작품으로 난 듯합니다만 그럼에도 이 분의 작품은 내용의 재미를 떠나 뭔가 다른 마력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글래머러스한 여성과 어린 아이의 표현이 출중하고, 성인 남자 캐릭터 쪽은 그림체 덕분에 살짝 곱상한 맛이 있습니다만 액션 연출도 발군, 특히 작가님 자체가 외국 제 3세계의 여행을 좋아하셔서 그 여행에서 영감을 얻은 요소를 작품에 집어넣는 것으로도 유명하죠.

그런 이유로 지금 까지 판타지액션물에만(이라고 해도 두 작품이지만) 주력하셨는데 이 <귀등의 섬>은 이미 그런 작품들을 연재하던 와중인 3년 전 부터 구상을 시작했고 2년 전에 대략적인 스놉시스와 세부 사항을 조율했다고 하네요.

그럼에도 설정상 막히는 부분이 있어 질질 끌어오며 사장될 뻔한 것을 스퀘어에닉스사가 살려줬다고 합니다.

이번 귀등의 섬은 설정 자체 부터가 미스터리 추리물에나 나올 법한 배경(고립된 외딴 섬의 학원)에 가정의 문제로 정상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없는 아이들(거의 고아)을 데려와 재활 시킨다는 명목으로 '호즈키(꽈리를 나타내는 단어지만 초반 1권의 코코로의 설명에서 알 수 있듯이 '등불을 밝힌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죠)' 학원에 데려와 공동 생활을 시키고 있다는 것이 전제.

다만 그 뒷배경(이런 일을 추진한 조직이나 인물) 까지는 아직 알 수 없고, 정상적인 선생은 요시노 선생 뿐인 듯하지만, 그녀 역시 학원의 2층으로 올라가지 말라는, 후반에 밝혀지는 '그곳'의 정체를 알고 있는 듯한 말을 하는 것으로 의혹을 증폭시키지요.

한 가지 이상씩 정신적으로 뭔가 차갑고 비뚤어진 듯한 여타의 남자 선생들과 달리 귀등의 섬에 온지 얼마되지 않았고, 초중반에 아이들과 소통하려 애쓰며 아이들의 전력(작품 내에 자연스레 캐릭터들의 배경을 설명하는 연출이겠지만)을 살피며 안타까워하는 자상한 모습에서 선한 캐릭터라는 인상을 주지만, 결국 일이 꼬여 극후반에 생존을 위해 아이들을 공격하기로 마음 먹은 듯한 그녀의 모습에서 안심할 수 있는 캐릭터는 결국 코코로 뿐이라는 생각을 가지게 될 정도.(솔직히 유메도 뭔가 비밀이 있는 듯합니다.)

이 작품은 초반 부터 코코로와 그의 시각장애인 여동생 유메가 칼을 든 누군가에게 쫓기는 것으로 시작되는데, 그것이 3권 정도의 일이라면 과연 다른 아이들은 무사할지 궁금증이 이네요.

다른 아이들은 그렇다 쳐도 노래를 부르다가 부모에게 폭행을 당한 트라우마로 '실어증'에 걸린 요츠네라는 캐릭터는 어떻게든 끝까지 살아남아줬으면 좋겠습니다.(취향인 캐릭터이기도 하고)

거기에 더해 아이들을 공격하기로 결심한 요시노 역시 3권 표지의 주인공으로 나오는 걸 보면 그때 까지 살아남는 것이 아닐까 하는 기대를 갖게 만드네요.(요시노는 취향 직격) 

여튼 초반에 5점 만점에 4점을 받을 정도로 흥미진진하다가 후반에 가서 2점으로 내려간다고 하는데, 전 산베 케이 작가님 작품이라는 것만으로도 4권을 모두 살 용의가 있습지요.

(다만 이 분은 매번 작품 마다 5권을 넘기지 못한다는, 뭔가 마이너한 부분 때문에 장기 연재에 약한 모습을 보여 안타깝지요.)  

