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면서 채우는 마음 필사 - 손끝으로 새기는 옛 시의 아름다운 문장들
나태주 외 지음 / 서울문화사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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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당신의 얼굴은 봄 하늘의 고요한 별이어요

그러나 찢어진 구름 사이로 돋아 오는 반달 같은 얼굴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만일 어여쁜 얼굴만을 사랑한다면 왜 나의 베갯모에 달을 수놓지 않고 별을 수놓아요

··· 온 세상 사람이 나를 사랑하지 아니할 때에 당신만이 나를 사랑하였습니다

나는 당신을 사랑하여요. 나는 당신의 <사랑>을 사랑하여요." (16p)


한용운 시인의 <사랑을 사랑하여요>의 일부분이에요. 오랜만에 아름다운 시를 읽으며 써보는 시간을 가졌네요. 《쓰면서 채우는 마음 필사 한국시 100》은 한국 시 100편이 담긴 필사책이에요.

이 책에는 한국 근현대 시문학을 대표하는 스무 명의 시인들, 윤동주, 김소월, 한용운, 이육사, 김영랑, 이상, 박인환, 정지용, 심훈, 이상화, 장정심, 이장희, 함형수, 윤곤강, 박용철, 김현구, 오일도, 노자영, 조명희, 나태주의 시들이 실려 있어요. 크게 다섯 개의 장, '사랑이 머무는 자리', '마음이 돌아가는 길',' 자연이 건네는 말들', '나를 마주하는 시간', '다시 봄이 오는 소리'로 나누어 시를 소개하고 시 아래에는 시인에 대한 정보가 간략하게 나와 있고, 시 옆에 나란히 필사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네요. 시를 필사하고 난 뒤에는 맨 아랫줄에 적혀 있는 질문에 대한 답을 적을 수 있어요. 예전부터 좋아했지만 요즘 더 즐겨 읽게 된 시가 바로 한용운 시인의 시들이네요.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것은 까닭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은 나의 미소만을 사랑하지만은 당신은 나의 눈물도 사랑하는 까닭입니다." (22p)는 <사랑하는 까닭>이라는 시의 일부인데,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만드네요. 어떤 상황이 되더라도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 미소뿐 아니라 눈물도 사랑해주는 사람, 세상에 이러한 사람이 단 한 명만 있어도 우리는 버텨내고 살아낼 수 있어요. 좋은 시를 낭독하고, 그 시를 한 글자 한 글자 정성껏 써 내려가다 보면 어느새 시인의 마음이 되는 것 같아요. 사랑을 이야기하고, 자연을 노래하며, 마음을 들여다보는 시를 통해서 문학적 감성이 되살아나고, 철학적 사유의 시간을 갖게 되네요. 한 편의 시와 하나의 질문, 그리하여 모두 100편의 시와 100개의 질문을 만나게 되네요. 좋은 시와 질문이 내면의 나를 깨우고, 더 나은 나로 성장시키는 힘이 되는 것 같아요. "무언가를 꾸준히 기쁨으로 해낸 경험이 있나요?" (201p)라는 질문을 보면서, 이 책이야말로 모두에게 꾸준히 기쁨으로 해내는 경험을 선물하는 책이라고 생각했네요. 시를 읽고 쓰면서 마음을 채우는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직접 경험해보면 느낄 수 있어요. 한국시, 아름다운 문장들이 전하는 감동을 누릴 수 있었네요.


"좋은 시는 사람을 살리게 마련입니다. 애당초 시를 쓰면서 시인을 살린 시가 좋은 시입니다.

그런 다음 그 시가 독자에게로 가서 독자까지도 살립니다. 나날이 외롭고 우울하여 시들어 가는 감성이 있다면 시를 읽고 외우고 베끼는 사이 조금씩 소생하기 시작하여 끝내는 싱싱한 목숨이 되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될 것입니다. ... 우리, 오래된 시의 덕성을 빌려 우리 또한 좋은 인생을 꿈꾸어 봅시다." _ 나태주 시인 (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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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수리점 우리 아이 인성교육 27
록사나 옌줴예프스카-브루벨 지음, 요나 융 그림, 김영화 옮김 / 불광출판사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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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다친 마음은 어떻게 치료할까요.

