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작은 실수에도 이렇게 힘들까 - 내 삶에 관대함을 가져다주는 '자기자비'의 힘
이서현(서늘한여름밤) 지음 / 웨일북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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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작은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 사람을 일컬어, 우리는 '완벽주의자'라고 말해요.

근데 완벽주의자는 아닌 것 같은데 작은 실수에도 힘들어하는 경우는 무엇 때문일까요. 이 궁금증을 풀어주는 책이 나왔네요.

《나는 왜 작은 실수에도 이렇게 힘들까》는 리다이브 코칭심리센터 대표로서 심리 코칭을 하고 있는 이서현 심리학자의 책이에요. 저자는 완벽주의는 고쳐야 할 부분이 아니라 그 특성을 이해하고, 함께 다정하게 살아가야 한다고 이야기하네요. 우리는 언제나 자신의 특성으로 인해 고통받고, 또 자신의 특성을 통해 구원받는다면서, 우리 모두는 자신의 고통으로부터 구해질 자격이 있다는 거예요. 이 책은 완벽주의자가 자신을 고통스럽게 만드는 자기비하의 목소리와 화해하고, 자기자비를 실천하여 무너진 자존감을 다시 세우고,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을 사랑하며 사는 법을 알려주고 있어요. 자기자비는 나 자신과 좋은 관계를 맺는 하나의 방법이며, 누구든지 연습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기술이라고 하네요. 중요한 건 자기자비의 형태에 정답은 없다는 거예요. 여기 적혀 있는 내용들을 오늘 배웠다고 해서 당장 실천하지 못하는 것을 낙담하거나 비난하지 말고, 너그럽고 여유롭게 인내심을 갖고 실천하면 된다고 하네요. 나를 가장 잘 아는 사람, 나란 존재에 관한 전문가는 바로 나 자신임을 기억한다면 매일 자기자비를 실천함으로써 삶의 균형을 찾을 수 있네요.

완벽주의 때문에 힘든 시기를 보냈던 저자는 매일 자신과 싸우고 화해하면서 자기자비 실천법을 익혀왔다고 하네요. 대형병원에 심리상담사로 들어갔지만 자신이 원하던 삶이 아니라는 자각에 입사 100일 만에 퇴사했고, 2015년 아이패드로 그림일기를 그려 '서늘한 여름밤' 블로그에 올리기 시작해 독자들이 생겨났고, 이 그림일기들을 모아 생애 첫 책 <어차피 내 마음입니다>를 출간했으며, 이후 마음을 위로하는 에세이 단행본 출간과 팟캐스트를 운영하며 독자들과 소통하면서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싶어서 코칭 심리 박사과정을 거쳤고, 현재는 리다이브 코칭심리센터 대표로 활동 중이네요. 완벽해서 누군가를 도울 수 있는 게 아니라 따뜻한 마음을 지녔기에 도울 수 있는 거예요. 자기자비의 힘, 결국은 사랑인 것 같아요.



만약 자기비난이 성공의 진짜 원동력이라면, 자기비난의 대가인 내가 일론 머스크만큼 성공해 있어야 맞다. 내가 자기비난을 알아차리고 수정하려고 노력하는 이유는 자기비난이 내가 원하는 것을 얻는 데 도움이 되는 전략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금의 내 모습이 대단하지 않다고 스스로 빈정거려봤자 무엇이 나아지는가? SNS에서 성실하게 살아가는 남들의 모습을 보고 괜히 짜증만 내는 사람이 될 뿐이다. 자기비난의 채찍질은 우를 원하는 곳으로 데려다주지 않는다. ... 채찍을 내려놓아야 보이는 것이 있다. 성장하고 싶은 간절한 마음, 인정받고 싶은 자연스러운 마음, 달려 나가고 싶지만 아직 어디로 갈지 몰라 주저하는 마음, 그러나 마냥 주저앉고 싶지 않은 마음. 지금까지 나를 앞으로 나아가게 했던 원동력은 바로 이런 마음들이었다. 나는 내가 이 마음들을 품고 나다운 삶을 뛰어다니길 바란다. 정해진 목적지가 아니라, 원하는 곳이면 어디든 마음껏. (32-33p)


부정적인 생각과 자기비난이 생활 소음처럼 일상에 깔려 있다고 느껴진다면, 두 가지 노력을 함께 해볼 수 있다. 하나는 생활 소음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생활 소음이 있더라도 내 삶에 집중하는 것이다.

