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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의 양자역학 - 아무도 모르지만 누구나 알아야 할
프랑크 베르스트라테.셀린 브뢰카에르트 지음, 최진영 옮김 / 동아엠앤비 / 2025년 10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양자역학을 아느냐고 묻는다면 쉽사리 답하기 어려워요.
설명을 들을 때는 알 것 같은데, 뒤돌아서면 뭐였더라... 이렇게 헤맬 수밖에 없는 이유는 언어를 잘 모르기 때문이에요. 양자역학의 논리를 설명하는 수학이라는 언어, 이것부터 알아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어요. 다행스러운 점은 수학이 다소 어렵긴 해도 습득이 불가능한 외계어는 아니라는 점이에요. 그래서 이 책을 읽게 됐네요.
《최소한의 양자역학》은 '아무도 모르지만 누구나 알아야 할'이라는 수식어가 달려 있는데, 이 표현이야말로 지금 우리가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를 가장 잘 설명해주고 있어요. 양자역학을 모르는 사람들도 최근 양자컴퓨터와 AI 기술이 가져온 변화들을 알고 있을 거예요. 우리가 알든 모르든 간에 여러 첨단 기술이 서로 융합하여 빠르게 발전하고 있고, 무엇보다도 지금 두 번째 퀀텀 점프, 양자 혁명의 초입에 서 있다는 점이 중요해요.
이 책은 양자역학 분야에서 세계적인 연구자인 프랑크 베르스트라테가 언어학자이자 작가인 아내 셀린 브뢰카에르트가 공동집필한 첫 책으로 전 세계 8개 언어로 번역 출간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라고 하네요. 작가의 서문에서 셀린은 수학 언어를 모르는 독자들을 위해 친절한 안내를 해주고 있어요. "나를 특히 좌절하게 만들었던 것은 왜 수학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지를 몰랐다는 점이다. 지금의 나는 수학이 다른 언어로 된 완전한 문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이해한다." (10p) 저 역시 공감하는 부분이에요. 새로운 언어라고 생각하니 흥미가 생기더라고요. "그렇다면 정말로 이 모든 것을 최대한 빠르게, 반드시 이해해야만 하는 걸까? 당연히 그렇다. 양자역학은 문학, 음악, 연극, 영화 등과 마찬가지로 이미 부인할 수 없는 문화의 일부다. 문화는 곧 지식의 반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 그 개념들은 거의 모든 자연과학에 대한 새로운 통찰에서 비롯되었다. (계몽주의, 산업화, 자동화, 세계화, 디지털화 등을 생각해보자). 우리가 내심 바라는 점은 고등학교 졸업을 앞둔 젊은이들이 이 책 덕분에(또는 이 책을 읽었는데도 굳이) 과학 분야를 대거 선택하는 것이다." (11p) 양자역학을 아는 것이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을 가장 잘 이해하는 방법이므로 이 책을 읽으라는 얘긴데, 특히 젊은이들을 향한 저자의 진심이 느껴지네요. 과학 인재야말로 우리 미래의 원동력이니까요.
"나는 프랑크 교수와 매우 다른 방식으로 사고한다고 생각했다. 훨씬 더 감성적으로, 아니면 적어도 과학과 수학에 본질적으로 내재된 것처럼 보이는 직선적인 흑백 논리가 아닌 방식으로 말이다. 하지만 프랑크 교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우리가 그렇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실, 우리는 같은 방식으로 생각하고, 같은 아름다움에 대한 열망으로 감동받는다." (12p) 이과 남편을 둔 문과 아내의 고백, 과학을 통해 얻은 값진 통찰이 아닌가 싶네요. 감성적으로 접근하자면 양자역학을 첫눈에 반한 외국인 이성이라고 상상하면서 이 책을 읽으면 좋을 것 같아요. 책에서 언급하는 수학의 불합리한 효율성, 대칭, 입자의 (불)가능성, 양자역학의 개념들을 명확하게 이해하지 못해도, 사랑하는 상대의 특징들을 알아가는 과정이라고 여기면 신기하고 재미있는 구석이 보이거든요. 드럼 옆에 튼튼한 스피커를 두고, 드럼면에 생쌀들을 뿌린 뒤, 스피커로 날카로운 음을 재생하면 드럼에서도 양자화가 발생하는데, 이는 드럼면이 매우 특정한 주파수에서만 공명하기 때문이래요. 이런 양자화 현상은 드럼면에 나타나는 특정한 파동, 패턴에서 드러난다고 하네요. 실제 원자는 전자가 핵 주위를 도는 3차원 세계에 존재하므로 2차원 드럼면을 3차원 드럼면으로 확장해보면 기본 진동은 S, P, D, F로 표시되는데, 양자역학으로 번역하면, S, P, D, F의 세분화는 원자의 전자 구조를 이해하는 기초가 된대요. 이런 기본 진동은 전자가 어떤 에너지 준위에 위치할 수 있는지를 나타내고, 파울리 배타 원리와 결합하여 멘델레예프의 주기율표를 설명할 수 있다고 하니 신기해요. 전자가 핵 주위를 도는 방식을 설명하기 위해 처음 고안된 양자역학이 본래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더 광범위하게 적용 가능하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놀라운 양자 혁명으로 이어진 거예요. 양자역학이 탄생하게 된 배경과 발전해온 과정, 이미 도래한 2차 양자 혁명까지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책 덕분에 우리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변화들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네요.