눈에 보이는 상처는 약도 바르고, 회복되는 과정을 확인할 수 있는데, 마음은 안 보이잖아요.

《마음 수리점》은 우리 아이 인성교육 시리즈 스물일곱 번째 그림책이네요.

이 책은 폴란드 작가 록사나 옌줴예프스키-브루벨이 쓰고 일러스트레이터 요나 융이 그린 그림책으로 2020년 폴란드 최우수 아동문학상 수상작이라고 하네요. 마음을 고쳐주는 곳이 있다는 상상에서 출발하여, 너무나 달라져 버린 세상과 각박해진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요.

주인공 오로라는 <마음 수리점>을 운영하고 있는데 더 이상 사람들이 찾지 않아서 가게 문을 닫기로 마음먹었어요. "이제 그만 둘 때가 됐어."라고 혼잣말하는 오로라, 바로 그때 작업실 안으로 비에 쫄딱 맞은 소녀가 들어왔어요. 갑자기 내린 비에 무작정 들어온 소녀는 손님이 아니었지만 오로라는 따뜻한 차를 대접하며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신기한 곳이네요. 여기선 뭘 하는 거예요?"

"예전엔 다친 마음을 고쳤는데, 지금은 잘 모르겠어."

"마음이 다쳐요? 다리가 부러지는 것처럼요?" 소녀는 깜짝 놀랐어요.

"응, 비슷해. 그렇지만 깁스를 댈 수는 없어. 깁스를 대면 절대 다시 돌아갈 수 없거든. 굳어 버린 마음은 느낄 수 없게 되고, 느끼지 못하는 마음은 아무 소용이 없단다. 그런 경우가 몇 번 있었지."


무슨 대화였을까요. 중요한 건 두 사람이 나누는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잊고 있던 소중한 '마음'을 생각하게 됐다는 거예요. 그림책 속에 나오는 사람들처럼 매일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느라 주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자신의 마음은 어떠한지를 보질 못할 때가 많아요. 예전엔 고장 난 물건을 고쳐 썼지만 지금은 고장 나면 그냥 버리고 새 걸 사기 때문에 사람들은 수리하고 고치는 일엔 관심이 없어요. 그러니 마음을 수리해주는 오로라를 찾아 올 일이 없어진 거죠.


"모두가 서두르고, 모든 게 열쇠를 맞추듯 빨라야 하지요. 하지만 마음은 그럴 수 없어요.

마음은 돌봄이 필요하고, 특히 시간이 필요해요. 다친 마음은 쉬게 해 주어야 하니까요.

만약 마음이 너무 빨리 고쳐지면, 비극이 닥칠 수도 있어요. 그렇지만 요즘 사람들은 기다리고 싶어 하지 않아요.  ...  마음은 하나뿐이기 때문에 평생 하나로 살아야 해요. 요즘 사람들은 자기 마음을 존중하지 않아요. 너무 서두르다 보니, 상처가 나는 것을 알아채지 못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계속 그렇게 살 수는 없어요. 뭔가 깨달았을 때는······, 이미 마음엔 너무 늦었을 수도 있어요."


오로라는 소녀에게 자신이 해온 일을 들려주고 있어요. 더 이상 쓸모 없어진 일이라고, 낙심한 오로라에게 소녀는 어떻게 했을까요. 마지막 장면, 두 사람의 모습을 보면서 완전 감동했네요. 오로라와 소녀 덕분에 다치고 아픈 마음은 어떻게 돌보아야 하는지, 우리 자신에게 꼭 필요한 마음 공부를 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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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말고 남미, 혼자 떠난 120일
송경화 지음 / 지식과감성#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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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을 메고 훌쩍 떠나는 이들을 보면 신기해요.

