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너무 현실고증이 완벽해서 다큐멘터리를 보는 느낌이었어요.
김 아무개, 서울 중산층 중년 남성의 모습을 완전 적나라하게 보여주네요.
"그는 대기업에 25년째 근무 중이다. 동갑내기 아내와 슬하에는 대학생인 아들이 있고, 직위는 부장, 연봉은 1억 정도에··· 무엇보다 서울에 자가로 살고 있다." (6-7p) 라는 설명으로 시작되는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 네이버 인기 웹툰 단행본이 나왔네요. 원래 이 작품의 원작은 송희구 작가님의 소설이네요. 회사에서 일어난 실화를 바탕으로 재구성했고, 김 부장은 상사 3명을 한 인물로 합쳐서 묘사했다는데 김 부장뿐 아니라 송 과장, 정 대리, 권 사원 등 모든 캐릭터들이 거의 실존인물을 옮겨놓았다고 볼 정도로 하이퍼리얼리즘 스토리라는 점이 놀라워요. 2021년 블로그와 부동산 커뮤니티에 연재되다가 한 달 만에 천만이 넘는 폭발적인 조회수를 기록하면서 책 출간은 물론이고 웹툰, 웹툰 단행본 그리고 현재는 JTBC 드라마가 방송되고 있어요.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 1권에서는 네이버 웹툰 1화에서 17화까지의 에피소드가 담겨 있어요.
김 부장의 첫인상은 꼰대 그 자체, 스스로 성공했다고 자부하면서도 늘 타인의 시선을 신경쓰느라 바쁜 직장인의 전형이랄까요. 솔직히 주인공에 대해 이토록 비호감인 경우가 드문데 김 부장의 속마음을 훤히 들여다 보고 있노라니 그의 행동도 영 마음에 들지 않네요. 그래도 주인공인데 지방으로 좌천되고 투자 사기에 걸려들면서 점점 나락으로 가는 모습은 안타깝고 속상하네요. 김 부장이 절벽 끝에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상무님을 만났을 때, 상무님의 말이 인상적이네요. "내 생각에는 말이야. 자네가 없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거··· 그게 가장 큰 문제야. 자네는 신입 때부터 보고서 하나만큼은 누구보다 잘 만들었고 시키는 일은 물론, 야근에 특근까지 궂은 일도 마다않고 성실하게 수행하는 사람이야. 그런데 그 '일'이라는 게 말이야. 무조건 열심, 오래, 많이 하는 게 다가 아니야. 자네는 팀의 리더지, 더 이상 보고서를 만드는 사람이 아니란 소리야. 리더의 역할은 팀원들을 이끄는 거야. 자신이 돋보이기보다 구성원들을 돋보이게 만드는 사람이지. 그런데 자넬 보면 눈과 귀를 너무 닫고 살아. 누구의 이야기에도 귀 기울이려 하지 않고··· 누구에게도 도움 받으려 하지 않지. 우월함에 심취한 사람은 결국 스스로를 고립시킬 뿐이야. 본인이 아무리 잘났어도 공감을 못 하고 협업을 하지 않으면 조직에서는 시너지가 나질 않는다고··· 여기 있는 술과 안주처럼 ··· 어우러지지가 않는다니까? 내가 어떻게 이 자리까지 왔을 것 같나? 남들보다 실력이 뛰어나서? 전혀 그렇지 않아 ··· 권위의식, 자존심? 그런 거 다 의미 없어. 나보다 뛰어난 사람은 얼마든지 있으니까 세상이 얼마나 빨리 변하는데 언제까지 내가 아는 게 진리일 수 없거든. 다만, 내 경험을 바탕으로 그들의 재능을 알아봐 주고 적재적소에 쓰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거··· 그게 내가 한 전부야." (213-217p)
만약 김 부장이 이때 상무님의 조언을 제대로 알아들었다면 어땠을까요.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세상에서 과거의 영광을 붙들고 있는 사람은 도태될 수밖에 없어요. 근데 김 부장의 이야기를 보고 있노라면, '설마 나도?'라는 생각을 하게 되네요. 시대 변화에 나는 얼마나 잘 적응하며 살고 있는지, 스스로 돌아보게 되네요. 불쌍한 김 부장을 응원하는 마음은 결국, 치열하게 살고 있는 우리 자신을 위로하는 마음인지도 모르겠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