일단 1권은 미스터리 내지는 호러물(그냥 단순히 공포를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로써도 합격점이고 이후를 궁금하게 만드는 좋은 출발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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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만츄 Amanchu! 1
코즈에 아마노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0년 1월
평점 :
품절


일본의 치유계 만화라고 하면 여러 작품이 언급됩니다.

가끔은 하드코어한 치유계 쪽으로 타카하시 신 작가님의 '최종병기 그녀'를 대시는 분들도 더러 있을 정도로 그 방면이 다양하죠,

그러다 일반적으로 치유계라고 하면 언급되는 여러 작품들 중, 지금 까지 만든 모든 만화가 치유계라는 '치유계 전문' 작가님이 계시니 그 분의 이름은 '코즈에 아마노'작가님.

세주의 '낭만클럽' 이후 두 번째 작(국내 정발에 한해)인 '크레센트 노이즈'조차도 일면 소년 만화의 판타지라는 모습을 지니고 있지만 알맹이는 잔잔하고 감동적인 이야기로 가득 채워져 있는, 일명 '페이크' 작품 중 하나죠.

(다만 여타의 페이크 작품들과 달리 표지에 속았다기 보다 외려 땡잡았다는 느낌?) 

여튼 이후로 낭만클럽으로 물밑 작업을 하고 대작 '아리아'로 치유계의 대모(쿨럭)의 자리에 오르신 작가님이 오랜만에 신작을 들고 나오셨습니다.

바로 이 '아만츄'가 그것.

일본에서도 처음 이 작품의 연재 소식이 공개되었을 때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고 그것은 바다 건너 우리나라의 '코즈에 아마노' 팬들에게 역시나 해당되는 이야기였지요.

거기에 더해 학산 측에서도 초회 한정에 한해 작가님의 사인(인쇄본이지만)이 들어간 클리어 카드를 증정하는 이벤트를 여는 등의 나름 신경을 쓴 준비 덕에 지금 까지 이름만 들었지 건드리지 못했던 작가님의 작품을 '아만츄'로 접해 본 분들이 많으리라 생각됩니다.

네, 그리고 그 중 한 명이 접니다.(.....)

여튼 클리어 카드는 나름 만족... 이 아니라, 이야기 자체로 들어가서 이 작품의 기본적인 틀은 보시는 대로 고교생 여자아이의 다이빙 라이프입니다.

좀 더 정확히는 한 명의 단짝(도쿄 도시에서 이사온 테코)를 끌여들여 학교의 다이빙 부에 입부하는 이야기지요.

다만 이 작품은, 지금 까지의 그녀의 작품이 그래왔듯이 세계관, 아니 어쩌면 모리 카오루 작가님처럼 세계관에 꽤나 세심하게 신경 쓰는 부분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할지도 모르지만 그보다도, 치유계라는 부분에서 여러 가지로 주목할 부분이 많다고 봅니다.

아직 치유계는 이렇다!라는 소년 만화의 왕도 같은 공식은 없습니다만, 코즈에 아마노 작가님의 작품으로 살펴보면 꽤나 밸런스가 중요하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현실의 소재를 리얼하고 세세하게 끌어오며 써먹어야 하지만 여타의 직업군(이라기 보다 취미에 가깝지만)의 만화들 처럼 거기에 매달려선 안되며, 오히려 그런 소재는 인간 드라마, 평온한 일상의 작은 반짝임 같은 찰나의 순간을 포착하기 위한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지요.

기본적으로(아마도 아리아 때부터 그랬을 듯합니다만) 캐릭터는 여성에 집중되어 있고, 그런 여성 캐릭터들은 모두 귀여운 모습(봉제 인형이라던지 이모티콘의 표정 같은 우스꽝스럽고 귀여운)으로 표현되며 진지해야 한 상황에서야 본래의 리얼한 모습을 드러냅니다.

(사실 이것은 괴리감으로 다가오기도 하며 이 분의 작품을 처음 접한 저 같은 사람에겐 크게 느껴지는 듯한데, 다이빙복을 입은 몸은 리얼하게 그려놓고 얼굴은 여타의 봉제 인형으로 그려놓는 등의 부분에선 살짝 위화감이 들 정도죠.)

