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비테의 공부의 즐거움 - 아이와 함께 읽어야 더 효과적인 자녀교육 바이블
칼 비테 지음, 남은숙 옮김 / 베이직북스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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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칼 비테의 영재교육에 관한 책을 읽으면서 조기 교육의 효과를 알게 됐다. 그런데 이 책은 그 교육을 받았던 아들 칼 비테 주니어가 쓴 자녀교육서다. 어떻게 자신의 아버지가 교육을 했는지에 대한 내용과 자신의 의견을 적고 있다.

대부분 아버지의 소신이 옳았고 그 덕분에 자신은 행복한 유년 시절을 보냈다는 점을 이야기한다. 우리는 흔히 칼 비테 주니어가 5,6세 무렵 정확한 독일어를 구사하고, 그 후 1년 만에 불어를, 이태리어는 6개월에, 라틴어는 3개월에 마스터한 사실을 보며 놀라워한다. 이미 천재로 인정받은 그는 13세에 기젠 대학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수여 받고, 16세 때 하이델베르크 대학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수여 받아 대학교수로 임명된다. 83세로 생을 마감할 때까지 법학 강의를 하면서도 단테에 대한 연구로 큰 업적을 남겼다. 타고난 천재니까 당연한 거라고 여기겠지만 그는 아버지의 교육 덕분에 가능했다고 말한다.

그러니, 자녀를 키우는 부모라면 칼 비테 교육법에 관심 갖지 않을 이가 없을 것이다. 태어난 지 15일부터 시작했다는 지능훈련은 아이와 함께 놀아주며 감각을 키우는 방법이다. 두뇌계발과 신체발달을 위한 운동을 통해 건강한 영재를 만든 것이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칼 비테는 배움의 즐거움을 알려주면서 배움의 참된 의미를 깨닫게 해주었다는 점이다.

 

배움이란 바로 자신의 마음을 즐겁게 하는 데 그 의미가 있다.

만약 배움이 인생을 더 즐겁게 만들지 못한다면,

그 인생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323p)

 

지식의 축적은 교육의 중요한 기능 중 하나란다.

하지만 창의력과 사고의 전환은 자신의 노력으로 직접 얻어야 해.

너 역시 배움과 지식의 관계를 이해해야만 네가 원하는 일을 이룰 수 있단다.

배움의 최종 목적은 바로 지혜를 얻는 일이야.

나의 가장 큰 바람 역시 네가 지혜로운 사람으로 성장하는 일이란다. (339p)

 

역시 훌륭한 아버지 밑에 훌륭한 아들이 나오는 것 같다. 잘못된 교육방식으로 인해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아이들을 망쳐서는 안 될 것이다. 부모로서 반드시 읽어야 될 책이라고 생각한다. 칼 비테 교육법 그대로 키울 자신은 없지만 적어도 어떻게 키우는 것이 아이를 위한 방법인지 알게 됐다. 세상에 완벽한 부모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아들 칼 비테 입장에서도 아버지를 이해하지 못한 부분이 있으니까 말이다. 순수한 재미를 위한 장난감은 절대 사주지 않은 것과 품행이 바르지 못한 친구와는 절대 놀지 못하게 한 것이 그렇다. 아들 입장에서는 가끔 단순한 재미를 위한 장난감도 필요할 수 있는 것이고, 어릴 때 말썽쟁이 친구라도 우정을 나눌 수 있는데 사귀지 못한 것은 아버지의 선택 때문이다. 이런 작은 부분들을 제외하면(잘못된 점이 아니라 약간 섭섭한 정도) 정말 나무랄 데 없는 아버지였다. 오히려 그 점이 이 책을 읽는 독자를 주눅들 게 한다. 훌륭한 자녀 교육법을 편안하게 한 권의 책으로 읽으면서 엄살을 부리게 된다. 과연 내가 제대로 할 수 있을까?

