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시대에도 신앙은 필요한가 - 과학만능주의 시대, 신앙의 의미 탐구
김도현 지음 / 생활성서사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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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이 모든 것을 해결해준다는 소위 과학만능주의의 시대에서 신앙은 조롱과 비판의 대상이 되었다. 흔히 내로라하는 과학자들이 창조주()의 역할을 비판하고 더 나아가 조롱하기에 이르렀다. 언뜻 보기에는 인간이 과학을 창조하였고 인류의 역사와 함께 과학도 발전했으니 더 이상 신앙의 역할은 없어 보인다. 그러나 저자 신부님의 생각은 다르다.

저자 신부님은 여러 과학자들이 강력하게 신봉하는 다양한 이론들의 한계를 요목조목 비판한다. 과학자들은 자신이 주장하는 이론의 맹점들을 인정하지 않거나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 신부님은 과학자들의 이론에 거침없이 의문을 제기하고 과학적으로 검증이 불가능한 영역이 있을 수 있음을 분명히 제시한다.

그렇다고 이 책을 과학 자체에 대한 비판이라고 단정 지으면 곤란하다. 어디까지나 과학 만능주의에 대한 비판이지 과학 자체가 잘못됐다고 말하는 건 아니다. 그러니까 과학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줄 거라는 잘못된 믿음에 대한 비판이다. 과학은 분명히 인류의 발전에 큰 기여를 하였으며, 그 성과는 결코 미미하지 않다.

이 책의 제목은 질문으로 되어 있는데, 여기에 대한 최종적인 답변은 당연히 그렇다이다. 과학으로 설명되지 못하는 부분에 응답하는 능력이 신앙에는 있기 때문이다. 세상에는 과학적으로 검증이 되는 경우보다 그 반대의 경우가 더 많다. 개개인의 존재나 가치관, 윤리 같은 것들은 과학으로 증명이 불가능하다.

저자 신부님은 과학과 신앙은 어느 한쪽에 치우치면 안 된다고 이야기한다. 과학이든 신앙이든 한쪽으로 기울면 폭력을 야기할 뿐이다. 양자는 서로를 보완하며 함께 가야 한다. 그래야 SCIENCE(과학)IFAITH(신앙)I가 서로 겹치듯이 상생하고 대화하는 쪽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일전에 <과학과 신앙 사이>를 재미있게 읽고 서평을 쓴 적이 있어서 요번 신간도 몹시 기대하며 읽었다. 내가 과학머리를 타고나지 않아서 책에 나오는 모든 이론들을 이해하는 데 조금 어려웠지만 책에서 말하는 요점이 무엇인지는 파악할 수 있었다. 안 그래도 과학을 좀 공부해봐야겠다고 생각만 하던 찰나에 좋은 책을 읽고 서평을 남길 수 있어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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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한 존재들
브라이언 도일 지음, 김효정 옮김 / 가톨릭출판사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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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많고 따뜻한 부모님 밑에서 다른 형제들과 공평하게 사랑받고 자라 매사에 긍정적이고 활발한, 건강한 정신을 가진 사람의 이야기. 나는 이 책을 이렇게 이야기하고 싶다. 저자 브라이언 도일은 우리나라에 알려지지 않았지만 미국에서는 이미 뛰어난 이야기꾼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였다. 왜 작가다고 하냐면 이 저자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책에는 가족에 대한 사랑, 친구들과의 우정, 세상을 향한 시선 그리고 하느님에 대한 사랑이 넘쳐난다. 나는 어릴 때부터 부정적이고 폭력적인 상황에 적나라하게 노출된 채 자라왔기 때문에 저자의 사랑 넘쳤던 삶이 부러웠다. 저자의 인생은 예쁘고 사랑스럽고 또 제목처럼 찬란한 하루하루였던 것 같다.

