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 그레이 맨 17
호시노 카츠라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9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표절의 피해자(이쪽은 국내만화 이야기지만)와 피의자라는 위치를 번갈아 갈아타며 결국 소년 왕도(소년 점프)에서 소년과 청년의 경계(점프스퀘어)로 이적한 디 그레이맨의 분위기는 현재 참으로 찜찜합니다.

문득 처음 1권을 사던 때가 기억나는군요. 그 날은 몹시도 추운 겨울날이었습니다.

솔직히 처음 부터 그리 끌리던 작품은 아니었습니다만 띠지에 혹해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샀지요. 그리고 역시나 초반의 인상은 그닥이었습니다.

메르헨 풍의 분위기와 기묘한 아쿠마와의 싸움, 그리고 검은탑은 매력적이었지만 뭔가 분위기가 어수선하고 초짜라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호시노 카츠라 작가님이 초짜라는 게 아니라 소년 만화의 왕도를 따라가려하면서도 계속 툴툴대는 만화 초반의 분위기가 말이죠.)

하지만 가면 갈수록 안정과 무게를 지니게 되고 이야기 자체도 흥미진진해 지더군요.

역사적인 실존 인물인 천년백작을 악당의 우두머리로 끌어와 노아 일족이라는, 엑소시스트라는 부분의 측면으로써 너무나 잘 어울리는 이질적인 존재들을 끌어온 것에 전 무한한 경의를 표했습니다.

(굳이 에바와 같은 크리스챤적인 대립 구도가 아니라고 해도 여튼 최초의 심장, 퍼스트 이노센스를 찾아내려는 부분에서 알렌의 큐브가 파괴되었을 땐 카타르시스마저 느꼈죠.)

그리고 이젠 뭐가 뭔지 모르게 되어버렸습니다.(.....)

이전 이노센스 하트를 찾으려는 당시만 해도 꽤나 복잡하지만 어떻게든 정리가 되었던 내용이,

알렌이 환골탈태하여 크라운으로 변모하고, 정작 노아 일족은 간간히 등장하며, 검은 교단의 안에서 서로 투닥투닥거리더니 결국 크로스 마리안은 뜬금없이 자막 처리로 리타이어 되고, 알렌의 정체가 마나의 친구이자 노아 일족을 배신한 유일한 노아의 융합체(몸은 알렌, 정신은 알렌과 노아 두 개)라니..... 

도무지 이젠 뭐가 뭔지, 정작 주요한 소재인 '노아의 방주'가 등장했지만 외려 그 때문에 더욱 더 혼란스럽게 되어 버린 지경에 처해버렸습니다.

네, 제목에서 처럼 말그대로 <혼돈 점입가경>이 이루어지고 있는 거죠.

거기에 더해 작가님은 정작 개그에 힘쓰며 과거 검은 교단의 비리를 들추려고 하는 통에 라비의 이름조차 잊어먹을 지경.

이미 이 정도 레벨이면 소년 만화의 지경을 벗어났달까, 이전 표절 문제가 불거져 소년지인 소년 점프에서 퇴출되어 청년지인 점프스퀘어로 이적하면서 더욱 더 괴악한 분위기가 되어버렸다는 느낌랄까, '이젠 소년 만화의 왕도에 신경 쓸 필요 없다!' 라는 느낌이 들 정도입니다.

(참고로 현재 점프스퀘어에 연재되고 있는 작품으로는 '로자리오와 뱀파이어' '엠바밍' '클레이모어' '시귀' '마법총술사 쿠로히메' '개그만화 보기 좋은날' '쿠레나이' + 야부키 켄타로 대인의 '미아 고양이 오버런 코믹스판' 등이 있죠.)

http://ko.wikipedia.org/wiki/%EC%A0%90%ED%94%84%EC%8A%A4%ED%80%98%EC%96%B4

아직 뒤에 두 권(정발된)이 더 남아있으니 마저 확인하고 뭐라 코멘트를 더해야겠지만, 현재의 상황으로는 작가님의 유려하고 복잡한 그림체 만큼 내용도 복잡하게 흘러가고 있는 통에 제 머리로는 도무지 정리가 안되네요.

다만 이번 권에서 가장 충격적인 것이라면 두 가지.

크로스 마리안의 리타이어와 알렌이 순수한 인간이 아닌, 노아 융합체라는 찜찜함 정도겠네요.(으아 찜찜해!)



p.s.

그나저나 머리카락 까지 잘라내며(그 헤어스타일 취향이었는데....) 이노센스 레벨 업의 투지와 감동을 주었던,

'이젠 보호만 받지 않을 거야! 내가 모두를 지켜내겠어!'라던 리나리는 점점 얼굴 마담 내지는 잉여가 되가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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