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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갈 집이 있다
지유라 지음 / 메이트북스 / 2020년 7월
평점 :


나의 집이라는 포근함. 이
포근함을 진정으로 느낀 지 나의 경우 오래되지 않았다.
하는 일의 특성상 해외출장이 굉장히 많은 편이고 길게는 1년 이상 장기 체류한 경우도 적지 않다.
한 사람의 아내로써 아이의 엄마로써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나의
커리어 또한 포기할 수 없고
이 일을 해야 나의 앞날도 그나마 밝을 것이라 생각되기에 어쩔수
없이 선택한 길이다.
불행중 다행이랄까. 코로나 19으로 인하여 해외 장기 출장은 잠정 보류되었고 국내 사무실에서 9시
출근 6시 퇴근이라는 아주 선물과 같은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이러한 나의 삶이 있었기에 ‘집’이라는 단어는 항상 그립고 꿈만 같았으며 쉴 수 있는 쉼터 같은 곳이다.
그랬기에 ‘돌아갈 집이
있다’라는 제목부터 나의 시선을 확 끌어당긴 것이 아닐까.
아마도 가을로 기억한다. 두 명의 유명한
배우가 스페인에서 성지순례를 하는 사람들을 위하여
하숙집을 운영하는 프로그램을 아주 재미있게
보았다.
매주 금요일에 방영을 하였는데 퇴근 후, 맥주한잔 마시며 남편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프로그램이 끝나가는 것을 아쉬워했던 정말 행복한
기억이다.
많은 프로그램 중에 나는 왜 하필 스페인
하숙에 열광을 하였던 것일까?
그리고 해외 출장을 자주 가는 나인데 왜
이리도 프로그램을 유독 좋아했던 걸까?
곰곰히 생각을 해보니 일종의 대리만족 이었던
것 같다. 훌쩍 배낭 하나 메고 떠나고 싶지만 녹록치 않은 현실에 대신 떠나서 자유로운 삶을
사는 사람들을 보는 재미를 즐기며 대리만족 했던 것이다.
또한 그 프로그램에 비춰진 그들은 나처럼
‘일’이 아닌 ‘여행’ 으로써의
떠남이었기에 더욱 부러웠던 것은 아닐까
프로그램은 종영되었지만 그 이후로도 배낭여행을
떠난 사람들의 에세이를 이따금씩 읽으며 먼타국에서 즐겁게 여행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엿보았다.
이 책은 추억이 깃든 세상의 집들을 9년 동안 나무에 그려온 '집 그리는 화가' 지유라 작가의 따뜻하고 감동적인 그림 에세이다.
그간 집 여행을 하면서 그려온 한국의 집과 외국의
집들을 엄선하고, 여기에 감각적인 글을 새롭게 더했다고 한다.
이러한 스토리를 알고 읽으니 작가가 그린 그림
하나하나가 더 따뜻하게 다가왔다.
작가에게 집은 세상에서 가장 편안하고 행복한 곳이라는
느낌도 더 확실하게 느껴졌다.
이 포근하고 따뜻함.
이러한 점이 이 책에 대하여 더 궁금하고
매력을 느낀 포인트라고 생각한다. 순전히 나의 생각이지만 그저 텍스트로만 나열된 것이 아닌
그림과 함께 자아낸 에세이라서 사람들의 감정과 마음을 더 울리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책을 읽다가 책장을 덮고 혼자 곰곰히 생각을
하는 버릇이 있다.
만약 내가 하는 일이 지금처럼 집을 장기간 비우는 것이 아니었다면 지금처럼 집에 대한 소중함을 피부로 직접
느끼고 살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였다.
특히 추억의 집이라는 글이 특히나 마음에 와닿았는데 일부를 수록하여 본다.
[집 그림을 그리다 보면 처음4 B연필을
잡았던 나의 초등학교 시절과 그 동네가 떠오른다. 고소한 소보루빵 굽는 냄새로 늘 군침 돌게 하던 제과점.
빨간 돼지 저금통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던 문방구. 외식 때 자주 가던 도라무통 깡통이 식탁이던 갈비 집. ‘일 원이요, 이 원이요, 천구백팔십삼 원이요’
. 또랑또랑 숫자 읊던 소리와 상관없이
주판알만 튕겼던 주산학원. 친구와 함께 젓가락 행진곡을
치며 놀던 피아노학원. 방학 때면 들렀던 외가집 근처 시골 장터, 국밥집. 얼음집, 한복집, 쌀집, 연탄집, 기름집. 나랑
싸웠던 유리 집 아들 녀석 진규는 잘 살고 있을까?
지금은 사라진 추억의 집들…. 아련히 떠오르는 행복했던 시절, 그 집을 나무에 그려본다]
코로나19가
마무리되면 나는 종전과 같이 해외 출장과 파견을 다시금 시작하며 지금처럼 안락한 생활은 하지 못할 수도 있다.
물론 그 시기가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동안에 그리웠던 집에서의 생활을 마음껏 누리고 싶다.
이 따뜻한 책으로 간접 경험하였던 것들을
실제로 느끼며 감상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