어디든 여행을 가려고 해도 준비만 한세월, 여태 떠나지 못한 사람인지라 항상 여행자들의 이야기에 끌리네요. 우연히 마추픽추 여행 영상을 본 뒤로는 계속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아서, 가는 길을 찾아보니 쉽게 가볼 수 있는 여행지는 아니더라고요. 근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감하게 혼자서 남미를 네 달 동안 여행한 사람이 있었네요.

《유럽 말고 남미, 혼자 떠난 120일》은 송경화님의 여행 에세이네요. 저자가 여행을 떠나는 이유는 호기심 때문이라고, 궁금해서 견딜 수 없어서 여행을 가는 거라고 이야기하네요. 더위를 싫어해서 여름방학이면 늘 북유럽이나 아이슬란드를 여행하고 책을 냈는데, 남미를 여행하고 쓴 책과 남미 작가들의 책을 거의 빠짐없이 읽다 보니 궁금한 것들이 많아져서 , 그 누구의 조언도 받지 않고 남미 지도에 가고 싶은 곳을 점으로 찍어 일정을 짰더니 여행 기간이 3개월에서 4개월로 늘어나게 된 거래요. 일단 남미의 여름에 해당하는 12월에서 2월 사이에 떠나야 파타고니아 트레킹을 할 수 있고 물이 가득 찬 우유니 소금 사막도 즐길 수 있다고 하네요. 우기인 2월에는 페루 마추픽추로 가는 잉카 트레일을 한 달 동안 폐쇄한다고 하니, 남미 여행에서 가장 염두에 둬야 할 건 계절 이슈인 것 같아요. 여행을 떠나기 전 나만의 리스트, '이건 꼭 가봐야 해!'라는 걸 정해 두면 좋을 것 같아요. 저자는 3년 전에 다녀온 이과수 폭포를 다시 일정에 넣은 건 브에노스아이레스 지하철에서 폰을 도난당해 사진 한 장 남지 않은 아쉬운 때문이라고, 여행에서 인증샷은 포기할 수 없잖아요. 요즘은 여행 유튜버들뿐 아니라 일반 여행자들도 촬영 장비를 갖춰 영상을 찍는 경우가 많아져서, 사진은 기본이고, 영상까지 더해지면 최고의 여행 기록이 될 것 같아요. 역시나 이 책에서도 아르헨티나, 칠레, 볼리비아, 페루, 에콰도르, 콜롬비아, 브라질, 아르헨티나, 우루과이의 아름다운 풍경 사진을 만날 수 있네요. 여행에 관한 정보는 남미 대륙 지도에 저자가 갔던 곳을 표시한 정도인데, 딱 그만큼의 정보가 적당한 것 같아요. 제가 궁금한 건 그곳에서 무엇을 보고 느꼈는가, 여행자의 생생한 경험담이거든요.


"우연히 성당에 갔다가 하염없이 눈물을 쏟았다. 언덕 위로 성당이 보여 무작정 올라갔더니 마을에 비해 큰 규모의 성당과 멋진 광장이 있었다. 성당 내부를 돌아보고 나오는데 어디선가 성가 소리가 들렸다. ... 갑자기 눈물이 하염없이 쏟아졌다. 누군가 다가와 라파스에서 온 카를로스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자신의 가방에서 성서를 꺼냈다. 멀리서 보고, 동양에서 혼자 여행 온 나를 사연 많은 여자라고 생각한 듯하다. 그가 말했다. '넓은 집도, 비싼 차도 하나도 안 중요해요. 영혼이 중요해요.' 당황한 나는 맞다면서 내가 운 이유는 다른 것 때문이라고 했다. 그때 나는 왜 울었을까. 아마 아버지를 생각하며 울었을 것이다. 나처럼 이 넓은 세상을 보지 못하고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안타까움과 그리움의 눈물일 수도 있다. 이제는 안다. 그 눈물은 한편 고마움의 눈물이었다. 아, 아버지가 보고 싶다." (192p)


멋진 여행지에서 누군가가 떠오른다면 그건 사랑하는 사람일 거라고, 어쩐지 저자의 눈물이 가진 의미를 이해할 것 같아요. 집을 떠나 머나먼 낯선 땅에서, 오롯이 혼자 자신의 마음과 만나는 시간이 아니었을까요.