실제로 그렇지 않은가?

무수히 많은 소음 속에서도 내가 좋아하는 일들에 집중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부정적인 생각들도 마찬가지다. 그런 생각들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사랑하는 순간들을 만끽할 수 있으며, 성장을 위해 노력할 수 있고, 해야 하는 과업들을 처리할 수 있다. 더 좋은 건 우리들 대부분은 이미 그렇게 살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나는 우리가 여기서 아주 조금만 더 나아갈 수 있어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완벽한 인간이 아니라, 1년 전보다 조금 더 편안한 우리가 될 수 있기를 바라니까. (118-119p)


자기비난은 이겨내야 할 대상이 아니다. 자기비난과 화해하기!

사람들은 자기비난의 목소리를 없애야 한다고 생각한다. 혹은 그 비난과 싸워 이겨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 이 싸움을 근본적으로 멈추는 방법은 자기비난의 목소리와 화해하는 것이다.

... 자기비난의 목소리를 무시하기 전에, 잠깐 그 마음을 헤아려보자. 자기비난의 목소리는 내 인생이 망하기를 바라고 있을까? 내가 끔찍한 인생을 살길 바라면서 나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있는 것일까? 사실 그 반대일 때가 더 많다. 자기비난의 선한 의도를 헤아려보면, 이 목소리는 내 어깨가 아프지 않게 폼롤러를 하길 바라고, 건강한 식습관을 갖추길 바라며,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몰입하기를 바란다. 자기비난의 목소리는 결코 나의 적이 아니다. 그 누구보다도 나와 한 팀인 것이다. 다만 나 자신에게 엄격한 것이 나를 사랑하는 유일한 방식이라고 생각했던 친구 K처럼 나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이 자신을 비난하는 것이었을 뿐이다. ... 자기비난을 무조건 없앨 필요는 없다. 지금까지 너무 열심히 일해온 자기비난을 조금 쉬게 해준다고 생각해보자. ... 우리 이제 덜 싸우고, 자주 화해하자. 왜냐하면 우리 둘 다 너 자신을 가장 아끼는 마음이니까. (172-17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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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복씨의 한국인도 모르는 한복 이야기
신채민 지음 / 예미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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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명절에 꺼내 입던 한복, 지금은 옷장에 고이 모셔두고 있네요.

번거롭고 불편하다는 이유로 언젠가부터 한복을 입지 않게 되었는데, K 컬쳐 열풍으로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한복 체험을 필수 코스로 꼽고 있다는 게 신기하고 놀라웠어요. 우리가 미처 살펴보지 못했던 한복의 진짜 매력을 전 세계 외국인들이 먼저 알아봐주는 세상이 되었네요. 잊고 있던 한복의 매력과 가치 그리고 새로운 가능성을 알려주는 책이 나왔네요.

《한복씨의 한국인도 모르는 한복 이야기》는 한국 문화를 대표하는 한복에 관한 친절한 안내서, 즉 한복 입문서라고 할 수 있어요.

