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빈의 다시 쓰는 세계사 - 한 권으로 1만 년 역사를 완전 정복하는
로빈의 역사 기록 지음, 강응천 감수 / 흐름출판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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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칠판에 빽빽하게 쓰여진 내용을 노트에 열심히 옮겨 적었던 기억이 나네요.

생애 첫 세계사 수업은 손가락이 아플 정도로 쓰고 외웠던 암기의 시간이었네요. 그때는 세계사를 왜 배워야 하는지, 그 진짜 이유에 대해 생각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거창한 이유가 아니더라도 무엇을 배울 때에는 스스로 그 목적을 확실히 정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현재 지구촌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분쟁과 정치적 이슈를 보다가 세계사를 떠올리게 되었어요. 앗, 뭔가 상황이 비슷한 것 같은데... 과거 역사적 사건의 연장선 위에서 현재의 갈등과 국제 정세를 이해하고 싶었네요. 역사는 완벽하게 똑같이 반복되는 건 아니지만 비슷한 원인과 결과의 패턴으로 반복되고, 인간의 본성과 사회적 구조가 유사하게 작동된다는 점에서 훌륭한 교본이라고 할 수 있어요. 세계사 공부, 이제는 쉽고 재미있게 할 수 있어요.

《로빈의 다시 쓰는 세계사》는 복잡한 세계사와 한국사를 쉽고 명확하게 설명하는 역사 크리에이터 로빈의 책이에요.

저자는 유튜브 채널 <로빈의 역사 기록>을 운영하며, 45만 명의 역사 멘토로 활동하고 있어요. 이번 책에서는 무작정 외웠다가 금세 잊는 역사 말고 '왜 그럴까?'를 생각하는 진짜 역사 공부를 위해 쓰여졌네요. 저자는 세계사를 다시 쓰는 일이 곧 지금 우리 자신을 다시 읽는 일이며, 역사를 알아야 오늘의 뉴스를 이해할 수 있고, 미래를 바꿀 힘도 생긴다고 이야기하네요. 세계사를 처음 접하는 청소년들은 물론이고, 역사 공부를 다시 제대로 하고 싶은 어른들을 위한 세계사 교양서라고 할 수 있어요. 이 책의 특징은 1만 년의 역사적 사건을 유기적인 인과관계로 연결하여 방대한 세계사를 흐름과 맥락 중심으로 재구성한 점이에요. 단순히 역사적 사실을 나열하는 대신, 사건이 발생한 원인과 배경에 초점을 둔 인과관계 중심의 스토리텔링이라서 조각조각 나눠진 지식들을 통합하여 이해할 수 있네요. 인류 문명의 탄생에 관한 이야기로 시작하여 유럽, 중국, 서아시아와 아프리카, 일본, 인도, 동남아시아로 나누어 역사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요. 지도와 도표, 사진 등 다양한 시각 자료를 활용하여 이해도를 높이고, 핵심 키워드를 통해 내용을 쉽게 요약하고 있는데, 그 덕분인지 오래전에 암기했던 세계사 연대별 핵심 정리 내용이 드문드문 기억나면서 재미있더라고요. 각 장 말미에는 연표를 통해 주요 사건, 시기, 핵심 키워드, 내용이 나와 있어서 머릿속에 전체적인 흐름이 정리되어 좋았네요. 글로벌 시대에는 한 나라의 문제가 다른 나라에 즉각적인 영향을 주고 있고, 이러한 국제 관계의 상호작용을 이해하려면 세계사 공부가 필수예요. 과거 제국주의 시대의 역사적 맥락을 이해하면 현재의 국제적 불평등 구조가 보이고, 민족 간 분쟁과 국가 간 갈등은 역사적 맥락에서 그 원인을 파악할 수 있네요. 1만 년 역사 이야기를 담은 한 권의 책으로 놀라운 통찰력이 갑자기 생길 리는 없지만 적어도 교양으로서 세계사를 배우고, 세계와 미래를 더 폭넓게 바라보는 계기가 되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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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능력자 - 제12회 교보문고 스토리대상 우수상 수상작 책깃노블
함설기 지음 / 책깃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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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초능력자 말고 이상능력자?

앗, 뭐가 다른 건가 싶었죠. 한 끗 차이지만 느낌상 부정적이잖아요.