나의 과거가 아무리 부정적이고 어두웠더라도 지금부터 조금씩 긍정적으로 보는 연습을 하면 된다. 내가 왕따를 시켰더라면(혹은 때리거나 놀리던 입장이었다면) 평생에 걸쳐 힘들게 사는 게 마땅하지만 피해자였기 때문에 그럴 필요가 전혀 없다. 왕따를 당하는 내내 괴로웠지만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언제 그랬냐는 듯 괴롭힘은 끝났다.

아무리 어려운 시절이라도 언젠가 지나간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좋겠다. 20대 중후반까지 줄곧 힘들게 지내다가 30대로 접어들 무렵에야 조금씩 회복되어 가는 나도 그랬으니까. 어려운 시절이 있었기에 지금을 좀 더 긍정적으로 마주할 수 있게 되고 매사에 감사하게 되고 사람들에게 겸손하게 되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나의 20대 시절까지는 너무 괴로워서 더 이상 삶의 의욕이 나지 않았었다. 걸핏하면 자해하고 약 먹고 그랬다. 대학원 수료 후 논문 한 편도 못 쓰고 빌빌대다 이리 걷어차이고 저리 걷어차이던 시절도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논문을 못 써도 상관없다는 생각이 들게 되었다. 나에게는 또 다른 길이 생겼기 때문이다.

이 모든 상황을 함께하신 분이 바로 하느님이었다. 나는 내가 글을 쓰게 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또 묵주를 직접 만들게 될 거라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나의 두 가지 길을 하느님께서 친히 보여 주셨다. 가톨릭을 늦게 접하여서 서른 문턱에 다가서서야 세례와 견진성사를 받은 나 같은 초짜에게.

하느님은 나의 모든 시선을 행복과 감사로 바꾸셨다. 좋은 사람들을 내 곁에 두심에 감사하게 되었고, 나의 인간적인 고집들을 내려놓게 하심에 감사하게 되었다. 그리고 나의 입장이 아닌 하느님의 입장에서 바라볼 수 있도록 시야를 넓혀 주심에 감사하게 되었다. 그러다보니 이상한 사람들을 금방 거를 수 있는 능력이 생겼고 그런 이들은 더 이상 내 곁에 없다.

하느님은 나를 사랑하셔서 언제 어디서나 지켜주시고 혹은 어려움을 타개할 힘을 주신다. 나는 이제야 그분을 믿는다. 나는 그분을 믿고 사랑하고 의지하기만 하면 된다. 평일 미사는 힘들더라도 주일 미사는 거르지 않는다. 매달 규칙적으로 고해성사를 보면서 영적 상태를 점검한다. 하느님, 저 같은 사람을 불러주셔서 변화시켜주심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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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에 초대합니다
라이너 마리아 쉬슬러 지음, 신정훈 옮김 / 가톨릭출판사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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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개인적으로 치유와 희망에 관심이 생겼습니다. 저는 서평이나 글을 쓸 때 저의 사적이고 민감한 이야기들을 많이 하는 편입니다. 소재가 금방 고갈된다는 한계가 존재하지만 그만큼 글로써 감정을 어느 정도 객관화하고 치유에 이르는 길이 상대적으로 빨라진다는 장점이 있지요. 이렇게 말하는 저 또한 아직 치유가 많이 필요합니다. 따돌림 같은 고통은 그다지 빠르게 회복되지 않으니까요.

이번에 읽은 책은 희망과 관련이 깊습니다. 복음 말씀은 그리스도교 신자들뿐만 아니라 그분을 믿지 않는 모든 이들에게도 평화와 희망을 줍니다. , 복음 말씀은 권위적으로 굳어 있는 옛 계약을 완전히 뒤엎어버립니다. 그리고 어떤 경우에는 불쾌감을 느끼게 할 만큼 독설과 자극을 아낌없이 선사하기도 합니다. 예수님이 그런 분이셨습니다. 단지 사랑스러운 주님만을 믿고자 하는 건 잘못된 신앙생활입니다.