현실과 망상적인 평온함의 균형을 적절하게 조절하는 것, 세세한 부분에서 아기자기함을 놓치지 않고 그것을 적극 표현하는 것,

나이를 먹을수록 이런 마음 편한 치유계가 좋다는 점
 눈으로 보면서도 마음으로 느끼는 분위기 등을 고려하여 작품을 그려나가고 있다는 부분에서 개인적으로 이것 또한 장인 정신이 아닐까 하네요.

(특히 피카리나 테코, 챠 등의 네이밍 센스는 간과할 수 없는 코즈에 작가님의 무기 중 하나)

다만 한 권으로 끝나는 단편이 아닌, 아니 오히려 치유물은 장편으로 이어나가야 파급력이 크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한 권만으로 그녀의 치유계 정수를 모두 느끼기엔 다소 무리가 있지 않나 하네요.

치유계의 영향력이 반복되는 쇄뇌 평안함과 아기자기한 일상의 연속이라고 한다면 아직 좀 더 나아가야 또 하나의 '코즈에 아마노 式 치유계'라는 칭호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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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귀 屍鬼 1
오노 후유미 지음, 후지사키 류 그림 / 학산문화사(만화) / 2009년 8월
평점 :
절판


인간은 기본적으로 세 가지 조건이 충족되었을 때 공포를 느낀다고 합니다.

저 유명한 중2병 소설 나쓰 키노코 작가님의 <공의 경계>에 그것에 대한 설명이 잘 나와 있죠.

'상처 받은 레드'라는 마술사의 주장에 의하면 서양의 호러 무비 주인공(당하는 쪽이 아닌 공격하는 쪽)의 법칙에는 세 가지가 준수되어야 한다고 합니다.


첫 번째는 불사일 것.

두 번째는 말이 없을 것.

세 번째는 정체불명일 것.


흉측한 모습은 덤으로 하여 이 세가지가 충족되면 시청자는 공포를 느끼게 되어 있다는 거죠.

그렇다면 이 시귀는 어떨까? 결론 부터 말해 불사도 아닌 듯하고, 말도 합니다만, 아직 까지는 정체불명입니다.

후지사키 료 작가님이라고 하면, 가장 유명한 봉신연의 보다도 이후에 나온 두 권 짜리 작품인 '홈키퍼 테츠'라는 아스트랄한 작품(편집부에서도 도무지 어떻게 방향을 잡아야 할지 알 수가 없어 손을 놔버렸다는 전설의 작품)을 떠올리는지라 도무지 호러와는 매치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사실 봉신연의의 초반에 백성들을 농락하고 밤에 본성을 드러내며 시체를 뜯어먹는 달기의 장면에선 공포를 느끼기도 했습니다만 그게 오래가진 않았거든요.

게다가 오노 후유미 작가님의 시귀라고 하면 이전 부터 명작 호러 소설이라는 이야기를 들어왔기에 과연 이 후지사키 작가님은 그 시귀를 어떤 식으로 그려낼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이 들 정도였죠.

(좀 더 고백하자면 사실 오노 후유미 작가님도 12국기가 뇌리에 크게 남아 호러에 대한 부분에선 반신반의)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봉신연의 때의 그 화려한 판타스틱 의상 편력(디자이너 뺨칠 정도의 화려함)이나 대충 그린 듯한 캐릭터의 모습에서 한 단계 나아가, 그것과 실사체(극화체)를 어우르려는 모습에서 전 외려 섬뜩함을 느꼈습니다.

봉신연의의 백성과 주연들의 갭(모습)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완전 딴 사람이 그리는 것 같달까, 너무나 갭이 큰 작화의 어우러짐이 기괴하게 느껴졌달까, 의도된 연출이라고 하면 이미 반 이상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지요.

