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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치유되었다 - 예수님과 함께하는 치유 여정
밥 슈츠 지음, 이진아 옮김 / 생활성서사 / 2023년 7월
평점 :
글을 쓰다보면 늘 느끼는 게 있습니다. 저의 글은 언제나 과거에 겪었던 학대와 폭력의 경험에 머무르고 있다는 점입니다. 제 이름을 내건 메일링 연재 글에서도, 온라인에 올리는 서평이나 수필에서도 언제나 저의 상처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저를 깊이 알지 못하는 이들은 이런 저를 불편하다고 지적하거나 혹은 팔로우를 끊습니다.
또 저는 같은 죄를 여러 차례 반복합니다. 관계와 관련된 죄악입니다. 이 문제로 고해성사를 몇 차례나 보고 또 봐서 조만간 크게 혼날 것 같아 두렵습니다. 아직까지 크게 혼난 적은 없지만 저의 죄는 곧장 끊어야 할 대죄인 것은 확실합니다. 따라서 혼나지 않은 게 다행이라고 섣불리 단정 지을 수는 없습니다.
이런 저에게 예수님은 몇 번이나 “건강해지고 싶으냐?”라고 물으셨습니다. 저는 그 때마다 대답하기를 주저했습니다. 건강해지고는 싶지만 저의 상처들이 계속 떠올랐고 부끄러운 기억들이 저를 괴롭혔기 때문입니다. 그것들을 벗어났을 경우를 전혀 생각해 본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한 마디로 제가 평생 짊어지고 가야 할 문제라고 여겼던 것입니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모두 예수님 앞에 내려놓으라고 합니다. 우리가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들을 예수님께서는 해결해 주십니다. 저자와 그의 형을 포함한 많은 이들이 치유를 받았듯이 말입니다. 우리 모두는 예수님의 “건강해지고 싶으냐?”라는 질문에 “예.”라고 응답하면서 몸을 일으켜야 합니다.
얼마 전 성체조배를 하면서 이사야서 뒷부분을 읽었습니다. 그분은 잠시 저를 버렸으나 곧 다시 불러들일 것이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성당에서 멀리 떨어진 동네로 이사를 오면서 평일미사에 거의 참례하지 못하는 저에게 하는 말씀 같았습니다. 다시 생각해보니 과거에 사로잡힌 저를 다시 불러들여 치유해 주시겠다는 그분의 확고한 다짐으로도 들립니다.
예수님은 우리가 건강해지고 싶어 할 때 치유해 주십니다. 그러니까 억지로 치유되기를 강요하지 않으신다는 뜻입니다. 과거의 상처와 현재의 죄악에서 벗어나려면 우리의 의지가 필요합니다. 더 이상 과거에 매여 있지 않겠다는 의지와 두 번 다시 죄를 짓지 않겠다는 굳은 결심이 필요합니다.
치유는 한 번 만에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오랜 세월을 폭력과 죄악에 물들었는데 한 번에 치유를 바라는 건 말이 안 됩니다. 구약시대의 다니엘이 오랜 영적 투쟁을 했던 것처럼 우리도 그렇게 해야 합니다. 당장 치유가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끊임없이 기도해야 합니다. 그렇게 하다보면 어느새 우리는 나병환자의 경우처럼 깨끗한 몸을 체험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