하느님은 신자들만이 독식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닙니다. 그분은 없는 자들, 갇힌 자들, 억눌린 자들, 그분을 믿지 않는 자들 모두를 아우르고 일치시키시는 분입니다. 하느님에 대해서 많이 알고 있다고 자부하는 이들은 결코 그분의 반도 알지 못합니다. 하느님을 많이 안다고 자만하는 이들은 그 콧대 높은 오만함으로 남들에게 상처만 줍니다. 예수님께서는 율법을 달달 외우며 신앙심이 깊다고 자부하는 이들과 격렬하게 대립하셨습니다.

우리는 예수님의 영광스러운 승리자 같은 모습만을 취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분은 화려하게 등장하지 않았으며, 세상에서 가장 비참하고 잔혹한 모습으로 돌아가셨습니다. 하느님께서도 그분을 버리셨지요. 사순 시기는 그분의 영광이 아닌 비참하고 잔혹했던 그 길을 묵상하는 시간입니다. 죽음이 없으면 부활은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영광스러운 모습 뒤에 가려진 비참함마저 받아들이고 믿어야 합니다.

우리들은 사람을 향해야 합니다. 그들에게 예수님의 모습을 보여 주어야 합니다. 우리 또한 죄 많고 가진 것 없고 연약한 인간이지만 우리보다 더 열악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에게 예수님께서 다가가신 것처럼 그렇게 해야 합니다. , 우리는 믿지 않는 이들이 던지는 날카로운 질문에 지혜롭게 대답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다고 그분을 믿으라고 억지로 강요하는 게 아니라 그들 스스로 변화되게끔 일깨워 주어야 합니다.

 

말씀에 초대합니다뼈 때리는 초대장입니다. 교회의 쇄신과 정화를 위해서라면 때로는 싫은 소리도 과감하게 낼 줄 아는 용감한 초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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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치유되었다 - 예수님과 함께하는 치유 여정
밥 슈츠 지음, 이진아 옮김 / 생활성서사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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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다보면 늘 느끼는 게 있습니다. 저의 글은 언제나 과거에 겪었던 학대와 폭력의 경험에 머무르고 있다는 점입니다. 제 이름을 내건 메일링 연재 글에서도, 온라인에 올리는 서평이나 수필에서도 언제나 저의 상처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저를 깊이 알지 못하는 이들은 이런 저를 불편하다고 지적하거나 혹은 팔로우를 끊습니다.

또 저는 같은 죄를 여러 차례 반복합니다. 관계와 관련된 죄악입니다. 이 문제로 고해성사를 몇 차례나 보고 또 봐서 조만간 크게 혼날 것 같아 두렵습니다. 아직까지 크게 혼난 적은 없지만 저의 죄는 곧장 끊어야 할 대죄인 것은 확실합니다. 따라서 혼나지 않은 게 다행이라고 섣불리 단정 지을 수는 없습니다.

이런 저에게 예수님은 몇 번이나 건강해지고 싶으냐?”라고 물으셨습니다. 저는 그 때마다 대답하기를 주저했습니다. 건강해지고는 싶지만 저의 상처들이 계속 떠올랐고 부끄러운 기억들이 저를 괴롭혔기 때문입니다. 그것들을 벗어났을 경우를 전혀 생각해 본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한 마디로 제가 평생 짊어지고 가야 할 문제라고 여겼던 것입니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모두 예수님 앞에 내려놓으라고 합니다. 우리가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들을 예수님께서는 해결해 주십니다. 저자와 그의 형을 포함한 많은 이들이 치유를 받았듯이 말입니다. 우리 모두는 예수님의 건강해지고 싶으냐?”라는 질문에 .”라고 응답하면서 몸을 일으켜야 합니다.