조기 교육으로 영재를 만드는 일은 힘들 것 같고, 공부의 즐거움을 알도록 키우고 싶다. 또한 올바른 인격 형성을 위한 노력에 힘쓰고 싶다.

우리나라의 교육열은 세계적인 수준이지만 아이들의 행복지수는 그리 높지 않은 것 같다. 아직 어린 학생들까지 학업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하니 공부의 즐거움은 기대하기 힘들다. 문제는 어른들이다. 배움의 목적이 순수하지 않으면 배우는 사람은 지치고 힘들 수 밖에 없다.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 인생의 중요한 배움의 가치를 알려주고 싶다면 이 책을 통해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배움의 가치를 제대로 모르는 어른들이 많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는지도 모른다.

부모는 자신이 믿고 아는 것을 자녀들에게 가르친다. 부모의 교육은 자녀의 인생을 결정지을 만큼 중요하다. 어떤 부모는 아이를 천재로 만들고, 어떤 부모는 아이를 형편없는 인간으로 만든다. 좋은 부모도 결국은 올바른 배움을 통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느끼게 된다.

인생은 공부다. 그러니까 행복한 인생을 살고 싶다면 공부가 즐거워야 가능할 것이다. 칼 비테의 교육법을 통해 그 방법을 배워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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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밥바라기별
황석영 지음 / 문학동네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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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영 작가는 사춘기 시절부터 스물한 살 무렵 방황하던 자신을 세상 밖으로 끄집어냈다. 허구와 실재가 어떻게 뒤섞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주인공 유준이 겪은 내면의 갈등과 방황은 진실되게 다가온다. 거침없이 자신의 알몸을 보여주는 것만 같다. 그런데 부끄러운 것은 오히려 나다. 나는 그 시절 무얼 했던가?

어른들 눈에는 당돌하고 무모한 녀석으로 보였을 준이지만 그 시절로 돌아간다면 꽤 멋진 녀석이다. 정해진 길을 당당히 거부하고 자신의 길을 가겠다고 큰 소리 친 용기가 대단하다. 물론 그 때의 일탈이 내심 불안했겠지만 일단, 자신의 의지대로 온몸을 던진 거다. 그것이 진정한 젊음이고, 열정이 아닐까?

문득 준이와 친구들의 모습 속에서 나를 찾게 된다. 영길이와 상진이처럼 곁에서 지켜보면서 즐길 수는 있지만 결국에는 한 걸음 비켜서는 존재였을 것이다. 철부지 바보라 해도 안정된 울타리를 벗어날 자신이 없으니까. 그러나 확실한 일탈도, 안정된 궤도도 따르지 못한 채 멈춰버린 건지도 모른다. 사춘기 시절, 그토록 나를 찾고자 했지만 진정한 나를, 나는 아직도 모르겠다.

 

그러니까 결국은 …… 덧없어.

거기 나오잖아. 물이 맑으면 갓끈을 빨고, 물이 흐리면 발을 씻는다.

맑고 흐린 세상풍파를 다 받아들이는 거야.

준이는 여태까지의 대화가 못 참겠다는 듯이 툭 잘라버렸다.

넌 왜 쑥스럽게 만나기만 하면 책 읽은 얘기만 하는 거냐?

뭐가 쑥스러운데?

네가 지금 행동하고 살고 그런 거 중심으로 얘기하면 안 되니?

지금 생활이 싫으니까. (미아 243p)

 

자신이 어떤 모습으로 살든지 사랑하지 않으면 소용 없다. 덧없다. 준이의 당당한 선택도 자신을 사랑하지 않았기 때문에 흔들렸다고 생각한다. 삶이 고통스럽다는 미아에게 사랑은 무엇일까? 사랑을 도구로 쓴다면 삶의 무게가 더해질 뿐이다. 그 누구도 인생의 정답은 알 수 없다. 너와 내가 다르니 인생의 정답도 다른 것이다. 준이와 미아가 함께 할 수 없었던 것은 서로의 차이를 참지 못해서다. 그 때는 어렸으니까.