저자는 한복진흥센터 공식 인플루언서로서 한복을 입고 걸으며, 전통이 미래로 이어지는 길을 꾸준히 열어가고 있다고 하네요. 인스타그램, 틱톡, 유튜브 등 여러 온라인 채널에서 '한복씨'와 '조선여인 신선해'라는 두 캐릭터를 통해 전통과 현대, 그 사이를 오가며 한복의 다채로운 얼굴을 나누고 전하는 중이래요. 실제로 채널을 찾은 이들은 전통 한복의 매력에 빠져들면서도 막상 입는 데에는 부담을 느끼고 있어서, 그 장벽을 낮추고자 이 책을 썼다고 하네요. 이 책에서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 안내하고 있어요. 첫 번째는 우리가 몰랐던 한복의 숨겨진 매력을 소개하고, 한복을 알지 못하는 '한알못'도 10분 만에 이해하는 한복 기본 상식을 알려주네요. 두 번째는 나만의 인싸템 완성을 위한 한복 스타일링 레시피와 한복대회 수상자들의 비법 '한복씨 포즈법'이 나와 있어요. 세 번째는 한복 라이프의 확장, 한복 입고 떠나는 여행 인스피레이션을 보여주네요.

한복 크리에이터로 활동 중인 저자는 늘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사람에게, 더 자연스럽게 한복을 알릴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져왔는데, 이 책은 그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는 여정이라고 볼 수 있어요. 더 가까이, 더 재미있게, 더 익숙하게, 한복을 전하고자 하는 저자의 진심이 담겨 있네요. 한복을 명절이나 의례의 순간에만 입는 전통복만이 아니라,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한복생활'의 취지라고 하네요. 한복세계화재단과 한복계 여러 인사들이 모여서, '한복생활'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한 노력 중이라고 하네요. 디자이너들은 옷의 구조를 다듬고, 연구자들은 지역별 복식의 뿌리를 찾으며, 젊은 세대는 한복을 입은 일상을 사진과 영상으로 기록하고 있다는 것, 이 여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모두의 꾸준한 관심과 참여, 그리고 한복을 사랑하는 마음이라는 거예요. 한복이 과거의 유물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의 문화라는 것을 몸소 증명하고 있는 한복씨 덕분에 우리 문화에 대한 자부심과 애정이 훨씬 커졌네요. 이번 명절엔 깊숙히 넣어둔 한복을 꺼내 입어봐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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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과 글의 지성을 깨우는 필사 노트
양원근 지음 / 정민미디어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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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나이 들수록 중요한 것은 품격인 것 같아요.

보이진 않지만 느껴지는 향기처럼 품격이란 외적인 화려함보다는 내면의 단단함과 타인을 대하는 태도로 드러난다고 생각해요. 그러니 스스로 돌아보며 꾸준히 단련하는 노력이 필요한데, 누구나 쉽게 실천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을 찾았네요.

《말과 글의 지성을 깨우는 필사 노트》는 말의 품격과 글의 품격을 높일 수 있는 필사책으로, '말하는 대로, 쓰는 대로 성장하는 데일리 루틴'이라는 부제가 달려 있네요. 저자는 말의 품격이 곧 삶의 품격이기에 오늘의 한 문장, 그 한 줄을 필사하며 성찰하는 시간이 삶을 다루는 법을 익히는 과정이라고 설명하네요. 이 책은 단순히 문장을 따라 쓰는 행위를 넘어 말의 온도와 글의 깊이를 이해하고 익힘으로써 자신을 단정히 세워가도록 돕는다는 점에서 마음 훈련 노트라고 할 수 있어요. 마음과 생각은 언어와 행동, 태도로 드러나기 때문에 반대로 언어가 바뀌면 마음의 결도 달라진다는 거예요.


"맑은 말을 하는 사람의 마음

ㅡ 맑은 말을 하는 사람 곁에 있으면, 그 사람의 말뿐 아니라 존재 자체가 잔잔한 평안을 준다.

말을 가꾸는 일은 곧 마음을 가꾸는 일이다. 우리가 매일 어떤 말을 입에 담는지가 우리의 내면을 닦아내고, 그 내면은 다시 말을 맑게만든다."


