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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식기
아사이 료 지음, 민경욱 옮김 / 리드비 / 2025년 9월
평점 :

책이 갖는 재미와 감동과는 별개로 어떤 과정을 통해 이 책이 리드비에서 정식 출간되어 나오게 되었는지 상상했을때 왠지 더 재밌어 지는 느낌입니다
그동안 나온 책 대부분이 미스터리 장르 관련 책이 많아서 리드비를 추리 전문 출판사로 분류해도 하나도 안 이상한데 이런 와중에 그쪽 장르하고는 전혀 관련이 없는 순수문학 작가인 아사이 료 작가의 책이 두권이나 나왔다는 것은 여러모로 시사하는 부분이 많은 것 같습니다
편집부에서 높은 위치에 있는 관계자분이 아사이 료 작가 찐팬이어서 연속 나오지 않았을까 저 혼자 상상해보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작년에 나온 정욕이 기대 이상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었기 때문이겠죠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영화의 효과도 어느정도 있긴 했었지만 그것과 별개로 소설은 혼자의 힘으로 즉 각자도생해서 우리나라에서 베스트셀러를 기록했으니깐요
리드비에서 나왔기 때문에 가능한 일일수도 있겠지만도~
그럼 올해 나온 일본소설 추천작 생식기는 어떨까요 이 작품 역시 초반 반응이 심상치 않습니다
출간과 동시에 알라딘 메인에 있는 편집장의 선택에 당연히 올라갔으며 판매량과 주목도를 반영하는 알라딘 세일즈 포인트 역시 아주 높은 편입니다
그나저나 책 제목이 상당히 전투적입니다 카페나 지하철에서 독서할때 자연스럽게 책 제목을 손으로 가리고 봐야 할 것 같은데 정욕도 매운맛 책제목이라고 생각했는데 생식기랑 비교하면 완전 순한 맛이었네요
2025년 신작 in the megachurch는 다행스럽게도 정상적인 제목입니다 책 내용은 아이돌 그룹 관련 팬 비즈니스를 다루고 있죠
그리고 먹음직스러운 사과에 LGBTQ 색깔을 입힌 한국어판 생식기 표지 역시 당연히 원서하고 동일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다르더군요
원서는 서점대상 관련 부분을 크게 부각시킨 단순 텍스트 위주의 표지였습니다
한국어판과 비교하면 무척이나 심심하네요
이 책은 상당히 수다스럽습니다 특정 신체(?)가 쉴새없이 떠뜨는데 제 귀가 아플정도입니다
장편소설이지만 묘하게 인간을 연구 대상으로한 인문서 느낌도 많이 듭니다
그리고 가장 쇼킹한 것은 생식기가 무려 이야기 주체 즉 화자로 나온다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상상이 잘 안되실텐데 모순 덩어리 그 자체인 인간을 생식기가 처음부터 끝까지 열심히 씹어 되는데 이 과정에서 독자들은 엄청난 재미를 경험하실 것입니다
단순 재미만 놓고 볼때 무겁고 진지한 문제 의식이 강력하게 자리잡고 있는 정욕보다 유쾌함이 가득한 생식기가 더 재밌는 편입니다
또한 다소 민감한 소재라고 할 수 있는 동성애 관련 이슈도 본책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부담스럽지 않은 선을 지키면서 작가만의 새로운 시각으로 잘 풀어가고 있습니다
회사가 배경으로 나오고 등장인물 대부분이 회사원인데 사람 사는 곳은 다 똑같구나 하는 생각도 꽤 많이 들었습니다
누적 판매 10만부 돌파에 베스트셀러 1위 기록등 대중적으로도 놀라운 기록을 일본 현지에서 세웠는데 우리나라에서도 그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많은 분들이 이 책을 접하시고 더 나아가 많은 것들에 대해 생각해보는 기회를 갖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책 읽는 내내 했었습니다
정욕의 경우 영화로도 크게 성공한 케이스인데 생식기 영화화는 상상이 전혀 안됩니다
그럼에도 영상 작업이 이번에도 꼭 이루어졌으면 하는 생각은 여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