하늘에는 수많은 별들이 있다. 사이 좋게 어울려 있는 듯 보여도 제각기 자신의 길을 돌고 있다. 아무리 가까워도 서로의 거리를 유지하면서.

왜 똑같은 금성을 가지고 사람들은 새벽 동쪽에 나타나면 샛별이라 부르고, 저녁에 나타나면 개밥바라기라고 부르는 걸까? 누구의 삶을 개밥바라기별이라 부를 것인가?

젊음은 별처럼 눈부시다. 그 별이 어디에 있든, 남들이 뭐라 부르든 신경 쓸 것 없다. 중요한 것은 누구나 제 가슴에 별 하나를 품고 있다는 것이다. 별은 빛나면 된다. 하늘에 반짝이는 별들을 보며 등급을 매기고 이름 붙이는 건 별들에겐 무의미하다.

그 빛을 다할 때까지 온몸을 던져 빛내는 별, 참 멋지다.

우리도 각자 빛내야 될 삶이 있다. 삶이 힘들고 고단하다고 하여 포기하지 말라고.

진정한 나를 찾는 일이나 삶을 빛내는 일이나 매한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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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초 1
김탁환 지음 / 민음사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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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의 혜초 스님이 썼다는 <왕오천축국전>이 김탁환 작가를 통해 신비로운 이야기가 되어 내 손 안에 있다.

대유사! 한 번 들어가면 되돌아 나오지 못한다는 사막길을, 그래도 많은 이들이 갖가지 이유로 떠났다가 무사히 귀환할 수 있는 것도 다 저 돈황 석굴에 든 이들이 자비를 바라며 올리는 기도 때문이리라.  (2 267p)

혜초 스님의 발자취를 좇는 일은 부단히 모래바람을 맞으며 걷는 느낌이었다. 실크로드라 불렸던 그 기나긴 사막길을 직접 걸어보지 않은 이가 어찌 감히 짐작이나 할 수 있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섣불리 덤벼든 경솔함을 탓할 수 밖에.

걷는다는 행위가 단순한 여행이 아니라 수행이 된 것은 길 위에서 만나는 인연들 때문이 아닐까 싶다. 고구려 출신의 당나라 장수 고선지, 신라 상인 김란수, 파밀 고원을 넘어온 서역 무희 오름과 내림, 돌궐 사람 야곱, 대유사 사막에서 죽어간 이들……

인연이란 참 묘하다. 악연도 피할 수 없는 인연인 것 같다. 삶과 죽음이라는 길을 걷는 인간들은 인연의 고리 속에 희로애락을 담고 있다. 얽힌 고리를 푸는 일, 진정한 자유를 얻는 것이 열반의 경지가 아닐는지.

죽음의 사막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았으나 기억을 잃은 혜초 스님에게 기억을 찾는 방법은 자신이 기록한 양피지를 읽는 것이다. 이 모든 여정을 제대로 따라가려면 긴 호흡이 필요하다. 검은 모래 폭풍을 헤매던 병사들처럼 사라진 기억을 찾는 일은 서두르면 낭패를 본다. 가만히 두 손을 벌린 채 공중 소리를 기다리듯, 기다려야 한다. 그래서 쉽지 않다.

서역 무희 오름을 묘사한 대목을 보면 청록색 눈동자가 인상적이다. (오름의 쌍둥이 여동생 내림은 영혼의 반쪽이라 할 수 있다.) 그녀와 함께 있는 고양이 피쉬의 눈동자는 더욱 특별하다. 오름은 고양이의 푸른 쪽 눈을 좋아하고, 내림은 노란 쪽 눈을 좋아한다. 이들의 존재는 신기루와 같다. 실제 존재하는 듯 존재하지 않는, 오름과 내림은 현실 세계에서 허상과 실상을 구분 못하는 우매한 인간들을 조롱하는 것 같다. 신비로운 그녀들의 정체를 헤아리다 보면 인간 내면의 죄악이 들끓는 기분이 든다.

