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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함, 인생을 담아드립니다 - 삶의 소중한 순간들을 환대하는 법
최나영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12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집안을 정리하다가 구석에 쌓여 있던 사진첩들을 발견했네요.
노래 가사처럼 '빛 바랜 사진첩'을 보고 있노라니 그때의 행복한 시간들이 떠오르면서, 새삼 지나온 세월이 실감나더라고요.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바뀌던 무렵에 찍고 인화한 사진들이라 그런지 뭔가 더 오래된 것처럼 느껴지는데 사진 속에 있는 이들은 앳되고 젊었네요. 잠시 잃어버렸던, 소중한 물건들을 되찾은 느낌이었네요. 추억은 언제 소환해도 늘 아름답고, 때로는 쓸쓸한 것 같아요.
《모리함, 인생을 담아드립니다》는 모리함 대표, 국가 유산수리기능자 최나영 님의 에세이예요.
저자는 10여 년간 IT 회사에서 상품기획자로 일하다가 어느 날 갑작스럽게 어머니를 떠나보낸 뒤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했다고 하네요.
"장례에는 순서가 있었고, 슬픔에는 순서가 없었다. ... 내가 하고 싶었던 건 죽음의 절차를 따르는 일이 아니라, 엄마의 삶을 기억하는 일이었다. 그러나 아무리 애써도 준비되지 않은 죽음을 맞이하는 과정은 여전히 낯설고 마음 한 구석에는 미처 다 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남았다. 장례가 끝난 뒤, 유품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엄마가 좋은 날이면 예쁜 옷을 차려입고 환히 웃으며 하고 있던 진주목걸이와 엄마와 나를 처음 이어주었던 탯줄을 발견했다. ... 나중에 내가 모리함을 시작하게 되면서 처음 만든 액자가 이 진주목걸이가 되었다." (18-19p)
어머니의 죽음 이후 소중한 무언가를 오래 간직하고 기록할 수 있는 일을 찾게 되었고, 한국 전통 표구 기술을 사사받아, 2019년 전통 표구를 현대적인 액자로 재해석한 '모리함'을 통해 누군가의 소중한 기억을 담아내는 일을 하고 있으며, 국가 유산청의 국가유산수리기능자로서도 활동하고 있다고 하네요.
" 모리함 慕 異 函 .
그리워할 모, 특별하게 다룰 리, 담을 함.
'마음으로 그리워하는 것을 특별하게 담는다'라는 뜻이다. 동시에 me'mory'의 '모리'와 '함'을 더해, 기억의 상자라는 의미도 품고 있다. 모리함을 처음 시작할 때 '당신의 이야기가 작품이 되는 곳'이어야 한다고 결심했다. 사랑하는 이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배운 태도와 표구를 통해 새긴 다짐을 이름과 슬로건 안에 담아두었다. 이 두 가지는 모리함의 영원한 뿌리다." (144p)
이 책에는 모리함이 시작된 저자의 이야기와 실제로 모리함에 찾아온 의뢰인들의 사연이 담겨 있어요. 사람들마다 품고 있는 소중한 삶의 조각들로 만들어진 모리함을 보면서 기억을 담는 일의 가치를 발견했네요. "기억은 혼자 간직할 때보다 함께 나눌 때 더 오래 머문다는 것을." (156p) 그래서 기억되는 것은 사라지지 않고, 우리의 삶 속에서 계속 이어지며 따뜻한 온기로 채워주네요. 저자가 들려준 모리함 이야기 덕분에 삶의 소중한 것들을 환대하는 법, 덧없는 삶을 기쁘게 살아가는 마음가짐을 배웠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