"떠나기 전날 밤에 모든 일정을 끝내고 숙소에 들어오니 어둑어둑한 부엌에 헤르만 할아버지께서 마치 나를 기다리는 듯 앉아계신다. 할아버지께서는 혼자 되고 나서 이곳에서 5년간 임대 계약을 맺어서 살고 계신다는데, 칠레 북부가 고향이고 서부에서도 살았지만 여기가 가장 좋다고 하셨다.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파트리시아 여사님께서 이 밤중에 또 오셨다. 내일 아침 일찍 떠난다고 조식을 가지고 왔다. 보통은 고객이 사정이 있어 조식을 못 먹으면 끝인데, 이래서 발파라이소를 잊을 수가 없다." (251p)


저자는 남미 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사람들이라고, 그들은 자신이 잃어버린 따스한 사람 냄새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었다고 이야기하네요. 위험한 여행지가 아닐까라는 우려를 싹 잊게 만드는 다정한 사람들 덕분에 저자의 여행은 힘들지만 행복한 여정이었다는 것, 그 모든 기억과 추억은 여행한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네요. 호기심은 많지만 용기가 부족해서 선뜻 떠나지 못하는 저와 같은 사람들이 많을 텐데, 저자의 여행을 보면서 위험하다고 소문이 난 남미 여행을 무사히 잘 마칠 수 있었던 건 모두 좋은 사람들 덕분인 것 같아요. 웃는 얼굴의 여행자를 반기지 않을 이유는 없으니까요. 행복한 여행자의 뜨거운 여행기였네요.


"이 책에 경험하지 않은 것은 단 한 줄도 쓰지 않았다. 이것이 내가 여행기를 쓰는 원칙이기도 하니까.

··· 혼자서 긴 시간 여행하면 외롭거나 힘들지 않느냐는 이야기도 자주 들었다. 그렇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트레킹을 할 때, 무거운 짐을 주로 남자가 메고 가는 커플들을 보면 솔직히 부럽기 짝이 없었다. 하지만 외로움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다. 대도시 여행에서는 외로운 시란들이 많았다. 최초의 자유여행으로 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가우디가 살던 집 방명록에, '집에 가고 싶다'라고 쓴 적도 있었다. 아무래도 대도시들은 어디나 비슷한 면모가 많아 지루하기 쉽고 사람들이 서로 경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더 외로웠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남미는 하나의 대륙이다. 남미 여행은 국경을 수도 없이 통과해야 하고 도시마다 특색이 있어 늘 긴장하고 매일 새로운 상황과 맞닥뜨리니 지루하거나 외로울 틈이 없었다. 그리고 하나씩 성취할 때마다 희열이 넘쳐흘렀다." (5-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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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가 되어 영원히 빛나고
이계영 지음 / 조아라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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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그림의 힘은 놀라워요.

처음엔 명화라서, 모두가 좋아하는 그림이니까 끌리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건 예술이 지닌 감동이었네요. 《나는 내가 되어 영원히 빛나고》는 명화로 보는 마음 챙김 책이라고 하네요.

저자는 세 아이의 엄마이자 둘째의 공개 입양을 계기로 호주에 정착한 지 17년째 되는 이민자라고 하네요. 해외에서 산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인데 그때문인지 극심한 위경련에 시달렸다고 해요. 그러던 어느 날 참을 수 없는 통증과 함께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서 있는 순간을 마주했고, 의식이 몸을 빠져나가는 듯한 유체 이탈의 느낌, 아래에 누운 자신을 바라보며 더 이상 남의 시선에 갇혀 살지 말아야겠다고, 이 삶을 어떻게 마무리할지는 오직 자신의 선택임을 깨달았다고 해요. 신비한 경험 이후 마음의 울림에 귀 기울이며 조금씩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기 시작했고, 진짜 나를 마주하면서 마음 챙김이라는 지혜의 길을 걷게 되었다고 하네요.