얼마 전 성체조배를 하면서 이사야서 뒷부분을 읽었습니다. 그분은 잠시 저를 버렸으나 곧 다시 불러들일 것이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성당에서 멀리 떨어진 동네로 이사를 오면서 평일미사에 거의 참례하지 못하는 저에게 하는 말씀 같았습니다. 다시 생각해보니 과거에 사로잡힌 저를 다시 불러들여 치유해 주시겠다는 그분의 확고한 다짐으로도 들립니다.

예수님은 우리가 건강해지고 싶어 할 때 치유해 주십니다. 그러니까 억지로 치유되기를 강요하지 않으신다는 뜻입니다. 과거의 상처와 현재의 죄악에서 벗어나려면 우리의 의지가 필요합니다. 더 이상 과거에 매여 있지 않겠다는 의지와 두 번 다시 죄를 짓지 않겠다는 굳은 결심이 필요합니다.

치유는 한 번 만에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오랜 세월을 폭력과 죄악에 물들었는데 한 번에 치유를 바라는 건 말이 안 됩니다. 구약시대의 다니엘이 오랜 영적 투쟁을 했던 것처럼 우리도 그렇게 해야 합니다. 당장 치유가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끊임없이 기도해야 합니다. 그렇게 하다보면 어느새 우리는 나병환자의 경우처럼 깨끗한 몸을 체험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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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관들을 위한 특별한 한 끼 - 사회복무요원의 119안전센터 특식 일지
강제규 지음 / 책나물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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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부제는 사회복무요원의 119안전센터 특식 일지이다. 말 그대로 저자가 119안전센터에서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하면서 특식을 준비했다는 뜻이다. 저자는 원래 친구 따라 해병대에 갈 생각이었는데 척추측만증이 심해서 사회복무요원으로 떨어졌다고 한다. 남들은 공익 갔다고 비웃지만 그에게는 신의 한 수였다.

그에게는 요리를 잘한다는 강점이 있었다. 고등학교 때부터 야간자율학습 대신 집에서 저녁상을 차리고 여러 음식점에서 알바를 하면서 쌓아 온 경험이었다. 보통의 가정에서는 엄마가 저녁상을 차리는 게 당연한 불문율처럼 굳어져 있는데 저자에게는 예외였다. 저자의 어머니는 아들의 레시피를 엮어 소년의 레시피라는 책을 냈었다.

저자는 소방서 내에서도 유감없이 강점을 발휘했다. 하루 5만 원이라는 적은 돈 안에서도 주간 조와 야간 조 모두가 든든하고 맛있게 먹을 수 있도록 식사를 준비했다. 저자의 감동적인 요리에 그 어떤 직원도 불만이나 항의를 표시하지 않고 맛있게 먹었다. 회 뜨기까지 해낼 정도이니 말 다 한 셈이다.

매번 본인에게만 일을 부탁하면 짜증이나 화도 날 법 한데 저자는 즐거운 마음으로 식사를 준비했다. 당장 나만 해도 몇 가지 일을 온전히 다 떠맡게 되면 짜증이 밀려오고 귀찮아지는데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에게 많이 배웠다. 자신이 잘하는 일에 기쁜 마음으로 즐겁게 임하는 방법을.

군 생활은 얻어가는 시간이거나 낭비하는 시간이거나 둘 중 하나라고 한다. 저자는 군 생활을 알차게 보냈고 많이 배웠다. 좋은 사람들 밑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느낀 시간이었다. 길면 길고 짧다면 짧은 군 생활을 하면서도 갈등 하나 없었던 점도 그렇다. 복무기간을 모두 마친 저자에게 모든 직원들이 아쉬워하면서도 기쁘게 배웅해 주었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에 애정이 있다면 저자처럼 모남 없이 즐거운 마음으로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의 경우는 아직 그 경지에 이르지는 못한 것 같다. 딱히 손해되는 일이 아닌데도 누가 조금만 일을 부탁하면 스트레스부터 생기니 내가 도량이 많이 부족하다고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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