좀 더 파고들자면, 이 작품은 일본이 고대 부터 가지고 있던 '외부에 대한 기괴할 정도로 심한 배척과 '폐쇄성', 추리 소설의 살인 장소처럼 고립되고 대도시와 떨어진 작은 산골마을에 이사를 온 수상쩍은 외부인과 어떻게든 균형을 맞추며 살아가던 마을에 일어난 알 수 없는 죽음들, 그 형태 등이 마치 어두운 산길을 걸어가고 있는 와중 뭔가 서늘한 것이 뒷덜미를 매만지는 느낌이랄까,

범인을 알면서도 애초에 초자연적인 방향에 대해 생각하지 못해(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났다 해도 현실에선 그럴 것이며 또한 알았다 해도 대항할 방도가 없는 상황) 계속 피해자 & 가해자만 속출되고 있는 와중에도 아직 사건은 시작도 되지 않았다는 부분에서 궁금증과 함께 공포를 느끼게 만들고 있지요.

어제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한 '학원묵시록 하우스 오브 더 데드'의 은밀판이랄까, 죽은 시체의 악령이라는 '시귀'와 '좀비'는 피해자를 낳고 그 피해자가 죽어 다른 시귀가 된다는 부분에서 일맥상통합니다만 대놓고 들이대는 공포와 은밀하게 조금씩 주변을 갉아먹으며 다가오는 공포, 서양과 동양의 공포 차이를 느끼게 해주는 작품이 아닐까 합니다.

사실 위의 제목 '범인은 알지만....'은 추리 소설의 시각에서 보자면 우리 독자들은 범인을 알지만 실제 작중의 인물들은 모르는 상황인지라 우리 독자들은 제 3자 내지는 구경꾼의 위치에서 그들의 활약을 지켜보는 입장에 있지요.

그러하기에 차례차례 선량한 마을 사람들이 죽어나가고 자신이 마음에 들어했던 캐릭터가 죽임을 당해 악귀로 변해가는 과정을 손놓고 지켜봐야 한다는 것도 어떤 면에선 공포가 아닐까 합니다.

(거기에 더해 굳이 따지면 캐릭터들의 성격이나 모습이 워낙 까칠하고 타입이 다양하지 않아 호감가는 캐릭터가 안 나온다면 그건 또 그것대로 공포일지도.....)

다만 아이러니 하게도 위의 '서양의 호러 법칙'을 모조리 파괴하면서도(1권 까지는 정체불명이지만 조만간 정체가 나올 것이기에) 공포를 준다는 점이 또한 재미있는 부분이 아닌가 하네요.

또한 작품에 따라 스타일이 변해갈 후지사키 료 작가님의 화풍도 주목하며 보는 재미도 있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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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바밍 Embalming 3
와츠키 노부히로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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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소책자를 빼고 언급하자면)의 서막, 2권의 또다른 주인공 팀인 아슈히트 & 엘름 쪽의 소개에 이어, 3권에 이르러서야 드디어 엠바밍의 본격적인 드라마가 전개되었습니다. 

인조인간 세계의 커다란 두 개의 조직, 과거 부터 세력을 키워온 인조인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명문가이자 조직인 '폴러루트'와 온 세계의 인조인간들을 모아 인조인간의 세계를 만들어내려는 수수께끼의 '백작'이란 자가 만들어낸 신흥 조직 '브리츠 부르더'가 격돌하게 되었고 주인공 퓨리에게 여러 가지 시련이 한꺼번에 몰아치기 시작했거든요.

(참고로 위의 격돌이란 것은 직접적인 조직간의 격돌이 아닌, 아슈히트 팀과 피베리가 린던에서 만나게 되고 아슈히트 쪽의 볼일이었던 어떤 인물의 추적에 서로 얽히게 되며 백작의 숨겨진 '브루츠 부르더'에 대한 정체가 살짝 까발려지게 되는 거지만요.)