'사람을 이롭게 하는 말은 따뜻하기가 솜과 같고,

사람을 상하게 하는 말은 날카롭기가 가시와 같다." _ <명심보감 > (14p)


좋은 글을 읽고, 깊이 음미하며 필사한 뒤에, '작가의 시선'을 읽으면서 다시 한 번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여 기록할 수 있네요. '가장 엷은 잉크가 가장 좋은 기억보다 낫다.' (178p) 이는 중국 속담으로, 기록하지 않으면 금방 사라져버린다는 뜻이라고 해요. 여기엔 중간에 '나만의 생각'을 적어볼 수 있는 공간에 따로 마련되어 있어요. "필사는 마음을 비추는 거울이고, 생각은 그 거울에 비친 나의 얼굴입니다." (165p), "기록은 삶을 붙잡는 가장 단단한 방법이다. 생각을 글로 남기는 순간, 그것은 흔들리지 않는 토양 위에 놓인 건축물처럼 오래 버틴다." (178p)라는 말처럼 모래알처럼 흩날리는 삶의 순간들을 기록함으로써 단단히 붙잡을 수 있고, 사유의 씨앗이 자라나 지혜를 얻을 수 있네요. 그러니 필사 노트와 함께하는 10분이 나의 삶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기적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인생을 살아가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아무것도 기적이 아닌 것처럼 사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모든 것이 기적인 것처럼 사는 것이라고 하잖아요. 말과 글의 지성을 깨우는 필사 노트로 매일 모든 것을 기적이라고 여기며 감사하게 살고 싶네요. 짧지만 나의 이야기를 써내려가는 첫걸음이 된 것 같아요.


"글쓰기, 세상에 없던 것을 불러내는 힘

ㅡ 우리가 글을 쓸 때는

아직 이름조차 없던 감정을 붙잡아 언어로 만든다. 막연했던 생각이 문장으로 엮이며, 존재하지 않던 개념이 형체를 얻는다. 글쓰기는 현실을 베끼는 일이 아니라, 현실의 틈에서 보이지 않던 무언가를 불러내는 마술과도 같다. 그런 형제들이 모이고 엮여 위대한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진짜 연금술사는 납을 금으로 바꾸지 않는다.

그들은 세계를 말(언어)로 바꾼다." _ 윌리엄 하워드 개스 (25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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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관한 짧은 이야기 머묾 세계문학 사랑 3부작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정지현 옮김 / 머묾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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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유독 겨울에 슬픈 발라드 노래를 많이 듣게 되네요.

우리는 왜 사랑하면서 힘들어하는 걸까요... 사랑은, 정말이지 알 수 없어요.

《사랑에 관한 짧은 이야기》는 F. 스콧 피츠제럴드의 수많은 단편 소설 중에서 사랑을 주제로 한 작품 일곱 편을 엮어낸 책이에요.

첫 번째 작품인 <비행기를 갈아타기 전 세 시간>은 사후 발표된 유작 중 한 편이며, 「에스콰이어」 1941년 7월 호에 수록되었다고 하네요. 첫사랑과의 추억과 재회를 다루고 있는데 두 사람의 감정 변화를 섬세하게 묘사하고 있어요. 문득 영화 <오! 수정>이 떠올랐네요. 함깨했던 시간들은 각자의 기억 속에서 서로 다른 세계로 존재하고, 어쩌면 그것이 사랑의 본질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네요.

<겨울 꿈>은 피츠제럴드가 <위대한 개츠비>를 구상하던 시기에 집필한 작품이며, <분별 있는 일>과 함께 비극적인 사랑을 보여주고, <벤저민 버튼의 기이한 사건>과 <컷글라스 그릇>, <얼음 궁전>은 판타지 혹은 초자연적 단편으로, "천 개의 눈에서 얼음 같은 빛줄기를 뿜고, 왜곡된 반짝임들이 뒤엉켜 하나로 섞여 있는" (329p) 듯한 예민한 감수성을 느낄 수 있네요. 맞닿아 있을 때는 한없이 뜨겁지만 떨어지는 순간 확 식어버리는, 이후에는 차가운 냉기에 도저히 다가갈 수 없는 것이 사랑했던 마음인 것 같아요. 헤어지는 연인들의 모습을 가장 적나라하게 표현해낸 작품은 <분별 있는 일>, 혼자인 게 싫어서 결혼을 원하는 남자는 자기 연민에 가득한 독백을 늘어놓고 있어요. 누군가를 사랑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마음이라는 걸 알아차린 그녀는 분별 있는 선택을 했네요. 이별을 받아들이지 못하던 남자가 결국엔, 마지막 입맞춤을 통해 깨닫는 장면이 놀라웠어요. 차갑게 식어버린 마음은 되돌릴 수 없다는 걸, 그녀와의 4월은 끝났지만 새로운 4월은 돌아오겠지요.