역시나 "내가 폭발하자, 모든 세상이 달라졌다."라는 문장으로 정리해주네요.

시한폭탄처럼 퐝! 터지면서 초능력이 발현되기 때문에 '이상능력'으로 표현했던 거예요.

신기하게도, 초능력을 소재로 한 이야기는 많지만 늘 호기심을 자극하기 때문에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네요.

단숨에 읽게 된, 《이상능력자》는 함설기 작가님의 장편소설이자 교보문고 스토리대상 우수상 수상작이라고 하네요.

주인공 채수안은 열일곱 살, 화운고등학교 1학년생이에요. 중학교 1학년 때 초능력자의 폭발로 엄마를 잃은 뒤로는 초능력자들을 다 격리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초강경 격리파에 동조해왔어요. 근데 본인이 그토록 혐오했던 초능력자가 되면서 정체성 혼란을 겪게 되네요. 우리의 주인공에게 너무나 가혹한 시련이네요.


"초능력자 혐오. 그 표현이 송곳처럼 가슴을 찔렀다. 

그럼 초능력자를 혐오하는 초능력자는 어떻게 되는 걸까.

어제 나를 비난하던 김은태 무리가 떠올랐다. 

그 애들이 초능력자를 보는 시각은 나와 똑같은데도 우린 같은 편이 될 수 없었다.

그렇다고 이제 와서 초능력자 편이 될 수도 없었다. 

왜냐하면 난 절대 초능력자들을 용서할 수 없······." (51p)


혼자 외톨이처럼 지내던 수안의 일상은 초능력의 발현으로 모든 게 달라졌어요. 체육관 붕괴 사고를 계기로 자신의 능력이 사람을 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염우정과 남예리라는 친구들과 연대하며 엄마의 죽음과 관련된 거대한 진실을 추적하게 되는데... 우와, 빠른 전개와 스릴 넘치는 구성으로 마지막까지 긴장감을 놓을 수 없었네요. 읽으면서 새삼 감탄한 것은 이상능력자를 다이너마이트, 폭탄으로 설정한 점이네요. 다이너마이트의 높은 폭발력은 대규모 건설 현장에서는 꼭 필요한 도구지만 전쟁에서는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는 파괴적인 무기라는 점에서 이상능력자의 본질을 잘 드러내고 있어요. 십대 사춘기를 질풍노도의 시기라고 하는데, 여기에 초능력이라는 폭탄과 혐오라는 사회 문제가 더해져서 강력한 이야기가 만들어졌네요. 초기에는 초능력자들의 폭발로 인명 피해가 있었지만 이후에는 국가 차원에서 안정적으로 잘 관리하고 있음에도, 초능력자를 향한 낙인과 SNS 가짜뉴스로 초능력자들을 격리해야 한다는 극단적인 무리들이 등장한 것이 낯설지가 않네요. 갈등과 혐오를 넘어서는 것이 진짜 초능력이 아닌가 싶어요. 책 맨 뒤에 작가님의 작업기와 소설 속 장면들을 스케치한 그림들이 있어서, 웹툰으로 나와도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카카오페이지에서 웹툰을 볼 수 있네요. 소설 단행본도 성인 문학과 청소년 문학 2종으로 출간되었어요. 내용은 동일하고, 표지와 작가의 말이 다르며, 성인판에는 추가 캐릭터 설정집과 공간 설정집이 부록으로 들어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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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의 문학 - 새로운 서사의 시대에 우리가 알아야 할
강영준 지음 / 두리반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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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우리 문학을 얼만큼 알고 있냐고 묻는다면 할 말이 없네요.

요즘은 한국 작가들의 소설을 많이 읽고 있지만 이전 세대의 문학 작품들은 교과서에서 본 것 말고는 아는 게 없거든요.

《최소한의 문학》은 새로운 서사의 시대에 우리가 알아야 할 최소한의 우리 문학을 다룬 책이에요.

저자는 상산고등학교 국어 교사인 강영준 선생님으로 십대들과 함께 독서와 문학을 공부하고 있다고 하네요. 숏폼과 알고리즘으로 빠르게 이야기를 소비하는 세상에서, 진짜 중요한 이야기는 무엇일까요. 저자는 우리 시대의 진짜 얼굴을 하고 있는 이야기가 바로 우리 문학이며, 이 책에서 1910년대부터 현대까지 한국 근현대 소설 서른두 편을 통해 우리가 알아야 할 내용들을 전하고 있어요.