백작의 브리츠 부르더가 과거 폴러루트의 지배자이자 중심축인 닥터 리히터가 만들었던 '8구의 강화 특화형 인조인간'을 중심으로 한 인조인간의 조직이라는 것을 알게된 피베리는 애초에 퓨리를 인조인간으로 만들었던 목적,

닥터 리히터의 8구의 인조인간을 파괴하는 목적을 위해 아슈히트와 같이 브리츠 부르더에 일부러 인질로 잡히게 되지만 결국 그 '추적의 목표'가 브리츠 브루더와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외려 그 추적의 목표를 도와주게 되는 것과 더불어,

아슈히트와 피베리의 단독 행동으로 따로 남겨지게 된 퓨리는 엘름과 함께 따로 메리라는 여성의 행방을 찾기 위해 길을 나서게 되고 우연히 그녀의 딸을 찾아내게 되지만 그녀가 바로 1권에서 자작을 미치게 만들었던 모든 비극의 원흉, 자작의 진짜 딸 '에델'이라는 것과 메리라는 여자가 에델을 데리고 도망쳤던 자작의 부인이었다는 걸 깨달은 퓨리는 자신이 런던으로 온 목적도 뒤로 미루고 앞으로 그녀를 지켜내기로 맹세하게 됩니다.

... 라는 식으로 1권과 2권에서 계속 인물의 소개나 각자의 사정등에 주력해 보였던 이야기는 3권에 이르러 '하나의 목적'으로 아우러졌고 엠바밍의 작품 세계관에서 중심적인 소재가 될 두 개의 커다란 집단에 대한 정체도 어느 정도 까발려졌지요.

일단 이야기 자체는 다음 4권에서 끝날 것 같긴 합니다만 이것을 촉매로 하여 더욱 스피드를 가속하여 재미를 안겨 줄 것 같다는 기대를 하게 되었습니다.(솔직히 말해 3권도 1권 같다면 다음 권 사는 것에 망설였겠지만 이 3권 하나로 다음 권을 사기로 결심했습니다.)

피베리의 리히터에 대한 원환, 배신자의 낙인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앞으로 그녀의 목적에 따라 레이스를 비롯한 전세계 모든 인조인간, 특히 '닥터 리히터의 강화 특화형 8구'를 파괴해야하는 상황에서 순진하고 착한 인조인간 소녀 엘름(그녀 역시 그 8구 중 하나죠)에게서 에델의 환영을 보고,

또한 실제로 지키기로 맹세한 자작의 진짜 딸인 '에델'의 등장으로 이야기는 단순히 여행하며 만나고 그들의 뒷사정을 들으며 싸워서 결말을 낸다는(파괴한다는) 이야기가 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만 도리어 드라마적인 요소가 강화되어 이쪽으로 좋아하는 부류(저를 포함)에게는 좋은 어필이 되지 않았나 하네요.

단순히 소년 만화로써의 배틀물이 아닌, 살아있는 인간의 몸을 인조인간 창조의 도구로 여기는 광기와 세계관에 어우러지는 한 순정남(인조인간 퓨리)의 고난의 길이 펼쳐졌다는 느낌이랄까, 분노와 광기를 동시에 지니고 있으면서도 누구보다 인간적인 퓨리의 행보가 더욱 궁금해졌습니다.

(소년 만화의 왕도는 모두 갖춰졌다는 느낌이랄까, 소년 만화치고는 좀 인기 없을 듯한 잔혹하고 기괴한 이야기지만요.)


p.s.

작품의 화 중간중간에 들어가는 박물지(세계관 소개를 위한 대화 형식의 정보지)의 글쓴이가 와츠키 노부히로 작가님이 아니더군요.

감수는 그렇다 치고 실제 작중의 캐릭터를 가지고 대화 형식으로 적어놓은 글이라 와츠키 작가님이 세계관에 필요한 정보를 모으며 그걸 정보 전달 형식으로 만들어 놓으신 거라 생각했는데 전혀 다른 분이었습니다.

왠지 한 방 맞은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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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 그레이 맨 17
호시노 카츠라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9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표절의 피해자(이쪽은 국내만화 이야기지만)와 피의자라는 위치를 번갈아 갈아타며 결국 소년 왕도(소년 점프)에서 소년과 청년의 경계(점프스퀘어)로 이적한 디 그레이맨의 분위기는 현재 참으로 찜찜합니다.

문득 처음 1권을 사던 때가 기억나는군요. 그 날은 몹시도 추운 겨울날이었습니다.

솔직히 처음 부터 그리 끌리던 작품은 아니었습니다만 띠지에 혹해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샀지요. 그리고 역시나 초반의 인상은 그닥이었습니다.

