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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의 여름
츠지무라 미즈키 지음, 구수영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2년 5월
평점 :

이 책을 처음 받았을때 느꼈던 첫인상은 책이 실제 생각했던 것보다 엄청 두껍다였습니다 무려 650페이지 실화입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페이지마다 텍스트가 빼곡하게 들어가 있지는 않았다는 것이죠
그래도 일단 압도적인 분량에 살짝 긴장을 하고 츠지무라 미즈키 작가의 호박의 여름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녀의 작품은 이제 겨우 두번째 읽는 것이어서 다른 일본 작가들에 비해 익숙함과보다는 약간의 낮설음이 더 강했는데 서서히 알아가는 탐색 단계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언제가 될지는 알수 없지만 다음 3번째 작품을 읽을때는 작가와의 관계가 지금보다는 좀더 친해지겠죠
그런데 확실히 읽으면 읽을수록 그녀의 팬이 되어가는 제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호박의 여름 포함해서 올해 츠지무라 미즈키 작가의 책이 두권이나 나왔는데 두권 모두 작년 2021년에 발표한 최신작들입니다
운좋게도 두권 모두 최근 한두달사이에 다 읽을 수 있었습니다 2021년에 나온 작품들을 마스터했으니 그 다음에는 2020년 출간된 것을 찾아서 읽을까 생각중입니다 이렇게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다보면 그녀의 첫 데뷔작인 차가운 학교에 시간은 멈춘다까지 도달하게 되겠죠
제가 평소에 큰 관심을 크게 두지 않는 작가이긴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일본 못지 않게 높은 인지도를 갖고 있는 유명 작가이기 때문에 이 책의 출간은 꽤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다만 이 책이 최신작인지는 이번에 첨 알게되었죠
유명 외국 베스트셀러 작가의 최신작은 늘 환영입니다

책 읽기전에 책 내용의 판단근거가 되는 표지와 타이틀에서 서정적이고 몽환적인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딱봐도 이 책은 추리소설은 아니겠구나 생각했었죠
물론 제 예상이 백프로 다 맞지는 않았습니다
이야기 초반은 상당히 느린 템포에 서정적이고 아름답기까지 했지만 후반에는 미스터리 소설 못지 않게 휘몰아치듯이 스토리가 급전개되었습니다
하나의 작품이 두개의 상반된 얼굴을 갖고 있다고 봐도 될 것 같네요
상반된 얼굴이 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고 더 나아가 감동으로 연결되는 이 작품이야말로 츠지무라 미즈키 문학월드의 최고 절정을 보여준 것은 아닌가 싶은데 이제 막 두권 읽고 그녀의 대표작으로 이 작품을 단정 짓기에는 무리가 있겠죠
그래도 전 이 작품에서 나오키상 및 서점대상 수상작가의 저력을 아주 뚜렷하게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과거와 현재가 오가면서 소설의 스토리는 촘촘히 전개됩니다
과거속 이야기는 미래학교의 여름캠프를 배경으로 어린 시절의 추억들이 마치 성장소설처럼 아련하게 그려지고 있으며 현재는 생수사건으로 폐쇄된 미래학교 캠프장에서 백골 사체가 발견되고 그 사체의 실존인물이 누구인지 찾아가는 과정이 중심을 이루고 있죠
사체는 과연 누구의 것인지 추리해가는 과정도 중요하지만 그것이상으로 더 중요한 메세지들이 책 전체에 가득합니다 (작가 인터뷰에 보니 이 작품 쓸때 첨에 백골 사체가 누구인지 미리 정해놓지 않고 쓰기 시작했다고 써 있네요)
일단 부모와 자식의 관계에 대해 새로운 방식과 해석으로 작가는 날카롭게 접근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 작품은 추리적인 재미보다는 작품이 주는 메세지의 무게감에 주목해서 읽을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꽤 많은 페이지와 소프트한 초반 분위기에 과연 끝까지 완독 가능할지 걱정하긴 했지만 막상 읽어보니 앞서 언급했던 두가지들은 생각이 1도 안날정도로 몰입해서 읽을 수 있었습니다
작가 인지도를 생각할때 영상 작업도 충분히 가능할 것 같은데 정말 잘만 만든다면 세계4대 영화제 입상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됩니다 일단 원작 스토리의 아우라가 모든 것을 압도하니깐요
우리나라에서 이 책이 얼마나 많이 팔렸는지는 제가 출판사 관계자가 아니어서 알수 없지만 알라딘에 있는 세일즈 포인트를 근거로 판단해볼때 서점대상 수상작인 거울속 외딴 성보다는 덜 팔린 것은 맞지만 그래도 우리나라에 소개된 그녀의 수많은 책들중에서 상위권 넘버쓰리안에 랭킹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이 보신 것 같습니다
독자입장에서는 이 책이 주는 여러가지 상징성이 있겠죠
저는 작가를 장르별로 구분하는 편인데 사실 츠지무라 미즈키는 아직까지 정확하게 어느 장르라고 구분을 못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그럴것 같네요
한가지로 딱 규정짓기에는 그녀가 갖고 있는 문학적 스펙트럼이 너무나도 폭넓죠
장르의 구애를 전혀 받지 않는 유일한 작가가 아닌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