첫 번째 소설은 1917년, 이광수의 「무정」 이고, 마지막 소설은 2016년, 조남주의 「82년생 김지영」이네요. 1910년대는 나라를 빼앗긴 식민지 조선의 지식인들이 문학을 국민 계몽의 도구로 삼던 시기였는데, 이광수는 남녀 간의 사랑 이야기로 대중의 감정과 계몽의 메시지를 적절하게 조합하여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어요. 나는 누구를 사랑하고,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100년 전 소설로 시작해서 최근의 소설을 쭉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하니 식민지, 전쟁, 분단, 독재 등 격동의 한국 현대사가 거대한 서사로 와닿네요. 저자는 각 작품이 탄생하게 된 시대적 배경과 작품 속 인물들을 분석하여 이야기 속에 내재된 사회 구조와 개인이 처한 상황을 알기 쉽게 풀어내고 있어요. 원작의 일부분을 '짧게 읽기'로 만날 수 있어서, 작품이 지닌 분위기를 파악할 수 있네요.

1962년 발표된 이호철의 「닳아지는 살들」은 《무너앉는 소리》 3부작 중 1부에 해당하는 소설이며, 작가는 이들 연작을 통해 현대 사회의 가족 해체 문제와 부조리한 인간 삶의 모습을 파헤치고 있어요.

"은행에서 고위직으로 근무하다 몇 해 전 은퇴한 칠십을 넘긴 집주인은 온전치 못한 정신으로 거실에 앉아 무작정 20년 전 북으로 시집간 큰딸을 기다린다. 전쟁과 분단으로 큰딸의 귀환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을 생각할 때 그의 정신은 정상이 아니다. 이는 마음속에 고향을 묻어야 했던 피난민 1세대의 정서적인 혼란을 상징한다. 더 이상 누군가에게 지시하거나, 누군가를 돌보는 권위를 갖지 못한 그는, 해체되어 버린 가부장제의 유령과도 같다. ··· 서술자인 막내딸 영희는 집안에서 부조리한 상황을 유일하게 자각하고 그 상황에서 벗어나려는 인물이다. ··· 이들은 모두 한 지붕 아래에 머물고 있지만 정서적 연대나 책임감은 찾아볼 수 없다. 제각기 흩어져 침묵으로 일관하는 모습은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타자화된 존재들을 보여준다." (148-149p)

단순히 문학 작품을 지식으로 습득하는 차원을 넘어서 작품을 통해 시대와 역사를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었네요. 지난 100년간 한국 사회의 진짜 이야기를 만나는 시간이었네요. 소설로 읽는 우리 시대의 모습들 속에서 현재의 나를 비추어보며, 다양한 질문들을 던지게 되네요. 저자의 말처럼 문학이 세상을 바꿀 수는 없지만 독자의 눈을 뜨게 만들 수 있기에, 우리 문학을 통해 스스로를 알아가는 길을 발견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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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관스님 나의 음식 (백양사 고불매 리커버 양장 에디션)
정관 지음, 후남 셀만 글, 양혜영 옮김, 베로니크 회거 사진 / 윌북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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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과 마음을 수행하는 방법을 배우는 책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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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관스님 나의 음식 (백양사 고불매 리커버 양장 에디션)
정관 지음, 후남 셀만 글, 양혜영 옮김, 베로니크 회거 사진 / 윌북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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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편리한 인스턴트 음식, 자극적인 음식에 길들여진 탓일까요.

뭔가 이전보다 조급해지고, 짜증이나 분노가 많아진 것 같아요. 원래는 느긋했다고, 혼자만의 착각일 수도 있지만, 과거의 모습이 이제는 낯설 지경이네요. 입에만 좋은 음식들은 건강을 해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어느새 바뀐 입맛은 나쁜 식습관으로 이어진 것 같아요. 단순히 먹는 문제라고 생각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삶을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네요.

《정관스님 나의 음식》은 사찰음식의 대가로 널리 알려진 백양사 천진암 정관스님의 삶과 사계절 레시피를 담아낸 특별한 에세이네요.