그냥 단순하게 오름과 내림, 고양이와 물고기로 바라보는 것이 속 편하다. 깊이 파고들수록 모래 구덩이 속에 빠질 것만 같다.

혜초 스님이 얻은 깨달음은 혜초 스님의 몫이다. 그 길을 좇는다고 해서 내 것이 될 수 없다. 그런데 나도 모르게 억지를 부린 모양이다. 장사꾼 김란수를 탓할 일이 아니다. 속된 마음은 기억을 잃은 혜초 스님이 나약하고 비루한 사내로 보이게 만들었다. 어쩌면 처음부터 혜초 스님을 얕봤는지도 모른다. 대단히 훌륭한 고승을 만날 줄 알았는데 지나치게 평범한 모습에 조금 실망했는지도.

자신이 걸어간 길을 꼼꼼히 적어나간 한 여행자의 기록이 뭐가 그리 대단할까? 차라리 여행자라면 상관 없겠지만 불제자로서 양피지 기록은 집착으로 보였다.

그러나 기록에 연연하지 않고 묵묵히 갈 길을 갔더라면 오늘날 우리에게 사막길은 아무 의미를 지니지 못했을 것이다. 혜초 스님이 만난 낯선 벗들은 잊혀졌을 것이다.

<왕오천축국전>은 프랑스인 폴 펠리오가 둔황 17국에서 발견했다고 한다. 둔황 석굴의 자비로 오늘날 빛을 본 것이리라.

실크로드, 이 책의 이끌림 대로 그 길을 걷는 날이 온다면 과연 나는 무엇을 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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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 조선왕조실록 - 조선왕조실록으로 오늘을 읽는다
이남희 지음 / 다할미디어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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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시대에는 조선왕조실록이라는 이름의 책이 없었다고 한다. 조선왕조실록이란 명칭은 국사편찬위원회에서 태백산본 실록을 간행하며 붙인 이름이다. 조선 5백 년의 역사를 기록한 조선왕조실록의 양은 실로 방대할 수 밖에 없다. 전문 연구자가 아닌 이상 조선왕조실록을 읽는다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일반인들을 위한 역사 대중화 사업으로 실록 국역 작업이 시작되어 26년 만인, 2005 [국역 조선왕조실록 CD-ROM]이 간행되었다. 부끄럽게도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몰랐다. 이제는 누구나 인터넷을 통해 조선왕조실록을 만날 수 있게 된 것이다. 우리 역사를 배우고 알고자 하는 의욕만 있다면 말이다.

이 책은 실록 국역 작업을 했던 저자가 살아있는 역사로서 조선왕조실록을 설명해주고 있다. 역사적인 평가보다는 객관적인 시각으로 역사를 돌아보게 한다. 역사의 수레바퀴라는 표현처럼 지난 역사가 오늘의 난관을 극복하는 해법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조선의 법과 정치, 무역과 경제, 사회와 유교, 문화와 생활을 현재의 모습과 견주어 보니 역사는 더 이상 고리타분한 학문이 아니다. 어쩌면 현재의 모습과 일치하는 부분이 많은지 놀라울 따름이다.

최근에 일본이 우리의 독도를 놓고 영토 분쟁인 듯 국제 사회의 이목을 끌고 있다. 우리는 당연히 우리 군인이 지키고 있는 우리 땅이니까 별 대응을 안 해온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일본은 끊임없이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여 역사 교과서 문제로 발전시키고 있다. 잘못된 역사를 가르치는 일본의 비열한 술수를 눈감고만 있어서는 안 된다. 우리 국민들 역시 제대로 된 역사를 알고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된다. 독도에 대한 한일 양국 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조선왕조실록의 의미는 더 커질 것이다.

