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귀 屍鬼 1
오노 후유미 지음, 후지사키 류 그림 / 학산문화사(만화) / 2009년 8월
평점 :
절판


인간은 기본적으로 세 가지 조건이 충족되었을 때 공포를 느낀다고 합니다.

저 유명한 중2병 소설 나쓰 키노코 작가님의 <공의 경계>에 그것에 대한 설명이 잘 나와 있죠.

'상처 받은 레드'라는 마술사의 주장에 의하면 서양의 호러 무비 주인공(당하는 쪽이 아닌 공격하는 쪽)의 법칙에는 세 가지가 준수되어야 한다고 합니다.


첫 번째는 불사일 것.

두 번째는 말이 없을 것.

세 번째는 정체불명일 것.


흉측한 모습은 덤으로 하여 이 세가지가 충족되면 시청자는 공포를 느끼게 되어 있다는 거죠.

그렇다면 이 시귀는 어떨까? 결론 부터 말해 불사도 아닌 듯하고, 말도 합니다만, 아직 까지는 정체불명입니다.

후지사키 료 작가님이라고 하면, 가장 유명한 봉신연의 보다도 이후에 나온 두 권 짜리 작품인 '홈키퍼 테츠'라는 아스트랄한 작품(편집부에서도 도무지 어떻게 방향을 잡아야 할지 알 수가 없어 손을 놔버렸다는 전설의 작품)을 떠올리는지라 도무지 호러와는 매치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사실 봉신연의의 초반에 백성들을 농락하고 밤에 본성을 드러내며 시체를 뜯어먹는 달기의 장면에선 공포를 느끼기도 했습니다만 그게 오래가진 않았거든요.

게다가 오노 후유미 작가님의 시귀라고 하면 이전 부터 명작 호러 소설이라는 이야기를 들어왔기에 과연 이 후지사키 작가님은 그 시귀를 어떤 식으로 그려낼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이 들 정도였죠.

(좀 더 고백하자면 사실 오노 후유미 작가님도 12국기가 뇌리에 크게 남아 호러에 대한 부분에선 반신반의)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봉신연의 때의 그 화려한 판타스틱 의상 편력(디자이너 뺨칠 정도의 화려함)이나 대충 그린 듯한 캐릭터의 모습에서 한 단계 나아가, 그것과 실사체(극화체)를 어우르려는 모습에서 전 외려 섬뜩함을 느꼈습니다.

봉신연의의 백성과 주연들의 갭(모습)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완전 딴 사람이 그리는 것 같달까, 너무나 갭이 큰 작화의 어우러짐이 기괴하게 느껴졌달까, 의도된 연출이라고 하면 이미 반 이상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지요.

좀 더 파고들자면, 이 작품은 일본이 고대 부터 가지고 있던 '외부에 대한 기괴할 정도로 심한 배척과 '폐쇄성', 추리 소설의 살인 장소처럼 고립되고 대도시와 떨어진 작은 산골마을에 이사를 온 수상쩍은 외부인과 어떻게든 균형을 맞추며 살아가던 마을에 일어난 알 수 없는 죽음들, 그 형태 등이 마치 어두운 산길을 걸어가고 있는 와중 뭔가 서늘한 것이 뒷덜미를 매만지는 느낌이랄까,

범인을 알면서도 애초에 초자연적인 방향에 대해 생각하지 못해(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났다 해도 현실에선 그럴 것이며 또한 알았다 해도 대항할 방도가 없는 상황) 계속 피해자 & 가해자만 속출되고 있는 와중에도 아직 사건은 시작도 되지 않았다는 부분에서 궁금증과 함께 공포를 느끼게 만들고 있지요.

어제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한 '학원묵시록 하우스 오브 더 데드'의 은밀판이랄까, 죽은 시체의 악령이라는 '시귀'와 '좀비'는 피해자를 낳고 그 피해자가 죽어 다른 시귀가 된다는 부분에서 일맥상통합니다만 대놓고 들이대는 공포와 은밀하게 조금씩 주변을 갉아먹으며 다가오는 공포, 서양과 동양의 공포 차이를 느끼게 해주는 작품이 아닐까 합니다.

사실 위의 제목 '범인은 알지만....'은 추리 소설의 시각에서 보자면 우리 독자들은 범인을 알지만 실제 작중의 인물들은 모르는 상황인지라 우리 독자들은 제 3자 내지는 구경꾼의 위치에서 그들의 활약을 지켜보는 입장에 있지요.

그러하기에 차례차례 선량한 마을 사람들이 죽어나가고 자신이 마음에 들어했던 캐릭터가 죽임을 당해 악귀로 변해가는 과정을 손놓고 지켜봐야 한다는 것도 어떤 면에선 공포가 아닐까 합니다.

(거기에 더해 굳이 따지면 캐릭터들의 성격이나 모습이 워낙 까칠하고 타입이 다양하지 않아 호감가는 캐릭터가 안 나온다면 그건 또 그것대로 공포일지도.....)

다만 아이러니 하게도 위의 '서양의 호러 법칙'을 모조리 파괴하면서도(1권 까지는 정체불명이지만 조만간 정체가 나올 것이기에) 공포를 준다는 점이 또한 재미있는 부분이 아닌가 하네요.

또한 작품에 따라 스타일이 변해갈 후지사키 료 작가님의 화풍도 주목하며 보는 재미도 있지 않을까 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