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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 유어 달링
피터 스완슨 지음, 노진선 옮김 / 푸른숲 / 2025년 12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Kill Your Darlings"
두 가지 의미로 해석할 수 있어요. 문자 그대로 "너의 사랑하는 것을 죽여라"라는 뜻과 글쓰기를 할 때 아무리 아끼는 문장이나 설정이라도 전체 이야기 흐름을 위해서 과감히 삭제하라는 의미예요. 그리고 《죽여 마땅한 사람들》의 작가로 널리 알려진 피터 스완슨의 최신작 제목이기도 하네요.
저자는 미스터리스릴러 장르의 판을 뒤집어버렸네요. 초반부터 살인을 예고하면서 '누가 죽였는가?'라는 질문을 무색하게 만들었어요.
"처음 남편을 죽이려고 했던 건 디너파티가 열린 밤이었다." (13p)
범인이 누구인지를 추리하는 데에 몰입하는 타입이라면 '김 빠진 사이다를 무슨 맛에 마시지?'라며 시시하게 여길 수 있는데, 막상 읽다 보면 그런 생각은 싹 사라질 거예요. 우리를 궁금하게 하는 건 웬디와 톰 부부의 숨겨진 과거예요. 절대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기로 했던, 두 사람만의 비밀이 무엇인지, 바로 그 궁금증을 차근차근 친절하게 풀어내고 있거든요. 결말을 다 알고 읽는데도 왜 긴장감은 줄어들지 않는지, 그 점이 신기했네요.
웬디는 남편 톰이 디너파티에서 술에 취한 채 자신이 지금 살인 사건이 등장하는 추리 소설을 집필 중이라고 떠드는 얘길 듣는 순간 마음을 정했어요.
웬디는 생각했다. '그냥 죽여버려야겠어.'
"왜 그렇게 빙글빙글 웃는 거야?" 톰이 물었다.
"누군가를 죽이는 상상을 하느라. 바로 당신 말이야." 웬디가 대꾸했다.
톰은 껄껄 웃더니 상상 속 피아노 건반을 따라 손을 움직였다. (22p)
누가 봐도 사이 좋은 부부인 두 사람, 웬디는 과거를 말하지 말자는 무언의 약속이 둘을 단단히 이어준다고 믿었는데, 지금 톰이 그 믿음을 깨뜨렸으니 그녀의 인생에서 그를 삭제할 차례네요. 영화 속 주인공처럼 첫눈에 반했고 뜨겁게 사랑했는데 어쩌다가 이런 비극적인 결말에 이르게 되었는지, 그 과정을 지켜보면서 소름이 돋았네요. 전혀 예상치 못했던 비밀이 속속 드러나면서, '앗, 그게 그럼... 그 사람이!'라며 놀라는 순간들이 있었네요. 이 소설은 2023년 현재 시점에서 '되돌리기' 방식으로 2018년, 2012년, 2011년, 2005년, 1995년, 1993년, 1992년, 1991년, 1984년 그리고 최종 도착지인 1982년으로 우리를 데려가네요. 범인의 고백으로 시작하여 그들이 저지른 과거의 죄까지, 모든 퍼즐이 맞춰지고 나서야 비로소 알게 되었네요. 공범이자 부부였던 두 사람의 이야기는 결국, "우리가 영화 속 주인공이 된 기분이야." (357p)라는 환상으로 시작해 "그거 꽤 무서운 영화야." (350p)라는 현실 자각으로 끝난다는 걸, 그래서 다음의 장면과 계단을 잊지 못할 것 같아요. 웬디가 식어버린 차를 마시면서, '내게는 더 큰 계단이 필요하겠어.' (33p)라는 영화 속 대사를 떠올리며 미소 짓는 장면, 원래 영화 <죠스>에서 "자네에게는 더 큰 보트가 필요하겠어"라는 대사를 웬디가 바꾸면서 자신이 꽤나 재치 있는 문장을 만들었다고 흐뭇해하는 거예요. 영화 <엑소시스트>에 나오는 계단이 실제 존재한다는 걸 이번에 처음 알았네요. 지금까지 살면서 본 공포영화 중에서 거의 으뜸인데, 이 영화의 공포감을 끌어와 평범해보이는 부부, 1968년 2월 13일로 생일이 똑같아서 쌍둥이 같았던 두 사람의 달콤살벌한 이야기를 완성시킨 피터 스완슨 작가님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네요. 《킬 유어 달링》은 진짜 죽이는, 대단히 놀라운 이야기였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