역사적으로 독도는 우산도, 삼봉도, 가지도 등으로 불렸는데 독도란 명칭이 처음 공식적으로 사용된 것은 1906년 강원도 관찰사에게 보낸 울릉도 군수 심흥택의 보고서의 본 군소속독도에서였다. 일본에서는 다케시마, 마츠시마라 했고, 서양에서는 그 섬을 발견한 선박 이름을 따라 프랑스에서는 리앙쿠르, 영국에서는 호넷이라고 했다. (209P)

엄연히 [세종실록지리지]에 우리 땅으로 기록된 독도가 지금에 와서 다케시마, 리앙쿠르로 명칭 된다는 건 굴욕이 아닐 수 없다. 이 모든 상황은 단순히 외교 문제로 해결될 수 없는 국가 간 권력 다툼이라 볼 수 있다. 외교도 국력이 뒷받침되어야 가능한 것이니까.

중국과 일본 그리고 우리 나라의 역사적 갈등은 국민 스스로 올바른 역사관을 지니고 국력을 키우는 수 밖에 없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조선왕조실록을 통해 오늘을 재조명해보는 온고지신(溫故知新)의 교훈을 얻은 것 같다. 더불어 우리의 역사를 배운다는 건 역사적 사실을 아는 것뿐 아니라 우리의 뿌리를 찾는 근본적인 일임을 깨달았다.

문득 용비어천가의 한 대목이 떠오른다.

불휘 기픈 남간 바라매 아니 뮐쌔, 곶 됴코 여름 하나니.
새미 기픈 므른 가마래 아니 그츨쌔, 내히 이러 바라래 가나니.
[뿌리가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아니하므로, 꽃이 좋고 열매가 많이 열립니다. 원천이 깊은 물은 가뭄에 끊이지 아니하므로, 시내를 이루어 바다로 흘러갑니다.]

8 15일 광복절, 역사적 교훈을 잊지 말고 더욱 발전하는 대한민국을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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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엄 1 - 상 -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밀레니엄 (아르테) 1
스티그 라르손 지음, 임호경 옮김 / 아르테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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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를 유발하는 자극적인 책 광고를 곧이곧대로 믿는 편은 아니지만 이번엔 달랐다.

이 책을 읽은 프랑스 독자의 소감 -  일요일 저녁에는 <밀레니엄>을 읽지 마라! 뜬 눈으로 월요일 아침을 맞고 싶지 않다면. 을 처음 봤을 때 그랬다. 도대체 어느 정도길래 밤을 새며 읽겠냐 싶어서 토요일 저녁에 읽기 시작했다. <밀레니엄>에 딱 걸려든 것이다.

스웨덴의 추리소설은 처음 읽는다. 작가의 이력을 살펴보니 장르문학 마니아, 스웨덴 사회당의 열혈 활동가, 독립 언론사 기자였고, 40대 후반에 <밀레니엄> 집필을 시작했다. 원래는 총 10부작으로 기획했는데, 3부 원고를 출판사에 넘긴지 12일 후 심장마비로 급사했다고 한다. 무슨 음모가 있는 것은 아닐까? (어설픈 추리소설 마니아의 추측) 32년을 함께 산 부인은 법적 혼인관계가 아니라서 엄청난 인세 유산을 전혀 못 받았다고 한다. 안타깝다. 작가 자신뿐 아니라 부인에게 이 책의 성공은 물 건너 일이 된 것이다. 마치 추리 소설의 결말 중 가장 허무한 장면을 보는 것 같다.

