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에 초대합니다
라이너 마리아 쉬슬러 지음, 신정훈 옮김 / 가톨릭출판사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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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개인적으로 치유와 희망에 관심이 생겼습니다. 저는 서평이나 글을 쓸 때 저의 사적이고 민감한 이야기들을 많이 하는 편입니다. 소재가 금방 고갈된다는 한계가 존재하지만 그만큼 글로써 감정을 어느 정도 객관화하고 치유에 이르는 길이 상대적으로 빨라진다는 장점이 있지요. 이렇게 말하는 저 또한 아직 치유가 많이 필요합니다. 따돌림 같은 고통은 그다지 빠르게 회복되지 않으니까요.

이번에 읽은 책은 희망과 관련이 깊습니다. 복음 말씀은 그리스도교 신자들뿐만 아니라 그분을 믿지 않는 모든 이들에게도 평화와 희망을 줍니다. , 복음 말씀은 권위적으로 굳어 있는 옛 계약을 완전히 뒤엎어버립니다. 그리고 어떤 경우에는 불쾌감을 느끼게 할 만큼 독설과 자극을 아낌없이 선사하기도 합니다. 예수님이 그런 분이셨습니다. 단지 사랑스러운 주님만을 믿고자 하는 건 잘못된 신앙생활입니다.

하느님은 신자들만이 독식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닙니다. 그분은 없는 자들, 갇힌 자들, 억눌린 자들, 그분을 믿지 않는 자들 모두를 아우르고 일치시키시는 분입니다. 하느님에 대해서 많이 알고 있다고 자부하는 이들은 결코 그분의 반도 알지 못합니다. 하느님을 많이 안다고 자만하는 이들은 그 콧대 높은 오만함으로 남들에게 상처만 줍니다. 예수님께서는 율법을 달달 외우며 신앙심이 깊다고 자부하는 이들과 격렬하게 대립하셨습니다.

우리는 예수님의 영광스러운 승리자 같은 모습만을 취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분은 화려하게 등장하지 않았으며, 세상에서 가장 비참하고 잔혹한 모습으로 돌아가셨습니다. 하느님께서도 그분을 버리셨지요. 사순 시기는 그분의 영광이 아닌 비참하고 잔혹했던 그 길을 묵상하는 시간입니다. 죽음이 없으면 부활은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영광스러운 모습 뒤에 가려진 비참함마저 받아들이고 믿어야 합니다.

우리들은 사람을 향해야 합니다. 그들에게 예수님의 모습을 보여 주어야 합니다. 우리 또한 죄 많고 가진 것 없고 연약한 인간이지만 우리보다 더 열악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에게 예수님께서 다가가신 것처럼 그렇게 해야 합니다. , 우리는 믿지 않는 이들이 던지는 날카로운 질문에 지혜롭게 대답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다고 그분을 믿으라고 억지로 강요하는 게 아니라 그들 스스로 변화되게끔 일깨워 주어야 합니다.

 

말씀에 초대합니다뼈 때리는 초대장입니다. 교회의 쇄신과 정화를 위해서라면 때로는 싫은 소리도 과감하게 낼 줄 아는 용감한 초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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