"이대로 계속해 봤자 소용없어." 그녀가 괴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는 한참 동안 말없이 있었다. 생각하느라 그랬던 건 아니다. 이미 두 사람 사이가 끝났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답하기 전에 잠시 기다린 것뿐이었다. 어떤 말을 해도 지금 하려는 말보다 더 잔인하게 들릴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마침내 그녀가 입을 열었다.

"조지, 난 정말 진심으로 당신을 사랑해. 아마 앞으로도 당신 말고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 없을 거야. 두 달 전에 당신이 준비가 되어 있었다면, 당신과 결혼했을 거야. 하지만 지금은··· 그게 분별 있는 일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아."

그는 이성을 잃고 퍼부었다. 다른 남자가 있는 게 아니냐고, 자신에게 뭔가를 숨기고 있는 게 분명하다고!  "아니야, 다른 남자 없어." 그녀의 말은 사실이었다. (106p)


··· 그녀에게 입을 맞추는 바로 그 순간, 그는 문득 깨달았다.

아무리 영원을 헤맨다 해도, 잃어버린 그 4월의 시간만큼은 결코 되찾을 수 없으리라는 것을.

··· 그래, 이제 흘려 보내자, 그는 생각했다. 4월은 끝났다. 4월은 끝이 났다.

세상에는 수많은 사랑이 있지만, 

그 어떤 사랑도 두 번 다시는 같은 얼굴로 찾아오지 않는다. (121-12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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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생긴 제인 그리고 인어 - 2025 아이스너상 수상작 Wow 그래픽노블
베라 브로스골 지음, 조고은 옮김 / 보물창고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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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뻔한 동화책은 가라!

예쁘고 잘 생겨야만 주인공이 되는 건 아니라고요. 외모보다 마음이 더 멋진 사람의 매력은 한계가 없는 것 같아요.

《못생긴 제인 그리고 인어》는 베라 브로스골 작가의 아동청소년을 위한 그래픽노블이자 2025년 아이스너상 수상작이네요. 우선 작가님의 이력을 보면 세계 최고의 애니메이션 학교라고 할 수 있는 캐나다 쉐리던 칼리지에서 고전 애니메이션을 전공하고, 애니메이션 제작사에서 10여 년 동안 스토리보드 아티스트로 일하며 영화를 제작했다고 하네요. 그래서 책을 쓸 때에도 애니메이션 영화와 비슷하게 접근하다고, 스케치와 간단한 줄거리로 시작하여 대본을 쓰고 그림을 그린다고 해요. 어쩐지 첫 장면부터 구도와 색감이 뛰어나더라니, 정말 영화를 보는 느낌이었네요. 제가 그래픽노블을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해요.

제목에서 짐작했듯이 우리의 주인공 제인은 작고 뚱뚱하고 못생겼어요. 뭐, 거기까진 이해할 수 있어요. 근데 제인이 지금 처한 상황은 부모님이 갑작스러운 사고로 돌아가셨고, 단지 여자라는 이유로 모든 재산을 당숙에게 빼앗길 위기에 처해 있으니 암울하기 짝이 없네요. 유일한 방법은 일주일 안에 결혼을 해야 한다는 거예요. 어릴 때부터 뚱뚱하고 못생겨서 아무도 거들떠 보지 않는 제인, 심지어 부모님마저도 딸을 부끄럽게 여겼다는 건 너무 슬픈 일이네요. 제인은 용기를 내어 피터에게 청혼을 했어요. 마을에서 가장 잘생긴 남자 피터는 가난한 아빠 밑에서 구박받으며 일하고 있었거든요.