이번 책은 2026년 개정판으로 백양사 고불매 리커버 양장 에디션이네요. 맨 처음에 정관스님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이는 후남 셀만, 현재 스위스 리헨에서 기자와 작가로 활동 중이라고 하네요. 정관스님과의 인연은, 2017년 무렵 천진암으로 스님을 찾아가 취재를 하게 되면서였고, 이후 취리히의 리트베르크 미술관에 정관스님을 소개하면서 스위스에 스님과 사찰음식을 알리는 역할을 하게 되었대요.

"정관스님은 백양사 산내 암자 중 비구니 수행 도량인 천진암에서 지낸다. 고요한 곳이지만, 배움을 얻고자 찾아온 젊은 사람들로 붐빌 때도 많다. 가파른 산비탈에 있는 스님의 처소 아래에는 차를 마실 수 있는 공간, 그리고 스님의 사찰음식 수업장을 갖춘 공양간이 있다. 넓은 안뜰에는 가마솥 세 개가 있는데, 이곳에서도 많은 요리를 한다. 스님은 공양간의 널따란 탁자에 온갖 채소와 과일과 견과류를 말린다. 공양간은 온전히 스님의 세상이고, 멀리서 찾아온 손님들도 이곳에서 대접한다. 스님을 찾는 손님들은 매년 늘어나고 있다. 나는 스님 맞은편에 앉아 스님이 차를 준비하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스님의 차분하고 일상적인 움직임에 마음이 평온해졌다. ··· 정관스님과 함께 하는 산책은 언제나 특별하다. 스님은 독특한 방식으로 자연과 친숙하다. 때때로 몸을 굽혀 식물을 만지고, 잎을 따서 씹어보기도 한다. 모든 식물의 이름을 알며, 어떤 향기가 나는지, 언제 자라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고 시들어가는지를 안다. ··· 스님은 식물의 다양한 성분이 우리 몸에서 어떻게 작용해 우리의 일부가 되는지도 알고 있다. 우리가 먹는 것이 곧 우리가 되기에, 건강은 어떻게 먹고 사느냐에 따라 좌우된다. 음식을 만들어 먹는 일은 끊임없이 세상과 관계를 맺고 소통하는 일이다." (23-29p)

곁에서 정관스님의 모습을 바라보며 느낀 이야기와 직접 인터뷰한 내용을 읽다보니 덩달아 마음이 편안해지면서 한결 더 가깝게 느껴졌네요. 사찰과 스님은 뭔가 나와는 먼, 다른 세계라는 막연한 느낌이 있었는데 글과 사진만으로도 인연이 생긴 것 같아서 좋았어요. 정관스님이 안내하는 수행자를 위한 깨달음의 음식들을 따라가다 보면 살아 숨쉬는 생명력이 전해지면서 소중함을 느끼게 되네요. 사찰음식은 자연과 인간, 그리고 모든 중생이 더불어 살아가는 존재임을 깨닫게 하는 수행의 방편이며, 승려로서 음식을 먹는 이유는 생명을 이어가고 수행할 수 있는 에너지를 얻기 위함이고, 나머지는 모두 탐욕이라고 하네요. 그래서 정관스님은 자신은 셰프가 아니라 수행자라고 강조하면서, 수행자란 '행동과 습관을 바꾸려고 힘쓰는 사람'이니 우리 모두는 자기 인생의 수행자라고 이야기하네요.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라 언제나 좋은 습관과 긍정적인 마음, 타인을 대하는 올바른 태도를 갖출 수 있다면 좋겠지만 수행은 단번에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 평생에 걸쳐서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는 과정이기에 사찰음식을 통해 그 수행법을 배우고 실천할 수 있네요. 정관스님은 음식의 시작이 식재료를 잘 알고 친근감을 가지는 것이라고, 스님이 알려주는 제철 식재료의 특징과 사계절 레시피를 통해 더 좋은 삶을 향해 한 걸음 더 나아간 것 같아서 기쁘네요.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제철 식재료에 최소한의 양념을 더해 본연의 맛을 살리는 사찰음식, 그 안에 담긴 정관스님의 삶과 철학 그리고 요리법까지 배울 수 있는 귀한 책을 만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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