"그 길 위에서 깨달았습니다. 고통은 결코 나만의 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누군가도 같은 상처로 울고 있었고, 누군가도 위로를 원했고, 누군가도 마음 둘 곳을 간절히 찾고 있었습니다." (8p)

대부분 죽을 고비를 넘긴 사람들이 인생을 이전과 다르게 바라본다고 하는데, 저자는 고통 속에서 깨달음을 얻고, 그림 속에서 마음을 치유하고 회복하는 방법을 체득했네요. 이 책은 이계영 작가님이 깊은 우울과 두려움의 터널에서 벗어나 스스로 빛을 다시 발견하는 여정을 담고 있어요. 멈춤의 쉼, 느낌의 결, 연결의 실, 빛의 길이라는 4개의 주제로 나누어 저자가 선택한 명화와 명상의 글을 만날 수 있어요. 호아킨 소로야의 <돛의 수선>은 따사로운 햇살이 내리쬐는 정원에서 사람들이 모여 하얀 돛을 수선하는 모습이 평화롭게 느껴지네요. 눈부시게 맑은 날씨와 정원에 핀 예쁜 꽃들 사이에 정겹게 모여 수리하고 있는 사람들이 행복해 보여서 덩달아 기분이 좋아져요. "하늘이 누군가를 깊이 사랑할 때, 그의 돛을 찢는 바람을 강하게 불어보냅니다. 평온하던 바다는 거칠게 일렁이고, 안전한 항구를 떠난 배는 험한 파도 위를 나아가야 하지요. 돛은 찢기고 줄이 끊기며 방향을 잃은 듯 마음이 흔들립니다. 그러나 하늘은 그 배를 가만히 지켜봅니다. 왜냐하면 그 사람 안에 숨겨진 힘이 돛을 다시 꿰매며 깨어나길 바라기 때문입니다. ··· 바람을 견디며 수선한 돛은 예전보다 더 단단하고 더 유연해집니다. 그렇게 사람은 넓은 바다를 품을 수 있는 아름다운 항해자가 되어 갑니다. 삶이라는 항해를 통해 우리가 하늘의 마음을 알기를 원하나 봅니다." (126-127p)

다들 사정은 다르지만 스트레스나 고민이 전혀 없는 사람은 없을 거예요. 번뇌, 괴로움, 고통은 삶의 옵션이라서 떼어내려고 애쓸수록 더 커지는 것 같아요. 일렁이는 파도 위에 배처럼 가만히 그 흐름에 몸을 맡길 때 견디며 나아갈 수 있어요. 그림을 바라보고 있으면 내 안에서 조용히 소곤소곤, 마음의 소리가 들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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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다음 지구로 간다
함은세 지음 / 쌤앤파커스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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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기성세대가 끌고 온 세상이 단 하루만에 뒤집히는 걸 목격한 그날의 충격을 잊을 수가 없네요.

싫든 좋든간에 가라고 하는 방향으로 가야 하는 줄 알았고, 그렇게 살다 보니 밀려밀려 기성세대 축에 끼여 있네요. 기성세대는 더 이상 희망이 없다고 좌절할 때, MZ 세대들은 응원봉과 깃발을 흔들면서 신나게 노래를 불렀어요. 될 때까지 가면 된다고!

《우리는 다음 지구로 간다》는 MZ세대 함은세님의 책이에요.

