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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이야기 1
모리 카오루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0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2002년 월간 코믹 빔에 <엠마>를 처녀작으로 연재하여, 그 후속작으로 나온 모리 카오루 작가님의 <신부이야기>.
사실 80년대 생으로썬 2000년을 넘어간 시점에선 그닥 오래전 이야기도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만 지금이 2010년이니 8년 전에 프로 작가로써의 길을 시작하신 것이 되네요.
도쿄에서 출생하여 어릴적 책을 읽거나 그림을 그리는 것을 반복(취미나 선택지로써가 아니라 말그대로 책 안 보면 그림만 그리셨다고)을 하던 중에 대학생 즈음에서 세계의 복색과 문화에 급관심을 가지시게 되어 영국의 메이드 복과 문화에 홀딱 빠져 <엠마>를 그리시고,
이전 대학교 시절 도서관에서 보았던 중앙아시아 쪽의 복색과 문양집을 보시고 또 혹하셔서 <신부이야기>를 구상하게 되었다고 후기에 나오더군요.
(사실 이전 모 인터뷰에서 신부이야기를 그리게 된 결정적인 이유가 말을 좋아하시기 때문이라고 코멘트하셨습다만)
잠깐 사담으로 들어가서 전 이 분에 대해 그리 잘 아는 편(관심을 가지고 있던 편)은 아닙니다만 왠지 본편의 이야기 보다 후기의 모습이 너무나 신경이 쓰이더군요.
후기의 자신의 모습을 엉망으로(애정이 있으실지도 모르지만 여튼 일반인이 보기에) 그리는 작가 분들은 더러 있습니다만 이만큼 본작과 후기 초상화의 갭이 큰 분도 그리 없지 않을까 합니다.
실제 본편에 그리시는 작화는 이런 분이
후기의 자신은 이렇게 그리시고 계시니까요.
뭐, 이런 점에선 오구레이토나 카츠라 호시노 작가님도 비슷해 보이지만 이 만큼 정돈된 필력이 느껴지지 않는 초상화는 오랜만이랄까, 왠지 이전 '금색의 갓슈(원제: 금색의 갓슈벨)'의 마코토 레이쿠 작가님의 초상이 떠오르더군요.
(물론 저 마코토 작가님 좋아해요. 그냥 정겹다는 의미로)
그런데 더 놀라운 사실은 이 초상화가 그리 본래 작가님의 모습과 갭이 크지 않다는 것에 있달까, 살짝 남자 같은 캐릭터 같기도 합니다만 헤어 스타일이 놀라울 정도로 닮았죠.
(실제 모리 카오루 작가님의 모습입니다. 네, 무섭게 닮았습니다.)
여튼 이쯤하여 본편의 감상으로 넘어가서,
중앙아시아 초원 유목민(처음엔 몽골 쪽인줄 알았는데 설명에 아랍 어쩌고도 나오는 걸 보고 정확히 어떤 민족인지는 단정짓기가 어려워졌습니다. 아마도 실크로드 근경의 민족 같긴 합니다만)의 이야기를 그리며 거기에 더해,
간략하게 <엠마> 때와 마찬가지로 자신이 좋아하는 캐릭터(랄까 특정 복색과 구성원으로써의 위치)를 표현하기 위해 작품을 시작했다고 느껴지는 애정이 이 작품의 매력 포인트가 아닌가 싶습니다.
실제로 실제 유목민의 문화(복잡한 목각 문양이나 건축 양식, 복색, 생활상 등)를 이야기의 무대이자 중심 소재로 놓고 있습니다만,
그와 함께 '아미르'라고 하는 씩씩하고, 청초하고, 순진하고, 아름다운 생활력 강한 젊은 여성을 주인공으로 삼아 그녀와 그녀의 어린 신랑의 알콩달콩한 신혼 생활을 묘사하는 것에서 치유계와는 다른 훈훈하고 즐거운 마음을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보는 내내 모에와는 다른 따뜻한 감정이 스물스물 피어올랐죠.)
다만 이 작품을 처음 접하기 전 작품 소개에서 '어두운 음모'에 대한 이야기와, 모 이웃분이 언질을 주신 '아기'에 대한 것이 맞물려 '대체 12살 신랑과의 사이에서 뭘 어떻게 하면 아기에 관한 어두운 음모가 나오는 거냐!'라고 생각했는데 실제 작품을 보니 십분 이해가 되더군요.
실제로 텔레비젼에서 방영하는 중앙 아시아를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 등을 보면 나오는 이야기입니다만,
여타의 작품들(이라고 해도 이 만큼 사실적인 묘사를 중심으로 삼은 작품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만)과 달리 국가적인 차원의 음모론은 아니고, 단지 부족과 부족간의 이해관계에서 벌어지는 불화와 부족 실세들의 욕심에서 시작되는,
마음을 트고 잘 살고 있는 알콩달콩 풋풋한 신혼을 깨려는 음모라고 할까, 우리가 익히 알고 있거나 이해하고 있는 수준에서의 음모론이 성립되는 것도 이 작품의 또다른 매력이 아닐까 합니다. 젊은 세대 외에 포커스가 되지 못하는 주변 인물을 재조명해주는 계기로써 말이죠.(음모론도 매력이 되다니!)
여튼 시대상과 이상형을 뛰어넘어, 만약 제가 저 시대에 살고 있다면 가장 이상적인 신붓감이지 않을까 생각되는, 모든 우월적인 요소를 지니고 있는 '아미르'의 이야기를 보며 내내 입가에 미소가 가시지 않게 만들었다는 것이, 제 개인적으로 이 작품의 가장 큰 감상요소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솔직히 이전 작인 <엠마>는 뭔가 저완 핀트가 어긋난 듯하여 별다른 재미를 느끼지 못했는데(그래서 콜렉팅에서 제외) 이번 작은 초반 부터 몰입이 되며 큰 만족감을 주네요. 다른 분들에게, 만화를 싫어하시는 분들에게라도 얼마든지 추천할 수 있는 작품이 아닐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