메르헨 풍의 분위기와 기묘한 아쿠마와의 싸움, 그리고 검은탑은 매력적이었지만 뭔가 분위기가 어수선하고 초짜라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호시노 카츠라 작가님이 초짜라는 게 아니라 소년 만화의 왕도를 따라가려하면서도 계속 툴툴대는 만화 초반의 분위기가 말이죠.)

하지만 가면 갈수록 안정과 무게를 지니게 되고 이야기 자체도 흥미진진해 지더군요.

역사적인 실존 인물인 천년백작을 악당의 우두머리로 끌어와 노아 일족이라는, 엑소시스트라는 부분의 측면으로써 너무나 잘 어울리는 이질적인 존재들을 끌어온 것에 전 무한한 경의를 표했습니다.

(굳이 에바와 같은 크리스챤적인 대립 구도가 아니라고 해도 여튼 최초의 심장, 퍼스트 이노센스를 찾아내려는 부분에서 알렌의 큐브가 파괴되었을 땐 카타르시스마저 느꼈죠.)

그리고 이젠 뭐가 뭔지 모르게 되어버렸습니다.(.....)

이전 이노센스 하트를 찾으려는 당시만 해도 꽤나 복잡하지만 어떻게든 정리가 되었던 내용이,

알렌이 환골탈태하여 크라운으로 변모하고, 정작 노아 일족은 간간히 등장하며, 검은 교단의 안에서 서로 투닥투닥거리더니 결국 크로스 마리안은 뜬금없이 자막 처리로 리타이어 되고, 알렌의 정체가 마나의 친구이자 노아 일족을 배신한 유일한 노아의 융합체(몸은 알렌, 정신은 알렌과 노아 두 개)라니..... 

도무지 이젠 뭐가 뭔지, 정작 주요한 소재인 '노아의 방주'가 등장했지만 외려 그 때문에 더욱 더 혼란스럽게 되어 버린 지경에 처해버렸습니다.

네, 제목에서 처럼 말그대로 <혼돈 점입가경>이 이루어지고 있는 거죠.

거기에 더해 작가님은 정작 개그에 힘쓰며 과거 검은 교단의 비리를 들추려고 하는 통에 라비의 이름조차 잊어먹을 지경.

이미 이 정도 레벨이면 소년 만화의 지경을 벗어났달까, 이전 표절 문제가 불거져 소년지인 소년 점프에서 퇴출되어 청년지인 점프스퀘어로 이적하면서 더욱 더 괴악한 분위기가 되어버렸다는 느낌랄까, '이젠 소년 만화의 왕도에 신경 쓸 필요 없다!' 라는 느낌이 들 정도입니다.

(참고로 현재 점프스퀘어에 연재되고 있는 작품으로는 '로자리오와 뱀파이어' '엠바밍' '클레이모어' '시귀' '마법총술사 쿠로히메' '개그만화 보기 좋은날' '쿠레나이' + 야부키 켄타로 대인의 '미아 고양이 오버런 코믹스판' 등이 있죠.)

http://ko.wikipedia.org/wiki/%EC%A0%90%ED%94%84%EC%8A%A4%ED%80%98%EC%96%B4

아직 뒤에 두 권(정발된)이 더 남아있으니 마저 확인하고 뭐라 코멘트를 더해야겠지만, 현재의 상황으로는 작가님의 유려하고 복잡한 그림체 만큼 내용도 복잡하게 흘러가고 있는 통에 제 머리로는 도무지 정리가 안되네요.

다만 이번 권에서 가장 충격적인 것이라면 두 가지.

크로스 마리안의 리타이어와 알렌이 순수한 인간이 아닌, 노아 융합체라는 찜찜함 정도겠네요.(으아 찜찜해!)



p.s.

그나저나 머리카락 까지 잘라내며(그 헤어스타일 취향이었는데....) 이노센스 레벨 업의 투지와 감동을 주었던,

'이젠 보호만 받지 않을 거야! 내가 모두를 지켜내겠어!'라던 리나리는 점점 얼굴 마담 내지는 잉여가 되가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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