저자는 '학교 밖 청소년'으로서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책을 내려고 했는데, 2024년 12월 3일을 지나면서 '나의 이야기' 말고, '우리의 이야기'를 해야 하는 시대가 도래했다고, 그리하여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의 목소리를 담아낸 책이 나오게 됐네요. 저자는 그동안 살면서 떠올렸던 질문들을 정리하여 자신이 전 세계를 여행하며 만난 인연들, 또래 청년들에게 물었고, 그들의 답변과 함께 자신의 의견을 더했다고 하네요.

이 책은 "왜?"라는 물음으로 시작하고 있어요.

첫 번째 질문은 "학교는 꼭 다녀야 할까?"예요. 저자는 열일곱 살에 학교를 관두고 아르바이트를 해 모은 돈으로 혼자 배낭여행을 다니며 다양한 경험을 했고, 현재는 기획자로서 활동하며 잘 살고 있기에 학교는 필수가 아니라고 말할 수 있어요. 다만 똑같은 집안에서 커온 남동생은 부모님이 누나처럼 고등학교 진학을 하지 않는 게 어떠냐는 권유에 단호하게 "No."를 외쳤고, 고등학교를 거쳐 대학교 진학이라는 일반적인 삶을 선택했다고 하네요. 결국 학교를 다닐까, 아니면 자퇴할까를 고민한다면 어느 쪽이 정답이 아니라, 전적으로 본인이 판단하여 결정하는 것이 최선의 답인 거예요. 내 인생은 다른 누가 대신 살아줄 수 없다는 것, 간혹 자녀의 삶을 좌지우지 하려는 부모들이 있는데 서로를 불행하게 만드는 길이네요.

가장 인상적인 질문은, "세상은 정말 바뀔 수 있을까?" 였네요. 이 질문에 대해 스테파니는, "세상은 항상 변화하고 있어요. 문제는 변화의 가능 여부가 아닌, '누가 그 변화를 이끌 것이며 그 변화로 인한 이익은 누구에게 돌아갈 것인가'예요. 자본주의 사회에서 권력자들은 현재의 질서가 필연적이라고 말하며, 억압을 합리화하고 저항은 무의미하다고 생각하게 만들죠. 그러나 변화는 가능할 뿐만 아니라 필요해요. 지금의 모든 사회적 시스템과 억압은 인간이 만든 거잖아요. 해체하고 바꿀 수 있는 것도 인간뿐이에요. 조직화한 움직임과 사람들의 집단적 의지, 그리고 그걸 통한 투쟁만이 변화를 불러와요. 권력은 그런 연대의 힘을 두려워해요. 억압받는 사람들이 똘똘 뭉쳐 역사를 바꾸고 기존의 체제를 무너뜨린 걸 이미 봤기 때문이죠. 세상은 바뀔 수 있고 바뀔 테지만, 변화는 주어지는 게 아니라 쟁취하는 거예요." (191p) 라고 답했고, 저자는 스테파니가 강조한 것은 연대의 힘이라고 이야기하네요. 지난 겨울, 광장에 나왔던 청년들은 기성세대들에게 몸소 보여줬어요. 함께 참여하고 연대함으로써 민주주의가 살아 움직인다는 걸. 개인의 삶에 대해서, 세상의 질서에 대해서, 인간 본질에 대해서, 저자가 던진 질문들은 조약돌만큼 작지만 그 파장은 적지 않다고 생각해요. 이미 제 안에서도 그 파장이 강하게 전해졌으니 말이에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의 목소리,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배웠고, 다음 세대가 이끌어갈 미래는 지금보다 나아질 거라는 희망이 생겼네요.


"우주는 그대의 편입니다. 그대가 우주이기 때문입니다. 각자의 우주를 마음껏 유영하며, 다음 은하계에서 만날 수 있기를, 그때가 오면, 서로에게 손 한 번 흔들며 웃어줄 수 있기를, 그렇게 계속해서, 우리가 우리인 채로 서로의 우주를 넘나들 수 있기를 바랍니다." _ 2025년 가을, 여러분과 함께 은빛 세상을 만들고 싶은, 함은세 (1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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