일반적으로 데뷔작은 작가의 삶과 연관이 많은 것 같다. 책 제목인 <밀레니엄>은 시사경제 월간지 이름이다. 남자 주인공 미카엘 블롬크비스트는 월간 <밀레니엄>의 경제전문 기자이자 편집주간이다. 43세의 나이에도 인간적인 매력을 지닌 인물로 묘사된다. 주인공의 당연한 특권이므로 불만은 없다. 여자 주인공은 리스베트 살란데르로 24세이며 매우 특이한 인물이다. 반사회적인 면이 있지만 도전적이고 화끈한 성격이 맘에 든다. 어려운 순간에도 누군가 의지하기 보다는 스스로 해결한다는 점이 훌륭하다. 물론 방법적인 면은 고려해봐야겠지만. 사실 그녀의 해결방법은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서 정당방위로 보고 싶다.

겉보기에는 미카엘이 사건 해결을 주도하는 듯 보이지만 리스베트의 활약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임무였다. 1부 제목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나쁜 놈에 관한 이야기다. 나쁜 놈에게 희생된 가엾은 여자들을 위해서 용감하게 나선 우리의 여 전사는 바로 리스베트다. 조금은 삐딱해 보이고 문제아로 여겨지던 그녀가 오히려 정상인처럼 위선을 떠는 이들의 추악한 내면을 고발한다. 미리 결말을 말할 수는 없지만 통쾌하다.

이야기의 줄거리가 워낙 방대하다 보니 첫 장부터 스웨덴 지도가 펼쳐진다. 주인공이 해결해야 할 사건의 장소가 작은 점으로 표시 되어있다. 바로 헤데뷔엔 섬이다. 스웨덴 대기업 반예르 집안 사람들이 살고 있다. 바닷가를 향해 차례로 가족들의 집이 있다. 친절하게도 반예르 집안의 가계도와 헤데뷔 마을 지도, 등장인물에 대한 소개가 적힌 빨간 종이 한 장이 책갈피로 꽂혀 있다. 초반에 읽다 보면 잠시 헷갈리는 인물들을 확인하기에 유용하다. 또 거의 그럴 일은 없지만 읽던 부분을 표시하기 위한 책갈피로 쓸 수도 있다.

사건을 의뢰한 사람은 반예르 그룹의 전직 회장 헨리크다. 자신이 무척 총애했던 손녀 하리에트가 38년 전 실종된 사건의 비밀을 밝히려고 한다. 한 두 달 전 사건도 아니고 38년이 지난 일에 매달리는 헨리크 회장의 집념으로, 세상에 묻혔을 끔찍한 진실들이 서서히 드러난다. 대기업 반예르 그룹의 전직 회장과 반예르 집안 사람들, 그리고 경제전문 기자 미카엘이 파헤치던 악덕 기업인 베네르스트룀(이름처럼 비호감이다), 그 밖에도 혐오스런 인간들이 몇몇 등장한다. 이런 인간들이 어디 스웨덴에만 있겠는가?

그들이 유독 더 혐오스러운 이유는 사회에서 가장 약한 여성을 상대로 범죄를 저지른다는 점이다. 자신보다 약한 상대를 유린하는 행위는 인간임을 포기한 것이다. 문제는 추악한 범죄자들이 겉보기엔 멀쩡한 모습으로 살아간다는 것이다. 그들이 본색을 드러내기 전까지는 아무도 모른다.

흥미로운 책이라고 하면 재미를 떠올리겠지만 이 책은 단순한 재미를 넘어선다. 이 책을 읽으면서 밤을 샐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어느 순간 나 역시 범인을 잡고 싶다는 욕망 때문일 것이다. 범인은 한 명이 아니다. 세상에 나쁜 놈이 어디 한 명뿐이겠는가?

나쁜 놈들을 화끈하게 처치해 주는 <밀레니엄>만의 통쾌함을 경험해보시라.

푹푹 찌는 더위가 한 순간 잊혀질 정도다.

나 역시 읽고 나니 광고 문구의 한 구절을 읊게 되는 것 같다. 그만큼 멋진 작품이다.

다시 한 번 주의 사항을 말하자면, 이 책은 일단 읽기 시작하면 마지막까지 놓을 수 없다는 점을 기억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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