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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레오 14세 - 최초 공식 전기
도메니코 아가소 지음, 이재협 외 3인 옮김 / 가톨릭출판사 / 2025년 7월
평점 :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는 올해도 여느 때처럼 부활대축일 미사와 ‘로마와 온 세상에’ 강복을 마치고 신자들에게 순방 인사를 건네셨다. 그때까지만 해도 모두들 교황께서 건강을 회복하신 줄로만 알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 다음날, 교황께서는 88세를 일기로 선종하셨다. 아무도 예상 못 한 일이었다. 성당에 나가지 못하고 있는 나도 교황께서 편찮으시다는 소식을 듣긴 들었는데 이렇게 갑자기 주님 품으로 떠나실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갑작스럽게 선종하셨기 때문에 새 교황을 선출해야 하는데, 당시 유력 후보가 많이 나왔다. 이들은 출신 지역이나 정치 성향 같은 것들로 나뉘었다. 나는 전혀 모르는 분들이라 여기에 언급하지는 않겠다. 콘클라베 기간에도 새 교황이 뽑히지 않아 이틀 정도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새 교황은 세 번째 연기가 흰 연기로 바뀌었을 때 선출되었다. 그가 바로 레오 14세 교황이다.
레오 14세 교황은 교황 후보로써 거의 언급되지 않았고, 따라서 정보도 거의 찾을 수 없었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인물이었다. 그는 최초의 미국인 교황이고 성 아우구스티노 수도회 출신이다. 또 역대 교황들과 달리 선교사 출신이다. 그는 미국인이었지만 페루에서 오랫동안 선교 활동을 했으며, 치클라요교구에서 교구장 주교를 역임했었다. 새 교황을 맞은 신자들은 그 어떤 편견이나 아집 없이 열렬히 환호했다.
하느님은 국적이나 신분을 막론하고 베드로의 새 후계자를 뽑는 데 주저함이 없으셨다. 이전 프란치스코 교황도 그러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선출 당시 최초의 남미 출신이었고, 교황명도 무척 파격적이었다. 그렇다고 질서나 전통 같은 걸 모조리 부정하거나 박살냈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레오 14세 교황도 모두 전임 교황들을 본받아 시대가 당면한 과제들을 끌어안고 단 한 순간도 안일하게 지내려 하지 않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그랬듯 레오 14세 교황 또한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외면하지 않았다. 지도에도 나오지 않는 오지들을 찾아다니며 그 지역의 사람들을 위해 복음을 전하며 여러 사업을 펼쳤다. 또, 겸손과 순종, 특유의 신중함도 잃지 않았다. 자신이 사용하는 단어 하나하나에도 신중과 신중을 기하는 인물이었다. 레오 14세 교황은 그야말로 하느님의 준비된 일꾼이었던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온 힘을 다해 하느님의 교회를 사랑하고 섬기고 세상과 소통하다가 하느님 품으로 떠났다. 이제는 새로운 교황 레오 14세가 그 뒤를 이을 차례다. 그렇다고 교황 혼자서만 그 일을 떠안을 수는 없다. 교황은 단독 군주나 기업체의 대표가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톨릭 신자들을 포함한 모든 이들의 일치와 화합이 필요하다. 평화를 사랑하고 전쟁을 반대하며 일치를 수호하는 것만이 세상을 살리는 길임을 이제는 알아야 할 것이다.
가톨릭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