"근데 왜 나야?"

"지금까지 난 뭔가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없었어. 하지만 이번엔 내가 선택할 수 있어. 그리고··· 너는 내가 지금까지 본 남자 중 가장 아름다워.

아마 나는 네가 바라는 신붓감이 아니겠지. 난 예쁘지 않잖아. 넌 예쁜데, 넌 정말, 진짜 진짜 예뻐. 하지만 우린 각자 곤란한 일을 겪고 있잖아. 이렇게 하면 한 번에 해결할 수 있어. 자, 네 생각은 어때? 아냐, 너무 황당한 얘기였지. 나도 알아."

"아냐, 할게."

"정말?"

"응. 그 노인네에게서 벗어날 수 있다면."

"좋아! 그럼 계약 성립이야."

"그럼 이제 그 징글징글한 생선은 만지지 않아도 되는 거지? 그 대신 뭘 해야 해?"

"뭐든지 다 해! 원한다면 하루 종일 머리 손질만 해도 돼!"

"뭐라고?"

"그게··· 너 그런 거 좋아하잖아. 그치?"

"다른 것도 할 수 있거든! 엄청 많은 걸 할 수 있거든! 나 바보 아니야. 알아?"

"내가 언제 바보랬어!"

"너는 네가 나보다 잘났다고 생각하지! 그저 운 좋게 부잣집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그런데도 너랑 결혼하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잖아? 난 마음만 먹으면 이 마을의 어떤 여자애랑도 결혼할 수 있어. 내가 얼마나 좋은 신랑감인데."

"피터, 잠깐만 내가 잘못했어." (51-53p)


이럴 수가! 잘생긴 피터는 결코 좋은 신랑감이 아니라는 걸 본인 스스로 떠벌리고 있네요. 허영심 많고 꾸미기 좋아한다는 사실을 부인하면서 도리어 제인을 공격하는 말투가 몹시 실망스러웠네요. 급하게 신랑감을 구해야 하는 제인 입장에선 까탈스러운 피터를 맞추는 수밖에... 문제는 피터가 인어에게 납치됐다는 거예요. 전혀 예상치 못했던 전개였고, 깊은 바다로 이어지는 이야기가 대단히 흥미로워서 완전 몰입하고 말았네요. 아름다운 인어 로렐리가 피터를 데려간 것은 아름다운 외모를 지녔기 때문이에요. 외모지상주의, 성차별, 온갖 편견들로 가득찬 세상에서 평범한, 아니 못생긴 제인은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요. 무력하게 울기만 하던 제인이 용기를 낸 순간부터 변화가 시작되었고, 놀라운 바닷속 모험을 통해 한층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네요. 답답했던 마음이 마지막엔 시원하게 뻥 뚫렸고, 덩달아 행복해졌네요.


"아주 어려서부터 나는 외모가 중요하다는 걸 알고 있었습니다. 남자 형제들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는 것도요. 잡지, 영화, 심지어 우리 어머니까지 모두가 젊음과 미모가 최고라고 강조했습니다. 당연히 늙음과 추함은 나쁜 것이고요. 이는 내가 숨 쉬는 공기였고 내가 헤엄치는 물이었어요. 제인도 그 물에서 헤엄칩니다. ··· 평범한 외모의 소녀가 특별한 모험을 통해 자신의 다양한 특성 모두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법을 배워 나가는 과정을 함께 하면서, 그동안 봐 왔던 온갖 아름다운 디즈니 공주로부터 해방되는 소중한 경험이 되었을 거라 믿습니다. 물론 완전히 해방되려면 멀었어요. 거울을 보고 얼굴을 찌푸릴 때마다 마음 깊은 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차분하고 깊게 들여다보는 것은 여전히 어려운 일입니다. 무섭고 힘든 일이지만, 그만큼 가치가 있는 일이기도 하지요. 일단은 수영강습부터 시작해 봐야겠어요!" _ 작가의 말 (35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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